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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일병 사건’ 파장 일파만파…靑, 김관진 문책 눈치보기만…
선임병들의 가혹한 폭행 탓에 사망한 육군 28사단 ‘윤일병 사건’으로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가 또 한 번 바짝 긴장하고 있다. 조직적 살인으로까지 볼 수 있는 참혹한 인권유린의 실상이 공개되면서 국민적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고, 군 수뇌부의 사건 은폐 의혹까지 덧대지면서 후폭풍이 거센 탓이다. 청와대로선 ‘세월호 참사’와 인사실패 국면을 빠져나와 경제살리기에 매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시점에서 ‘가려져 있던 진실’이 복병으로 등장함에 따라 자칫 국정 정상화 동력을 잃을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5일 청와대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이 사건을 심각하게 받아 들이고, 여름휴가 중이던 지난 1일 ‘윤일병 사건’이 언론에 보도된 뒤 한민구 국방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진상 파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안전’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삼겠다고 공언한 박 대통령으로선 군내 구타로 인한 사병 사망사건으로 뒷통수를 맞은 격이다. 박 대통령이 이날 열린 국무회의에서 ‘윤일병 사건’에 관한 철저한 진상조사 등을 강하게 주문한 것도 진노의 표현으로 해석된다.

대형사건ㆍ사고가 터지기 전후에 박 대통령이 내린 ‘지시사항’이 각 부처 장관과 일선에 먹혀들지 않고 있다는 점도 그에겐 뼈아픈 대목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16일 청와대에서 전군 주요 지휘관과 오찬을 함께 하며 강원도 고성 22사단의 일반전초(GOP) 총기난사 사건을 언급, “결코 있어선 안 될 사고였다. 각 군 지휘관은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 부모들이 안심하고 자식을 군대에 보낼 수 있도록 해달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불과 보름여만에 자칫 묻힐 뻔한 군내 사망사건의 전모가 만천하에 드러나면서 영(令)이 서지 않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박 대통령의 이런 ‘불행한 기시감(데자뷔)’은 ‘세월호 참사’ 때도 있었다. 그는 참사 9일 전인 지난 4월 7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재난 유형별로 3000개가 넘는 위기관리 매뉴얼이 있다고 하는데 아무리 상세하고 좋은 매뉴얼이라도 담당자들이 내용을 잘 모르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대형 복합재난 매뉴얼 정비를 지시했지만, 참사를 막진 못했다.

사건은 일파만파지만, 청와대는 관련자 문책에 있어선 여론의 눈치를 보고 있다. ‘윤일병 사건’이 발생한 올 4월 국방부장관 업무를 맡고 있던 김관진 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대응이 대표적이다. 김관진 실장은 야당 측이 제기하고 있는 책임론의 당사자이지만, 입장을 따로 밝히지 않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 실장에게 국방부 장관 시절 ‘윤일병 사건’을 보고받은 게 있느냐고 물었는데, ‘장관 시절에 있었던 일이기에 국방부에서 대답이 가능할 것’이라는 답을 들었다”고 말했다. 사실상 국방부에 떠넘기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김 실장은 앞서 인천 강화 해병대 2사단에서의 총기난사 사건(2011년 7월), 북한군 노크귀순 사건(2012년), 북한군 무인기 축소 은폐 사건(올 4월) 등 국방부 장관 재직시절 있었던 각종 사건ㆍ사고에도 불구하고 문책 당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과 북한과의 대치 상황 등 국가 안보 측면을 감안하면 이번 사건이 김 실장 교체로까지 번질 공산은 크지 않다. 다만, 악화한 여론을 고려할 때 박 대통령이 진상조사 결과에 따라 육군참모총장 등 윗선을 문책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홍성원 기자/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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