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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해창 선임기자의 세상읽기> 에볼라 바이러스
[헤럴드경제=황해창 선임기자]지중해 연안에 있는 한적한 해안도시 오랑. 어느 날부터 길목에 쥐들의 사체가 늘어나고 고온에 두통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속출합니다. 갑작스런 혼란에 시민들은 공포에 질리고 당국은 부산을 떤 끝에 결국 ‘페스트 선고’를 내립니다. 도시는 일순 타지역과 완전히 차단되면서 격리상황에 빠져듭니다. 이곳에 남아 있는 이들은 엄습하는 죽음의 그림자에 치열하게 맞섭니다. 오로지 살아남기 위해.

알제리가 낳은 소설가 알베르 카뮈의 장편 ‘페스트(1947)’의 내용 일부입니다. 14세기 중엽부터 장장 300년 동안 유럽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병, 페스트(흑사병)의 창궐과 이에 저항하는 인간들의 갈등과 고통 그리고 희망을 담아낸 역작이지요. 페스트가 ‘블랙데스’라는 별칭을 가진 것은 급성으로 감염에다 사체가 검게 변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양화 ‘에볼라 바이러스’ 포스터

소설 ‘페스트’의 화자 ‘리외’는 의사입니다. 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첫째 페스트에 걸리지 않고, 둘째, 페스트에 걸려도 그것을 남에게 옮기지 않으며, 셋째, 걸렸으면 죽지 않고 살아남아야 하는 것입니다. 최종 목표는 당연히 페스트를 퇴치하고 오랑을 구하는 것이지요.

인터넷에서 페스트에 관한 전문적인 지식들을 찾아 봤습니다. 우선 야생 다람쥐나 들쥐와 같은 동물의 전염병으로 쥐의 벼룩을 통해 병원균이 다른 동물에게 옮겨가는데, 이게 사람들에게 전이가 되면서 그 원인이 된 것이라고 합니다. 감염된 흑사병 환자가 기침이나 재채기를 하면서 나오는 균 또는 배설물이나 분비물 등에 의해 전염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합니다. 심한 발열과 현기증 그리고 구토를 호소하면서 시작이 되는데 나중에는 증세가 심해져 의식이 흐려지고 끝내 사망하는 섬뜩한 병이랍니다.

에볼라 바이러스

흑사병이 사라지게 된 것은 철저한 환자 격리시켜 전염을 차단한데다 19세기 말 과학자 파스퇴르가 페스트균에 대한 원인과 치료 방법을 찾아내면서라고 합니다. 그랬습니다. 페스트는 수백 년 동안이나 역병(疫病)으로 군림했습니다. 인간의 영역을 벗어난 천형이나 천벌이었던 셈이지요. 당시에는 역병은 역신(疫神)의 탓으로 생각하고 주술(呪術)이나 기도에 의지했으며, 역병에서 벗어나려고 여러 가지 수단 ·방법이 취해졌다고 합니다.

그런데 정체불명의 병원균에 치사율 90%를 상회하는 에볼라 바이러스가 역병처럼 지구촌을 혼란으로 몰아넣고 있습니다. 5개월 새 826명이 사망했습니다. 1976년 아프리카에서 에볼라 바이러스가 처음 발생한 이후 인적피해로는 최대규모라고 합니다. 21세기 첨단시대에 정체불명의 세균이 창궐하니 참으로 딱하고 어처구니없는 일입니다. 

아시아권 밀려드는 에볼라 공포 <사진: 데일리홈페이지 캡처>

에볼라 바이러스가 발견된 지 약 40년이 다 돼가지만 백신은 물론 치료약도 없다고 합니다. 그 이유가 황당합니다. 아무리 시끌벅적해도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으로 사망한 사람이 말라리아나 뎅기열에 감염돼 사망한 사람 수보다 적다는 겁니다. 한마디로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는 얘기입니다. 국제적인 제약회사들이 백신과 치료제 개발을 기피한다는 겁니다. 재래식 무기를 밤낮으로 양산해 전쟁을 부채질하는 거간꾼 무기상이나 양심불량 무기회사와 다를 바 없습니다.

기자는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민족과 종교를 두고 벌이는 증오와 멸시, 탐욕과 보복을 거두라는 경종이라고 말입니다. 사실 지금 지구촌은 처참하게도 살상이 자행되고 있습니다. 

중세 페스트(흑사병) 혼란상을 그린 작품

사태가 심각해지면서 지구촌이 야단법석입니다. 미국이 사상 처음으로 아프리카 50여 개국 정상을 초청해 4일부터 워싱턴에서 열기로 한 미·아프리카 정상회담도 취소될 위기라고 합니다. 중국의 친 아프리카 정책에 대한 맞대응인 셈인데 비상사태에 빠져든 일부 국가 정상들이 자발적으로 행사 불참을 통보해왔다고 합니다.

국내에도 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주말을 지나면서 공포 또한 확산되는 분위기입니다. 아프리카 의료봉사단의 출국금지 요청과 덕성여대가 열려는 국제행사에 아프리카 여성들의 참가를 차단해달라는 민원이 빗발치고 있습니다. 청와대 홈페이지가 관련 민원과 탄원으로 도배되다시피 한다는 군요.
정부도 4일 대책회의를 갖고 에볼라 바이러스의 상륙을 원천차단하기로 했습니다. 이래저래 지친 국민들이 혼란에 빠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너무 호들갑을 떨어서도 안 됩니다. 무엇보다 이런 틈을 타 사회혼란을 부추기는 불량세력들이 고개를 쳐들지 못하도록 단속해야 합니다. 그리고 때마다 도지는 황당한 괴담이나 유언비어 등도 사전에 차단해야 할 것입니다. 

hchw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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