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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사람> 보이스피싱 범인 잡은 문정민 SK증권 차장, “증권 대포통장도 조심하세요”
[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보이스피싱 조직원을 직접 제압했다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문정민(51) SK증권 WM지원팀 차장의 인상은 선하기 그지 없었다.

“제 일인 걸요”라며 주위의 박수를 낯설어하는 문 차장의 얼굴은 흔히 생각하는 의협심이나 공명심보다는 20년 넘게 증권맨으로 살아온 성실함이 가득했다. 자칫 위험할 수도 있는 현장으로 뛰어가게 만든 원동력은 바로 고객의 피해를 막으려는 성실함과 직업 의식이었다.

문 차장이 보이스피싱 조직원을 잡은 건 지난 15일. 의심계좌를 점검하던 중 100만원씩 지속적으로 은행 CD기를 이용해 출금이 이뤄지는 걸 발견했다. 곧바로 지급정지 조치를 취한 문 차장은 조금전까지 출금이 이뤄지던 CD기가 불과 5분 거리에 위치한 곳이란 걸 알고는 망설이지 않고 동료 직원 2명과 함께 한달음에 뛰어갔다.

“빨리 쫓아가지 않으면 돈을 빼내 바로 이동할 수 있잖아요. 지급정지된 걸 알고 숨어버리면 안되니까요.” 문 차장은 현장에서 증권사 카드를 여러개 든 20대 남자를 보고 범인임을 직감, 동료들과 함께 덮쳤다. 의외로(?) 별다른 저항없이 붙잡긴 했지만 경찰이 오기까지의 5분이 정말 길었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적발된 대포통장 가운데 증권사 계좌는 월 평균 0.1%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지난 5월 현재 5.3%로 급증했다. 이런 대포통장은 보이스피싱에 이용된다. 증권사들도 보이스피싱에 긴장의 끈을 조이는 이유다.

문 차장은 “보이스피싱이 적발되더라도 90% 이상은 이미 피해가 발생한 뒤”라며 “특히 자금사정이 어려운 사람들이 대출을 우대해 준다는 등의 꾀임에 쉽게 넘어가 피해를 당하는 경우가 많다”며 안타까워했다.

“사실 저희 팀만으로는 그 많은 계좌를 일일이 구별해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일선 지점에 있는 직원들의 관심과 노력이 절대적으로 중요하죠.”

문 차장은 또 자신의 계좌가 범죄에 악용되는 걸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우가 많다며 대포통장에 대한 경계심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이스피싱 조직들이 직접 계좌를 만드는데 한계가 있기때문에 요즘엔 안 쓰는 계좌를 넘겨 달라는 문자 메시지를 무차별적으로 뿌리고 있다”며 “그걸 보고 몇 십만원을 받고 계좌를 넘길 정도로 일반인들이 대포통장에 대해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문 차장은 이번 일로 영등포경찰서로부터 표창을 받았다. 덕분에 군대에 있는 아들에게도 어깨가 으쓱해졌고 부인에게서 칭찬도 들었다며 환하게 웃었다.

“위험하니 가지 말라는 분들도 많은데, 이런 일이 자주 있는 건 아니라서요.”

같은 일이 생기면 또 직접 출동하겠냐는 질문에 문 차장은 말끝을 흐렸지만 고객을 위하는 그의 속마음에서 이미 답은 나와 있었다.

kw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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