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운전사 폭행 사건은 서울에서만 매일밤 수십건 씩 발생한다. 지난 6월 새벽 회사원 A 씨는 서울 양천구에서 택시를 타고 귀가하다 택시 운전사 B 씨를 폭행한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경찰에 따르면 술에 취한 A 씨는 “내가 가라는 대로 안 가고 돌아왔다”며 난동을 부렸다. 오해라고 설명했지만, A 씨는 신호대기 중이던 차 안에서 B 씨 얼굴을 수차례 주먹으로 때렸다.
택시 운전사는 야간에 홀로 움직이는 까닭에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
여성 택시 운전사들은 성폭력의 위협을 호소한다. 한 15년차 여성 택시 운전사 D(50) 씨는 2000년대 초반, 서울의 한 유흥가 골목에서 남성 승객이 내리지 않고 “같이 술을 먹자”며 잡아끌어 한참 애를 먹었다. 도무지 말을 듣지 않자, D 씨는 “그럼 택시를 회사에 두고 같이 가자”고 남성을 설득했다. D 씨는 회사로 돌아와 남성 동료에게 도움을 청해 겨우 곤경을 벗어났다. 그는 “그런 날이면 하루 일당을 날리는 것은 물론 여성으로서 자괴감을 느낀다”고 했다.
이러다 보니 손해를 감수하고 취객은 아예 태우지 않는 택시도 있다. 한 60대 법인택시 운전사 E 씨는 “승객들과 싸웠거나 맞았다는 동료 기사들이 하루에 꼭 2∼3명은 있다”며 “일부 동료들은 불상사를 피하려고 심하게 취한 승객은 아예 안 태운다”고 했다.
그러나 이 역시 실랑이의 빌미가 돼 일이 커지기 일쑤다. E 씨는 “한 50대 운전사는 심하게 취한 젊은 남성의 승차를 거부했다가 심한 욕설을 듣고 주먹다짐을 벌인 일도 있었다”고 했다.
취객과의 가벼운 승강이는 그나마 애교 수준이다. 야간 음주 운전 차량은 택시 운전사를 위협하는 폭탄이다. 지난 6월 새벽 서울 구로구에서는 음주 운전 승용차가 신호대기 중이던 택시 뒷면을 그대로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택시 운전사는 목 부근에 중상을 입고 병원 신세를 졌다. 승용차 운전자는 혈중알콜농도 0.058%로 면허 정지 수준이었다.
경찰청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2년 한해 동안에만 택시 운전사 등을 포함한 운전자 폭행 사건은 3535건 발생했다. 경찰 관계자는 “택시 기사들은 경찰서를 찾으면 그 시간을 날리는 셈이어서 봉변을 당해도 신고를 꺼린다”고 했다.
신고를 한다고 해도 가벼운 처벌로 그치는 경우가 많다. 운전사 폭행의 경우 일반 폭행보다 처벌 수위가 높다. 5년 이하 징역,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그러나 작은 액수의 벌금 처분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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