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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겹겹이 의사 보호복마저 안통한 에볼라
[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치사율 최대 90%의 에볼라 바이러스. 서아프리카 지역 사망자 수만도 700명에 육박하고 감염자 수는 1200명이 넘어섰다. 이런 환경에서도 이들과 함께 질병에 대항해 목숨을 걸고 싸우는 이들이 있다. 바로 의료진들이다.

의사 한 명당 100명에 이르는 환자를 담당해야 하는 상황에다 언제든 감염 가능성이 있고, 열악한 근로 환경에 몸을 내던졌으나 도리어 바이러스와의 싸움을 이기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한 이들도 있다.

에볼라 바이러스와 싸우며 시에라리온의 ‘국민적 영웅’으로 떠오른 의사도, 이역만리 미국에서 아프리카를 찾아 환자를 돌본 의사도 세상을 떠났다. 지금 에볼라 바이러스의 공포는 의료 인력들마저 좀먹으며 기세를 누그러뜨리지 않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대니얼 바우쉬 박사는 시에라리온의 한 병원에서 다른 의료진 한 명과 55명의 에볼라 바이러스 환자들을 담당하고 있다. 그는 2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영웅이 되고 싶을 수도 있겠지만 55명의 환자를 다 돌볼 수는 없다”며 가장 증세가 심한 환자를 우선적으로 보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그는 “솔직히 말하면 진짜 중증환자가 아니라 중증환자 중에서도 생존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을 봤다는 것이 끔찍하다”며 “환자가 마지막 숨을 쉴 때 치료하려고 노력해도 그들을 살릴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며 실상을 전했다.

[사진=위키피디아]

의료진들은 감염 방지를 위해 여러겹으로 된 보호복을 입는다. 가운을 입고 마스크를 쓰고 고글을 착용하고 장화와 장갑, 방수 앞치마 등으로 몸을 두른다.

의료진들은 이 장비를 착용하고 열대기후에서 질식할만큼의 더위와도 싸워야 한다. 마스크에는 입김이 서리지만 벗을 수 없으며 체액을 통해서도 감염될 수 있어 입김마저도 감염위험을 높인다. 감염방지 절차를 엄격히 준수한다 하더라도 보호복을 제거할 때는 감염위험이 따른다.

환자들이 출혈이나 구토로 주변을 오염시킬 경우 이를 처리할 인력이 필요한데, 일부 병원에서는 이같은 인력마저도 부족한 현실이라고 NYT는 전했다.

에볼라와 싸운 시에라리온의 국민 영웅으로 불렸던 39세의 의사 셰이크 우마르 칸도 이 때문에 쓰러졌다. 그는 100명이 넘는 환자들을 담당하고 있었고 감염 진단을 받은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29일 국제구호단체 ‘국경없는의사회’가 운영하는 병원에서 숨을 거뒀다. 어네스트 바이 코로마 대통령이 격려차 병원을 방문하기도 전이었다.

라이베리아에서 의료활동을 벌였던 미국 미네소타주 출신의 의사 패트릭 소여(40)도 에볼라로 숨졌다. 29일 NBC방송에 따르면 소여는 지난 20일 라이베리아를 출발, 나이지리아 라고스에 도착해 컨퍼런스에 참여하려던 중 쓰러졌다. 현지의 한 병원에 격리됐으나 25일 사망했다. 그는 이번 에볼라 창궐로 인한 첫번째 미국인 희생자로 기록됐다.

소여 외에도 라이베리아에서 국제 민간구호단체 ‘사마리아인의 지갑’의 질병관리 센터장으로 활동하던 미국인 켄트 브랜틀리 박사도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돼 격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에라리온, 라이베리아, 나이지리아, 기니 등 서아프리카 4개국을 휩쓸고 있는 에볼라 바이러스는 672명의 사망자를 내며 ‘공포의 바이러스’로 위세를 떨치고 있다.

yg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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