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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란치스코 교황과 20대 亞청년과의 만남…“셀카 찍을까요?”
〔헤럴드경제=이형석 기자〕오는 14일 한국을 찾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공식적인 사목 방문 첫 목적은 대전과 솔뫼성지, 해미읍성 등에서 열리는 제 6회 아시아청년대회(AYD) 참석이다. 아시아청년대회에 교황이 참석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천주교 교황 방한준비위원회(위원장 강우일 주교, 이하 방준위)에 따르면 제6회 AYD는 “젊은이여 일어나라, 순교자의 영광이 너희를 비추고 있다”를 주제로 대전교구 전역에서 펼쳐지며 개막미사는 오는 13일(수) 충남 당진시 소재 솔뫼 성지에서 23개국 2천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다.

프란치스코 교황과 아시아 청년들의 첫 만남은 방한 이틀째인 15일 대전 가톨릭대에서 이뤄진다. 이곳에서 교황은 17개국 아시아 청년 대표들과 비공개 오찬을 나눈다. 만 77세인 교황과 같은 식탁에 앉을 한국 대표는 세계청년대회 참가 경험이 있는 20대라고 방준위는 밝혔다. 


두 번째 만남은 이날 오후 솔뫼 성지에서 예정됐다. 솔뫼 성지는 한국 최초의 가톨릭 성직자인 성 김대건(안드레아) 신부가 태어나고 자란 곳이다. 이곳에서 교황은 총 6천 명의 AYD, KYD(한국 청년대회) 참가자 전원과 만난다.

이 자리에서는 청년 3명의 질문에 대해, 인생 대선배인 교황의 즉석 답변과 연설이 이뤄질 예정이다. 교황에게 질문할 청년들은 캄보디아, 홍콩, 한국에서 1명씩 선발됐다. 이들은 각자의 체험을 바탕으로 성소(하느님께 받은 소명), 종교 박해 상황에 있는 중국에 대한 선교, 인생의 가치관에 대해 물을 예정이다. AYD 실무 책임자인 박진홍 신부(대전교구 청소년국장)는 “질문 내용에 사회 이슈를 넣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결국 청년들의 진솔한 인생 고민을 담기 위해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정리됐다”고 전했다. 연설에 이어 교황은 청년들과 함께 기도한 뒤, 하느님의 축복을 빌어주며 만남을 마무리한다.

마지막 만남의 자리는 17일 오후 충남 서산시 해미읍성에서 열릴 AYD-KYD 폐막 미사다. 해미읍성은 조선 후기에 천주교 신자 수천 명이 처형된 곳으로, ‘천주학 죄인’들의 시체를 내가던 읍성 서문, 김대건 신부의 증조부 김진후(비오)가 순교한 옥터, 순교자들의 머리채를 묶어 매달던 ‘호야나무’ 등이 남아 있다.

미사의 중심 공간인 제단은 읍성 서문 옆에 조성된다. 박해 시대의 신자들은 죽어서 나간다는 읍성 서문을 ‘천국으로 가는 문’으로 여겼다. 그 문 옆에 교황이 자리하고, 청년들은 교황과 마주봄과 동시에 읍성 서문을 바라보며 기도하게 된다. 교황이 미사를 드릴 제대(祭臺)는 AYD에 참가한 23개국 청년들이 장식한 십자가를 조립해서 만든다. 방준위는 아시아 가톨릭 청년들의 하나 됨을 드러내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23개국 청년들과 교황이 함께하는 이날 미사는 다양한 언어의 향연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방준위에 따르면 성경 독서는 베트남어와 인도네시아어로, 신자들의 기도는 일본어, 영어, 힌디어, 한국어 등으로 낭독된다. 그 밖의 기도에 대해서는 교황은 라틴어로, 신자들은 각자의 모국어로 한다. 언어는 다르지만 미사 때 읽는 기도문과 성경의 내용은 전 세계 가톨릭이 같다.

AYD의 폐회사가 될 프란치스코 교황의 강론은 평소에 하던 이탈리아어가 아닌 영어로 이뤄질 계획이다. 박진홍 신부는 “영어는 아시아인의 다수가 사용하는 언어이기에, 교황은 영어가 유창하지 않음에도 최대한 많은 청년에게 통역 없이 메시지를 전하고자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미사는 AYD와 KYD 참가자 청년들과 아시아 주교단 50여 명은 물론, 참석을 희망하는 모든 이에게 개방된다. 대전교구 측은 전체 참석자 규모를 4만5천여 명으로 예상하고 있다.

방준위는 교황 방한을 열흘 앞둔 4일, 아시아청년대회 참석이 이뤄지게 된 뒷얘기를 전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 2013년 가을, 천주교 대전교구장 유흥식 주교는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초청 편지 한 통을 써서 보냈다. 이미 같은 해 7월 브라질 세계청년대회에서 교황을 만났고, 교황청 관계자들에게는 AYD 대전대회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청한 뒤의 일이었다. 얼마 후 유 주교는 교황청으로부터“이 편지, 정말 마음에 든다. 편지를 읽는 순간 가슴이 뛰면서 한국에 가야 한다는 강한 메시지를 느꼈다”는 교황의 서신을 받았다. 유 주교는 교황에게 보낸 편지에 “세계청년대회 참가자는 300만 명이었습니다. 내년에 열릴 아시아 청년대회의 참가자는 불과 2천여 명, 한국 참가자를 제외하면 1천여 명입니다. 그래도 오시겠습니까?”라고 썼으며, 이 말 한마디가 교황의 심장을 흔들었다고 방준위는 전했다.

한편, 방준위는 한국 및 아시아청년들과의 만남에 앞서 교황이 즉위 이후 세계 젊은이들과 교감하고 소통한 사례를 전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 2013년 여름엔 이탈리아 북부 파두아 지역에 사는 19세 대학생 스테파노 카비차는 교황 알현단의 일원으로 바티칸을 방문하고 돌아와 교황에게 고민상담 편지를 보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직접 청년에게 전화를 걸어 자상한 조언을 했다. 70대 노인과 10대 청년의 통화는 8분간 이어졌으며, 농담을 곁들인 즐거운 대화 끝에 교황의 축복으로 마무리됐다. 카비차는 교황이 존칭(lei)보다 친구에게 하는 것과 같은 호칭(tu)을 쓰게 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8월엔 프란치스코 교황이 바티칸을 방문한 청소년들과 함께 ‘셀카’(selfie, 직접 촬영)를 통해 찍은 사진이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공개돼 관심을 모았다. 이 사진 속에서 교황은 10대들과 격의 없이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 SNS를 중심으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청년들을 위한 국가 및 사회의 과제와 청년들의 소명도 교황이 빠지지 않고 전하는 메시지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해 7월 가톨릭 세계청년대회(WYD)가 열리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로 가는 비행기에 탑승하기 전, 기자회견을 통해 전 세계적 청년실업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오늘날 우리는 ‘일자리 없는 세대’를 양산하게 될 큰 위험을 떠안고 있다”며 “개인의 존엄성은 일을 통해 자립하는 데서 생기는데, (이러한 경험이 없는) 젊은이들이 위기에 처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노동시장이 청년들을 버려질 일회용(disposable)으로 생각한다”고 비판하며 “우리는 모두 이 일회용 문화에 익숙해져 있고, 세상 모든 것이 버려질 수 있다는 사고에 영향을 받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 세계청년대회의 폐막 미사 강론에서는 청년들에게 ‘가거라’, ‘두려워하지 마라’, ‘봉사하라’는 격려와 소명의 메시지를 전했다.



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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