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저성장 · 축소균형 · 성과부재 극복을”…뿔난 회장님들 ‘거침없는 돌직구’
흐지부지된 규제개혁에도 일침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첫 공식대면한 경제 5단체장의 발언에는 묵직한 단호함이 서려있었다. 인사말부터 새 경제팀이 추진하고 있는 사내유보금 과세 정책을 비롯해 통상임금, 규제 개혁 등 민감한 현안을 피해가지 않았다. 1시간 30분동안 비공개 만남이 끝난 이후에도 경제 5단체장은 “입장을 잘 전달했다”고만 밝혀 격론의 여운을 전했다.

재계의 선봉은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었다. 박 회장은 모두발언을 통해 “지속되는 경제위기의 영향”이라고 전제했지만, “거시경제가 지나치게 안정적으로 운영돼왔다고 생각한다”며 박근혜 정부의 지난 경제정책에 일침을 가했다. 그는 “경제는 심리다. 경제주체들 간의 경기회복에 대한 자신감을 조속히 회복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며 “3대 함정인 저성장, 축소 균형, 성과 부재를 극복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세월호 참사 이후 흐지부지된 규제 개혁 논의에도 채찍을 날렸다. 박 회장은 “사전규제는 일을 벌이는 것을 막는 것이고 사후규제는 말썽의 재발을 막는 것인데, 사전규제를 가급적 없애고 사후규제 위주로 바꿔 창업과 신사업을 벌이는 것이 쉽도록 해달라”고 강조했다.

재계의 신사로 알려진 허창수 전경련 회장도 현안을 피하지 않았다. 허 회장은 “사내유보금 과세는 정책적 필요성보다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며 “조금 더 폭 넓은 논의를 거쳐 신중하게 판단해달라”고 돌직구를 날렸다. 여당 원내대표 출신의 경제부총리라는 점을 염두에 둔 듯, 정치력을 좀 더 발휘하라는 지적도 빠뜨리지 않았다. 허 회장은 “내수경제 활성화 법안들이 국회에 계류 중인데 (법안 처리가) 지속적으로 추진돼 경기 회복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부총리께서 각별히 신경 써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공석 중인 회장 대신 참석한 김영배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은 노동계 현안을 모조리 쏟아냈다. 김 부회장은 “내수진작을 위해서는 기업의 경쟁력이 굉장히 중요한데 최근 통상임금, 정년연장, 근로시간 단축 문제 등이 겹치면서 임금협상 타결률도 작년의 절반 수준으로 더디다”며 정부 대책을 촉구했다.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서도 “우리나라 비정규직 근로자 95%가 중소기업에서, 그 가운데 70%가 30인 미만의 소기업에 고용된 상황”이라며 이러한 점을 고려해 정책을 펼쳐달라고 건의했다.

한덕수 무역협회 회장은 최근 엔화약세, 원화절상 등의 여건을 지적하며 “무역업계 경쟁력 강화를 위한 규제 개혁”을 주문했고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위한 내수진작 방안 마련”을 강조했다.

한편 이같은 경제단체장들의 요구에 대해 최 부총리는 ‘기업의 부담을 최소화 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상의 박 회장은 간담회 직후 헤럴드경제와 만나 “총리가 의지를 표명했고 우리도 입장을 잘 전달했다”고만 밝혔다. 사내유보금, 통상임금 문제 등 재계 현안에 대한 구체적 해결책을 묻는 질문에는 답변을 하지 않았다. 정부와 재계가 서로의 입장만 확인했을 뿐 각종 현안과 논란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이나 해결책 논의까지는 이르지 못한 모습이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한 재계단체 관계자는 “첫 만남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논의보다는 서로의 입장을 전하고 의지를 확인하는 자리였다고 보면 된다.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면서도 “단체 별로 많은 건의를 전달했는데 새 경제팀의 경제정책에 반영이 어떻게 될지는 두고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sjp10@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