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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운전자금 늘고 설비투자 줄고…中企 ‘불황형 투자’ 악순환 심화
[헤럴드경제=이슬기 기자] 민간소비 감소와 수출부진 등 대내외 경기불황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우리 중소기업의 운전자금 대출규모가 최근 3년간 92%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같은기간 설비투자를 위한 시설자금 대출규모는 10%가량 감소했다.

생산설비 확충을 통한 장기적 성장동력 확보보다는 당장의 생존을 위해 원부자재 구입비 등 대규모의 운전자금을 반복해서 차입하는 이른바 ‘불황형 투자’가 중소업계에 깊게 뿌리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4일 중소기업 정책자금 집행기관인 중소기업진흥공단(중진공)에 따르면 우리 중소기업의 운전자금 대출 규모가 급격히 늘고 있다.

지난 2011년 약 1조251억원 규모이던 중진공의 운전자금 대출은 2012년 1조2575억원으로 22.7% 늘어난 데 이어, 지난해에는 1조9690억원으로 57%가량 급증했다. 최근 3년간 운전자금 대출규모의 총 증가 폭은 약 92%에 이른다.

이 같은 운전자금 대출규모 증가세는 올 상반기에도 이어져 지난 6월까지 이미 전년도의 70%에 육박하는 1조4070억여원이 운전자금으로 집행됐다. 내수 침체와 원고 현상 등으로 경영이 악화한 중소기업들이 원부자재 구입비 등 ‘생존’을 위한 운영자금 마련에 속속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중진공 관계자는 “중소기업은 유사시를 대비한 현금 보유량이 많지 않아 경기 변화에 특히 민감하다”며 “운전자금 대출을 신청하는 중소기업의 숫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시설자금 대출규모는 2011년 약 1조9314억원에서 2012년 약 1조8917억원(전년비 -2%), 지난해 약 1조7462억원(-7.7%)으로 최근 3년간 총 10%가량 줄었다. 올 상반기 시설자금 대출규모 역시 약 8715억원으로, 시설투자가 상반기에 집중되는 추세를 감안하면 예년과 비슷하거나 줄어들 수도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 운전자금 대출규모가 중소기업의 장기적인 경영개선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언젠가는 갚아야 할 ‘빚’으로 작용해 성장동력을 떨어뜨릴 수도 있다는 것.

김세종 중소기업연구원 부원장은 “최경환 부총리가 이끄는 새 경제팀이 출범하면서 내수진작 등 경기회복을 위한 작업에 속도가 붙고 있다”며 “그러나 막상 경기회복세가 시작돼도 최소 수억원에서 수십억원대의 운전자금을 상환해야하는 중소기업들은 그 빛을 보지 못하고 흑자도산에 이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yesye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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