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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팝콘정치> 선거 신경쓰다가…국회도서관장 인선은 ‘뒷전’인 與野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일단은 재보선 끝나고요, 그때는 지나봐야…”

우리나라 최대의 도서관으로 꼽히는 국회도서관의 관장이 임기 연장의 영광(?)을 얻게 됐다. 여야가 재보선 선거에 촉각을 곤두세우느라 이달 말 임기만료되는 국회도서관장 후임 인선을 ‘뒷전’으로 미루면서다. 국회도서관장은 특별한 흠이 없는 한 야당이 추천한 인사를 국회의장이 임명한다. 그런데 정작 추천권을 가진 야당 원내지도부는 “선거 때문에 신경 쓸 겨를이 없다”며 후임 인선에 무관심한 눈치다.

선거 결과가 정국에 미칠 파장이나 여야에 몰아칠 후폭풍을 감안할 때 여야 지도부가 이번 재보선에 사활을 거는 것을 이해 못 하는 바도 아니다. 문제의 핵심은 국회도서관장이 ‘정치권 몫’이라는 특이한 관행이 정치권 바닥에 뿌리 깊게 고착화 됐다는 것이다. 그 사이 도서관의 공공성은 여기저기서 균열을 일으키고 있다. 이미 수년 전부터 “책임지는 자 아무도 없는 조직에서 희망을 꿈꾸기 어렵다”는 사내 불만글이 국회도서관 홈페이지의 게시판을 장식하기 시작했다.

지난 1987년 정치권은 국회사무총장은 여당이, 국회도서관장 자리는 제1야당이 나눠 갖기로 합의했다. 역대 야당들은 국회도서관장에 정당 당료, 지구당위원장, 선거캠프 인사 등을 자리에 앉혔다. 하다 못해 어떤 기준에 따라 국회 도서관장을 인선했는지에 대한 공모 절차도 공개된 적이 없다.

국회 관계자는 “야당 원내대표가 추천권을 갖고 있다지만, 사실상 당 대표 권한으로 자기 사람을 찔러 넣었다”며 “철저한 전문성 검증이 이뤄지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에 지난해 12월 새정치민주연합 신기남ㆍ원혜영 의원은 ‘야당이 추천권을 갖고 있는 국회도서관장 임명권을 국민에게 돌려주자’는 내용의 문건을 만들어 국회의원 41명의 서명을 받고, 이를 국회의장과 여야 지도부에 전달하기까지 했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별 반응이 없다. 국회도서관도 여야의 밥그릇 대상인 모양새다.

세계 최대 규모의 도서관 중 하나인 미국 의회도서관의 경우 달랐다. 1987년 관장으로 임명된 프리스턴대 교수 출신의 역사학자 제임스 빌링턴은 정권의 바뀜과 무관하게 4반세기 동안이나 관장 자리를 지켰다. 미국 의회도서관장은 철저히 무당파성을 원칙으로 한다. 모두가 인정할 만한 석학이 관장을 맡는다. 지극히 상식적인 얘기다.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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