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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월호 100일, 끝나지 않은 이야기] “이제 할 만큼 했다는 게 대체 무슨 말인가?” 원불교 자원봉사자 김소원 씨의 일침
[헤럴드경제(진도)=이지웅ㆍ배두헌 기자]진도에는 아직도 변함없이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진도 실내체육관 옆 원불교봉공회 자원봉사자들도 그중 하나다. 이곳 봉사자들은 희생자 가족들과 한 마음으로 지내며 빨래 봉사를 주로 하고 있다. 지난 18일 습한 날씨에 빨래가 잘 마르지 않자 후끈한 천막 속 더위에도 아랑곳 않고 한 봉사자가 선풍기 히터를 틀어 빨래를 말리고 있었다.

원불교 성직자인 김소원(52ㆍ여ㆍ사진) 교무. 그는 기자가 몇 마디 말을 시키기도 전에 빨래 건조대 2개를 갖다달라고 부탁했다.

건조대를 들고 와 함께 빨래를 널기 시작했다. 그는 “기자들도 여기와서 나한테 말 시키면 다 봉사하고 갔어요”라며 웃었다.

김 교무는 사고 당일부터 100일이 다 되도록 한 자리를 지켜왔다. 그는 다른 자원봉사자들 사이에서 조심스럽게 희생자 가족에 대한 볼멘소리가 나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체육관 안의 젊은 가족들이 모여 앉아 스마트폰을 들여다 보는 사이로 나이가 지긋한 봉사자들이 가서 청소를 하다보면 마치 시중을 드는 것 같아 언짢은 기분이 든다는 것이었다.


김 교무는 이에 대해 “순간 그런 생각이 들 수 있지만 그 생각을 내려놓고 내가 여기에 뭐하러 왔는지를 떠올려보아야 한다”고 했다.

“여기 찾아온 자원봉사자들 모두 처음에 실종자 가족들이 괜찮아지게 도우려고 온 거잖아요. 그래서 그 덕분에 가족들이 좀 회복해서 괜찮아졌더니, 이제는 괜찮아진 것 같다고 기분 나쁘게 생각하면 안 되는 거죠.”

진도 바깥에서는 ‘실종자 수색을 이제 그만 하자’라는 여론이 존재한다는 것에 대해 김 교무는 매우 속상해했다.

“이 사고의 당사자라고 생각해봐요. 살릴 수도 있었던 300명이 죽은 거면 정말 세계적인 대형사고입니다. 남의 일이라고 그렇게 형식적으로 끝내려고 하는 게 참…. 이런 엄청난 사고를 두고 ‘이제 할 만큼 했다’ 하는 게 도대체 무슨 말입니까?”

그는 광주에서 일어난 헬기 추락 사고를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도 그 사고의 원인이 마치 실종자 가족들인 것처럼 몰아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소방관분들 너무 안됐지요. 그런 거보면 이제 그만했으면 하는 말도 이해는 가죠. 근데 헬기 사고는 헬기의 안전 문제로 그런 거잖아요. 유가족들이 추락시킨 게 아니잖아요. 그 비난의 화살을 희생자 가족들한테 그렇게 돌려서는 안돼요.”

김 교무는 “사고 여파로 경기가 안 좋아져서 먹고 살기 너무 어려워진 분들, 직접적으로 피해보신 분들 특히 진도 주민들을 생각하면 너무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그런 분들이 뭐라고 하시는 것은 솔직히 이해가 되죠. 그런데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희생자 가족들에게 매몰차게 나쁘게 말하면 정말 안 되는 거예요”라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plat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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