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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 포럼 - 최정철> 공예, 손으로 만나는 문화
공간 구성을 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하는 것 중 하나가 그 공간을 활용하는 사람의 활동 반경이다. 즉 손닿는 범위다. 사용자의 양 팔 안에 자주 사용하는 물건들을 배치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손길이 닿는 반경은 곧 관심의 반경을 대변한다.

때로는 사용자의 의도가 공간 배치에 적극 반영되기도 한다. 익숙하지 않은 물건을 의도적으로 손이 지나는 길목에 두어 생활 속에서 그 쓰임을 늘리기도 한다. 독서량을 늘려야겠다는 각오에 부흥해 구석에 있는 책장을 거실로 옮긴다거나, 자꾸 잊게 되는 비타민을 서랍에서 꺼내 식탁 한가운데 두고 꼬박꼬박 챙길 것을 다짐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처럼 손이 닿는 범위로 대상을 가지고 들어와 친숙하게 만드는 ‘활동반경의 법칙’을 우리 문화에도 적용해 보면 어떨까. 특히 놀라운 손기술로 세계적으로 그 우수성과 아름다움을 인정받고 있는 한국의 공예를 사람들이 더 자주 접할 수 있도록 한다면 공예로 인해 우리의 삶이 더 풍요로워지지 않을까. 문화역서울 284에서 얼마 전 막을 내린 ‘2014 공예플랫폼’에서 필자는 이 ‘활동반격의 법칙’을 공예와 접목 시킬 수 있는 큰 가능성을 목도했다.

‘2014 공예플랫폼’은 우리의 손길이 가장 많이 닿는 곳 중 하나인 식탁 위로 공예품들을 올렸다. ‘공예가 맛있다’라는 주제 아래 모인 식문화 중심의 공예품은 음식을 담는 구실도 했지만 맛을 돋우어 주는 역할도 하면서 관상용 작품이 일상용품으로써의 공예로 관람객들을 만났다. 관람객들은 그곳에서 실용적인 쓰임새를 가진 공예품을 자유롭게 만져보고 현장에서 구입도 하면서 더 이상 공예가 유리관 속 작품이 아니라 손에 잡히는 생활용품임을 느낄 수 있는 기회도 가졌다. 작품을 감상하는 ‘눈높이’가 아니라 직접 사용하는 ‘손의 높이’에 초점을 맞춘 이번 전시에서 필자는 공예 유통의 활성화와 대중화의 새로운 미래를 볼 수 있는 값진 기회를 얻었다.

전시 기간 동안 외국인 관람객들도 다수 전시장을 찾아 손으로 직접 만지고 구입하며 전시를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이 경험을 통해 얻은 생각은 더욱 다양하고 적극적인 형태의 해외 전시도 고안할 수 있겠다는 가능성이었다. 올 초 밀라노, 영국 전시를 성황리에 치르고 하반기 프랑스에서 열리는 메종&오브제, 텐트런던, 중국 초청전 등 대규모 해외 전시를 앞두고 우리의 공예가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한곡 공예를 조금 더 대중적으로 널리 알리는 적기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그 방법이 바로 손 높이에 초점을 맞춰 공예의 현대적 쓰임새를 부각시키는 친근한 시도였으면 하고 생각해 본다.

흔히들 어떠한 대상에 친숙하게 다가가고 공감을 이끌어 내려면 ‘눈높이를 맞춰라’라는 말을 많이 한다. 그러나 진정으로 삶의 가운데로 들어가 일상이 되려면 눈보다는 손의 높이를 맞춰야 함을 기억해야 한다. 40년 넘게 사랑 받고 있는 국민 스낵의 광고 카피가 ‘언제든지, 어디서나, 아이 손, 어른 손, 자꾸만 손’이 가게 하는 것이 가장 친근해 지는 비법임을 이미 증명하지 않았는가.

최정철 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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