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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말레이機 피격] “MH17기, 폭풍우 피하려 예정항로 보다 낮게 비행”
[헤럴드경제 =한지숙 기자]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서 미사일에 의해 피격돼 승무원 15명을 포함한 탑승자 298명이 전원 사망한 말레이시아 항공 여객기(편명 MH 17)가 사고 당시 뇌우를 피하기 위해 예정된 항로 보다 낮게 비행하고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MH 17이 말레이항공이 암스테르담에서 쿠알라룸푸르로 갈 때 주로 쓰는 항로에서 북쪽으로 수마일 떨어진 부근에서 격추됐다는 점에서, 이 항로를 비행해 본 경험이 있는 파일럿들이 이런 주장을 펴고 있다.

19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유럽 조종사들 단체인 유럽조종석협회장인 니코 부르바흐는 MH 17가 기상 악화를 피하려다 지대공 미사일의 조준기에 포착됐을 수 있다는 가설을 폈다.


네덜란드 항공 KLM에서 지난 초여름에 같은 항로를 비행한 적이 있다는 부르바흐 회장은 가디언에 “그들이(MH 17 조종사들) 폭우를 피해 우회하고 있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사고 당시) 뇌운이 있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항공관제센터에 오른쪽, 왼쪽으로 틀지 묻고 허락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MH 17기 조종석은 애초에 우크라이나 영공에선 고도 3만5000피트 이상으로 비행할 것을 주문받았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영공에 진입했을 때 MH 17기 조종석은 현지 항공관제센터로부터 다른 비행기와의 총돌을 피하기 위해 3만3000피트로 날도록 지시받았다.

말레이시아 항공은 조종사들은 현지 당국의 지시를 따라야한다고 말했다.


리우 티옹 라이 말레이시아 교통장관은 기자회견에서 “MH 17가 당시 비행한 항로는 ‘하늘의 고속도로’와 같이 많은 항공편들로 붐비는 항로다”면서 “수백대의 비행기가 이용하는, 국제항공당국에 의해 정해진 노선이라”고 강조했다.

리우 티옹 라이 장관은 “MH 17는 지역 항공관제센터에 의해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정해진 고도로 비행했다. 비행기 조종석은 규칙을 준수했다”고 덧붙였다.

MH 17이 기상 악화 탓에 고도를 바꿨다는 주장에 대해 말레이시아항공 측은 당시 조종석으로부터 이를 암시할 어떤 보고도 없었다고 밝혔다.

말레이시아 항공은 또 국제항공운송협회가 지난 4월에 크림반도를 비행 위험 지역으로 규정한 뒤 자사 비행기는 그 지역을 비행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다른 국적 민항기들이 우크라이나 동부 갈등이 고조된 지난 3~4월께 이미 우크라이나 영공을 우회하도록 항로를 변경, 대처했다는 점에서 말레이시아항공의 상황 판단이 적절했는 지에 대해선 의문이 남는다.

이와 관련 영국 민간항공관리국은 영국항공을 포함해 영국 국적 항공기들에게 크림반도 근처 흑해 주변을 비행하지 말도록 권고했지만, 일부 국가는 북유럽과 남아시아를 잇는 ‘항공 고속도로’인 이 항로를 계속 사용하고 있었다고 가디언은 지적했다.

말레이시아항공도 우크라이나 동부 항로를 변경하지 않은 10여개 항공사 중 하나였다는 얘기다. 실제 MH 17이 피격된 지점에서 멀지 않은 주변을 인도항공의 보잉787과 싱가포르항공 777편도 날고 있었다. 우크라이나 항공 당국은 자국 영공에 진입하는 민항기에 대해 고도 3만2000피트 이상 비행을 권고했을 뿐이다.

유럽 조종사 3만8000명을 회원으로 둔 유럽조종석협회는 이번 주에 열릴 회의에서 더 엄격한 규칙 도입에 관해 논의하기로 했다. 갈등 지역 비행 전면 금지, 초과 비행 시간 등이 논의 대상에 포함될 예정이다.

말레이항공이 피격된 뒤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 모든 영공은 폐쇄됐다.

/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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