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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배두헌> 역사의 경고를 잊는 것은 큰 죄악
‘유병언 부자’ 주연의 미스터리 드라마는 큰 흥행을 거두며 막을 내렸고, 이내 정신없이 쏟아진 새 사건과 이슈들이 국민의 눈과 귀를 사로잡고 있다. 포천의 엽기적인 사건에, ‘에볼라’ 공포에 입술이 떨린다. 군에서 일어난 ‘고문치사’ 사건에선 분노마저 생긴다.

이런 가운데 사고 112일째를 맞은 세월호는 우리 기억에서 가물가물해져간다. 새 이슈에 밀려 포털사이트 메인 자리를 내준지 오래고, 가끔 올라오던 기사에 “그만하자”는 댓글 조차도 확연히 줄어들었다. 세월호를 다시 초기처럼 화두로 올려놔 이러쿵 저러쿵 분노하며 우리끼리 폭발하자는 얘기는 아니다. 수많은 사건 사고 속에서도 세월호 본질을 잊지말고, 최소한 유가족들의 아픔은 잊지말자는 것이다.

경계할 것은 재보선 후 정치권에서 세월호를 기억하려 하지 않는 듯한 분위기가 엿보인다는 점이다. 세월호 심판론우려를 극복한 여당으로선 선거 승리를 발판 삼아 세월호 출구전략만을 가동하는 대신 대승적인 차원에서 세월호에 대한 전폭적 배려가 필요해 보인다는 생각이다. 그것이 큰 정치다.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4일 특검 추천권에 대해 “정치력으로 풀 수 있는 게 있고 없는 게 있다”고 했다. 일리는 있지만, 큰 것을 놓치는 발언일 수도 있어 보인다.

같은 날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전국교수노동조합 등 교수단체들은 단식중인 유가족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역없는 진상 규명과 수사권ㆍ기소권이 보장되는 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이들의 목소리는 허공에 울린 것 같다. 세월호 유가족의 절규는 여전하다. 대통령이 직접 약속한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 특검, 국정조사 특위 모두 지지부진하다.

그래서 이 말은 지금 의미가 있어 보인다. “일어난 일은 하나의 중대한 경고이고, 역사의 경고를 잊는 것은 중대한 죄악이다. 우리 모두는 언제까지라도 분명하게 기억해야만 한다. 왜냐하면 그러한 일이 일어나는 게 가능했다는 것은, 언제든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정확하게 알고 분명하게 기억함으로써만이 그러한 일을 막을 수 있다.”(카를 야스퍼스)

badhone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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