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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도 취업도 포기한 젊은 낙오자들의 B급정서…‘잉여공주’로 재탄생?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이 땅의 청춘들에겐 사랑을 찾는 일도 일자리를 찾는 일도 쉽지 않긴 매한가지다. 막막한 미래 앞에서 학기마다 대학등록금을 충당하는 것도 끔찍하고, 울타리를 벗어나 치열한 취업전선에 뛰어드는 것은 더 만만치 않다. 돈과 능력은 부족하니 할 일 없이 늘어져 넘쳐나는 건 ‘잉여력’ 뿐이다. 이 고달픈 세대의 이야기가 동화와 만났다. 인간이 된 인어공주는 사랑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취업준비생들은 직장을 찾기 위해 사활을 건다. 케이블 채널 tvN 새 드라마 ‘잉여공주’ 얘기다.

드라마의 연출을 맡은 백승룡 PD는 지난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진행된 ‘잉여공주’ 제작발표회에서 “취업준비생들은 자신을 잉여라 부르지만 세상을 이들을 청춘이라 부른다”며 “취업준비생의 이야기를 만들고 싶어 드라마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백 PD가 내놓은 ‘잉여공주’는 이른바 ‘취준생’의 이야기를 다뤘다지만, 제목에서부터 B급 정서가 녹아있다. 스스로를 ‘잉여’라고부르는 20대 젊은이들의 시대감각은 인터넷 문화를 이끌며 B급 감성의 흐름을 만들어냈다. 드라마 속 취준생들에게선 그들 특유의 시대감각인 B급정서가 묻어날 것으로 비치는 부분이다.

‘잉여공주’의 모티브는 ‘인어공주’였다. 사랑하는 남자를 위해 인간으로 변한 후 서울에서 살게 된 인어공주가 진짜 사람이 되기 위해 100일 동안 진정한 사랑을 찾아나가는 과정을 담았다. 그 배경이 서울의 한 ‘잉여하우스’. 취업준비생들이 모여사는 공간이다. 드라마의 중심 캐릭터는 인어공주이지만, 여주인공을 둘러싼 현실 속 인물들은 저마다 미래 없는 현실을 산다. 우울한 현실을 그들만의 ‘잉여력’으로 버티는 웃픈 취준생들과 인어공주 판타지가 뒤섞여 만들어진 드라마인 셈이다.

백 PD는 “드라마가 취업준비생들 이야기로만 채워지면 너무 어두울 수 있다”는 생각에 “캐릭터 하나를 인어공주로 잡아봤다”고 말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인어공주’ OST의 “내가 저 세상의 일부가 될 수 있기를”이라는 가사가 뇌리를 스친 덕이다. 

[사진=윤병찬 기자/yoon4698@heraldcorp.com]

인간세상에 터전을 잡은 인어공주 역시 해야할 일은 사랑, 할 줄 아는 건 없는 ‘잉여’ 인력이라는 점을 바탕으로 “일등 신랑감을 얻으려면 여자도 일등 신붓감이 돼야 한다고 말한다. 인어공주 이야기를 갖고 와서 그런 현실사회를 풍자할 수 있는 느낌의 콘셉트를 잡았다”는게 백 PD의 설명이다.

조보아가 연기할 ‘인어공주’는 인간의 몸을 했지만 청계천과 호수공원, 한강 물 속에 뛰어들고, 남자주인공 온주완은 미술학도지만 꿈과 현실 사이에서 휘청이는 청춘을 연기한다.

고단한 현실과 판타지가 어우러진 데다 ‘SNL코리아’와 ‘막돼먹은 영애씨’를 연출한 백 PD가 만났기에 기존의 드라마에선 볼 수 없던 ‘SNL’스러운 B급 정서와 ‘영애씨’ 못지 않은 리얼리티가 묘한 조화를 이룰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여주인공 조보아의 연기력도 관건으로 떠올랐다. ‘닥치고 꽃미남 밴드’ ‘마의’ 등을 통해 시청자와 만나며 ‘발연기’ 꼬리표를 안고 다녔다. 조보아와 호흡을 맞춘 온주완 박지수는 이에 “연기에 대한 우려는 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호언했다. 특히 온주완은 “다른 배우들보다 조보아가 김하니 역에 가장 어울린다”며 “계속 봐도 또 보고 싶은 연기를 펼칠 것”이라고 전했다. 박지수 역시“과거 그런 논란이 있었던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며 “잉여공주 편집본을 봤는데 자신에게 딱 맞는 역할을 고른 것 같다. 정말 계속 보고 싶은 배우로 거듭날 것”이라고 장담했다.

사랑을 찾아 인간이 돼 서울생활을 시작한 인어공주의 100일 간의 진정한 사랑 찾기에 고단한 하루하루를 사는 취업준비생들의 에피소드가 얽힐 로맨틱판타지 ‘잉여공주’는 다음달 7일 첫 방송된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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