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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동차 복합할부금융,'봉이 김선달'식 영업?
복합 · 일반할부 금리 2%가량 차이
차제조사 복합할부 때문에 경쟁력 저하…정부에 복합할부 금지 공식 건의

카드사 · 할부금융사 · 소비자단체 등…“상품 폐지땐 수익악화 존치필요”



현대차그룹이 신용카드업계와 자동차 구매방법을 놓고 신경전이다. 계열사인 현대캐피탈이 사실상 독점해 온 현대ㆍ기아차 할부금융 시장을 신용카드사들이 복합할부금융으로 공략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ㆍ기아차가 한국자동차산업협회를 통해 정부에 복합할부금융을 아예 금지해달라는 공식건의까지 할 정도다. 헤럴드경제 취재 결과 소비자입장에서는 복합할부금융이 다소 유리했지만, 현대차그룹도 말 못할 속사정은 분명 있다.

▶복합할부금융, 2% 가량 저렴=일반 할부는 할부금융사가 제조사에 차 값을 먼저 내고, 소비자는 원금과 이자를 이를 매달 나눠 갚는 방식이다. 제조사-할부금융사-소비자 간의 거래 구조로 정해진 이자율 외에 캐시백 등 추가할인은 없다.

복합할부는 소비자가 신용카드로 차 값을 결제하면 카드대금을 할부금융사가 대신 갚고, 소비자는 할부금융사에 매달 할부금을 낸다. 이 과정에서 카드사는 제조업체에게 가맹점수수료를 받고, 이를 재원으로 할부금융보다 약 2%가량 구매비용을 낮춰준다. 할부이자 할인과 캐시백을 통해서다. 특히 할부금융사는 자동차 판매사원에게도 일정 부분의 인센티브를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헤럴드경제가 국내 한 카드사에 의뢰해 실제 복합할부금융과 일반할부의 소비자 총비용을 비교해 봤다. 차량가격 2860만원인 LF쏘나타 2.0 프리미엄 모델을 기준으로 36개월 할부를 적용했다. 일반할부의 경우 연 6%의 이자율을 적용하면 총비용은 3174만4005원이었다. 반면 보통 1%의 금리를 할인해주는 복합할부금융(연 5% 이자율 적용)을 적용하면 총비용은 3127만5797원이 된다. 여기에 캐시백 할인 0.4%, 11만4400원까지 빼면 최종 비용은 3116만1397원으로 낮아진다. 차 값의 2%가 넘는 58만2608원의 차액이다.

▶제조사가 내는 카드수수료로 할인해주는 셈…현대차그룹 발끈=복합할부금융은 결국 제조사가 내는 약 1.9%의 카드수수료를 카드사와 할부금융사, 소비자가 나눠갖는 구조다. 계열 할부금융사를 갖고 있는 현대ㆍ기아차로서는 약이 오를만한 구조다.

현대차그룹 입장을 대변하는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카드사들이 기존 할부금융 구조에 형식적으로 끼어들어 아무 역할은 하지 않으면서 가맹점 수수료로 재미를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복합 할부금융 시장 규모는 2010년 8654억원에서 지난 해 4조5906억원으로 급성장했다. 반면 이 기간 현대캐피탈의 할부금융 여신은 5조1849억원에서 4조8145억원으로 줄었다.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현대차가 삼성카드 등 카드사들에 지불한 가맹점 수수료는 4년간 총 1872억원에 달한다”며 “이같은 지출이 계속된다면 자동차 업체들의 경영 부담을 가져와 결국 차량 가격인상을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계열사인 현대카드도 복합할부금융을 취급하고 있지만, 현대ㆍ기아차는 복합할부금융 상품을 취급하는 카드사와는 가맹점 계약을 해지하는 방안까지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복잡한 이해관계=금융감독원은 지난 3월 현대차그룹의 건의대로 복합할부금융 폐지로 방향을 잡았다가 카드사와 중소할부금융사의 반발로 속도를 조절했다. 이후 공청회를 통해 카드사와 할부금융사, 제조사, 소비자단체, 전문가 등을 불러모아 의견수렴 과정을 거쳤지만 좀처럼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각각의 입장차가 크다”며 “다양한 각도의 의견수렴으로 업계 간 이견을 좁히는데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수수료를 내고, 시장점유율까지 빼앗기는 형편인 현대차그룹을 제외하고는 카드사와 중소할부금융사, 그리고 소비자단체 등은 모두 복합할부금융 존치를 주장하고 있다.

서영경 YMCA 신용사회운동국 팀장은 “(복합할부금융은) 소비자들에게 분명 이득이 있고, 시장경쟁을 유도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보호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연간 12조원의 이익을 내는 현대ㆍ기아차에 수 천 억원의 수수료 부담이 작은 듯 보이지만, 내수시장에서 얻는 이익비중이 상당한 사업구조를 감안하면 상당한 부담이 될 수도 있다”며 “대한민국 경제의 기둥인 현대차그룹과 다른 카드사간의 갈등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tig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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