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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런 남자’ 브로 세번째 앨범은…가상과 현실사이 ‘현피’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파란 줄무늬 티셔츠에 적당한 키와 몸매, 눈썹 밑까지 내려온 앞머리와 흔한 검은 테 안경, 작고 앳된 얼굴, 다소 겁먹은 듯한 순한 눈...

낯이 익은 얼굴이었다. ‘어디서 봤더라. 분명 초면인데’,“우리 어디서 만난 적 있나요?”(기자) “글쎄요. 전 처음 뵙는 것 같은데.”(브로)

썸남썸녀를 흔들어 놓은 ‘그런 남자’‘고백했는데’ 두장의 싱글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얼굴없는 가수’ 브로(25)와의 첫 대면은 이랬다. 그러다가 잠시 후 의문이 풀렸다. 브로의 얼굴을 어디서 봤는지. 두번째 싱글 ‘고백했는데’의 뮤직비디오 웹튠의 주인공, 찌질이(?)가 바로 브로였다. 가상이 현실이 된 것이다.

‘얼굴없는 가수’의 계보는 셋이다.


외모 좋고 노래도 수준급인 경우다. 노래를 먼저 띄워놓고 ‘이 가수 누구야, 노래 좋은데’는 반응이 돌아오면 그때 얼굴을 깜짝 공개하는 방식이다. 베일에 가렸던 얼굴을 드러내는 순간, 세상은 또 한번 놀란다. 홍보효과는 극대화된다. 가수 조성모가 여기에 해당된다.

두번째는 얼굴이 당시 미적 기준에 모자란 듯한데 노래는 근사한 경우다. ‘나는 가수다’를 통해 비주얼 가수로 다시 태어난 김범수는 13년간 얼굴없는 가수로 활동했다. 심지어 빌보드 차트에 한국가수로는 처음 순위에 올라 인터뷰가 진행된 방송에서조차 선글라스와 측면 얼굴로 가려야 했다.

브로의 경우는 세번째 경우다. 세태를 반영한 독특한 노래와 풍성한 보컬, 순정만화 주인공같은 얼굴이지만 몸매가 안된 경우다. 브로는 2달동안 30킬로그램을 뺐다고 했다. “무엇보다 음악에 집중하고 싶었고요. 연습이 더 필요한데다 준비가 덜 된 상태였거든요.” 다이어트에 성공해 이제 슬슬 얼굴을 알릴 때가 됐다는 말이다.


브로의 노래는 SNS상에서 일어나는 날 것 그대로의 이야기를 담아낸다는 점에서 다른 가수들의 노래와 차별화된다. ‘180은 되면서 연봉 6000은 되는 남자’라는 가사로 화제가 됐던 ‘그런 남자’의 경우 ‘김치녀’ 논란에도 불구하고 뜨거운 공감을 불러일으킨게 사실이다.

“‘그런 남자’의 폭발적인 반응은 생각치 못한 일이었어요. 사흘간 전 음원차트에서 1위를 했고 가온 주간차트 1위까지 했으니까요. 여성비하 발언, 일베 논란 등 의도하지 않았던 반응도 있었지만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일베(일간베스트) 논란’은 그의 해명에 따르면, 자신은 일베 회원이며. 3만원을 주고 ‘그런 남자’ 배너 광고를 냈는데, 다른 커뮤니티와 달리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됐다. 수많은 일베 회원이 ’좋아요‘를 누르며 반응을 보였다. 브로는 ”그들은 나의 팬“이라고 말했다.

‘고백했는데’는 하루 음원차트 1위를 지키는데 그쳤지만 여전히 ‘그런 남자’와 짝을 이루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카톡과 웹튠을 활용한 독특한 뮤직비디오, 블랙코미디 같은 가사와 진지한 발라드의 반전의 재미는 기획의 승리라 할 만하다.

“원히트 원더에 대한 우려가 있는게 사실이지만 앞으로 나올 앨범도 충분히 기대할 만할 거에요. 소재에 제약을 두지 않기 때문에 할 얘기가 무궁무진하죠.”

브로는 세번째 싱글에 대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온라인 게이머들 사이에서 ‘현피 뜬다’는 말이 있어요. 게임을 하다 수틀리면 동네 어디로 나와 한 판 뜨자는 거죠. 세번째 싱글은 가상과 현실에서 일어나는 끔찍한 일을 브로식으로 풀어내려고 해요. 문제제기라기 보다 재미와 공감을 끌어내는 쪽으로요.”

온라인게임상에선 전사가 되어 초인적 힘을 다투지만 현실로 돌아오면 평범하고 초라한 모습일 뿐. 가상과 현실의 괴리에 착안한 노래다. 이번에는 뮤비없이 순수하게 음악으로만 전달할 예정으로 쟝르는 고민중이다.

곡은 소속사인 돌직구 뮤직의 대표가 이끄는 작곡가 그룹 키젠이 맡고 브로가 가사에 참여해 만들어진다.


브로는 가수 데뷔 과정은 일반적이지 않다. 브로는 운동 선수 출신이다. 초등학교, 중학교 시절 인천시와 경기도 수영대표로 뛰었다. 펜싱도 했다, 개인전에선 사브르가 주종목이다. 고등학교때 친구가 음악을 강하게 권유했다. 중학교때 음악선생님이 성악을 해볼 생각이 없냐는 말이 떠올랐다. 바로 현장을 뛰었다. 라이브 카페, 축가 등 노래하는 곳이면 어디나 무대에 섰다. 그렇게 7년을 보냈다. 취객에개 맥주 500cc잔으로 맞아도 봤지만 즐거웠다. 그때 그의 꿈은 27살 전에 음반을 내서 1위를 해보자는 거였다. 어느날 돌직구 박건우 대표를 만났다. 기초를 배우지 못한 그는 곧 발성과 음정, 박자 등 6개월동안 지옥훈련에 들어갔다.

“처음 레코딩했을 때 내가 이 정도로 엉망이었나 놀랐어요. 지난 7년보다 더 많은 걸 배운 시간이었어요.”

브로는 박 대표의 페르소나다. 사실 도발적이고 위험한 컨셉의 노래를 선뜻 부르겠다고 나설 가수는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이제 브로의 꿈은 라이브무대에 서는 것. “모든 보컬들의 꿈이죠. 대중들앞에 서는 게.”

그 첫 무대가 8월1일 보령 머드 크레이지 K- EDM 페스티벌이다. 유일하게 발라드가수로 무대에 선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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