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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크엔드] 감 · 성 · 도 · 둑…내 마음을 훔친 캐릭터
태권브이서 또봇까지 토종캐릭터 열풍…‘원소스 멀티유즈’ 파급효과 상상초월…소비자 정서 움켜쥔 고부가가치 창의산업
1976년 7월 하순, 국산 만화영화 ‘로보트 태권브이’가 개봉하자 온 나라가 들썩였다. 아톰, 철인28호, 마징가Z 등 일본 로봇 캐릭터만 보던 당시 청소년들에게 광화문 이순신 장군을 닮은 국산 로봇 태권브이는 영웅이었다. 키 56m, 몸무게 1400t. 소양강댐 40기를 합쳐놓은 800만㎾ 파워로, 외산 로봇들의 스펙을 멀찌감치 따돌렸다.

‘달려라 달려 로보트야, 날아라 날아 태권 브이….’ 주제곡은 그해 최고 히트곡이던 송대관의 ‘쨍 하고 해뜰 날’과 함께 속 시원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면서 국민동요의 반열에 올랐다. 농촌 초등학생 신발은 고무신에서 로봇 태권브이 캐릭터를 부착한 운동화로 대거 교체된다. 소년잡지 ‘어깨동무’는 부록으로 깡통로봇의 다양한 동작 그림을 제본한 미니북을 제공했다. 오른손 엄지손가락으로 ‘휘리릭’ 넘기면 마치 만화영화같은 움직임을 느끼게 하는 것으로, 눈의 잔상현상을 이용하는 애니메이션 기본원리를 일깨운 교재였다. 개봉 5년만에 시도했던 수출은 끝내 이뤄지지 못했지만, 캐릭터 하나가 사회, 경제적으로 큰 파급효과를 낳는다는 점, 즉 ‘굴뚝없는 창의 산업’이자 ‘원 소스 멀티 유즈’의 전형임을 실감하는 소중한 체험이었다.표 생성


1983년 소년잡지 ‘보물섬’ 연재만화로 등장한 ‘둘리’는 단순하면서도 다양한 동작과 표정을 담았다. 김수정 작가의 둘리는 1987년부터 TV만화영화로 인기를 끌면서, 국산 캐릭터 세계화의 꿈을 실현시키는 첫 주자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1996년 극장판 애니까지 개봉하면서 3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선전했고 2009년 ‘뉴 둘리’로 리바이벌되면서 브랜드가치가 1000억원을 넘는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첫 출시전 전략, 입체적ㆍ전략적 확대재생산 작업의 부재로 세계시장을 호령하지는 못했다. 그래도 캐릭터와 애니메이션 영화 1번지인 부천은 둘리를 명예시민으로 삼았다. 남극 출신 둘리가 처음 한국에서 터 잡은 서울 도봉구 쌍문역은 머지않아 ‘둘리’역으로도 불리게 된다. 캐릭터의 매력은 이처럼 상상을 뛰어넘는다.


글로벌 전략에 성공한 캐릭터는 2003년 최종일 아이코닉스 엔터테인먼트 대표가 탄생시킨 뽀로로이다. 120개국에 팔려 6조원의 브랜드가치를 가진 것으로 평가받는 뽀로로의 성공비결은 기존의 에듀테인먼트 캐릭터와는 달리 교육보다는 엔터테인먼트의 비중을 높이고, 타겟층을 유아(3~5세)로 정한 시장전략을 들수 있다. 여기에, 극지방에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글로벌 웃음코드에 맞게 구성하고 라이벌 펭귄 캐릭터인 스위스의 핑구(Pingu)를 철저히 분석해 유아친화적 색감, 움직임, 자유로운 표정과 행동 연기를 유도한 콘텐츠 전략이 어우러진 것이다.


2014년 ‘라바’와 ‘또봇’, ‘폴리’와 ‘타요’ 등 국산 캐릭터 열풍이 다시 거세다. 선배 캐릭터의 성공과 좌절을 교훈삼아 준비와 실행전략이 치밀하다. 유투브, SNS 등 다양한 채널을 이용하는 면에서는 선배들을 능가한다. ‘뽀통령’의 뒤를 이어 세계 어린이공화국 총리를 노리는 로보카 ‘폴리’는 벌써 100개국에 판로를 뚫었고 ‘라바’는 40개국에 수출한다.

표현주의와 추상미술에 몰두하던 리히텐슈타인이 미키마우스를 아빠의 작품 보다 더 좋아하는 아들에게 자극 받아 만화캐릭터 같은 팝아트로 전향하면서 세계적 스타가 되고, 미국 애니 ‘겨울 왕국’이 노르웨이 관광객 급증현상을 빚은 것은 캐릭터가 단순한 원소스 멀티유즈의 효능을 뛰어넘고 있음을 말해준다.


리히텐슈타인이 말했듯 만화캐릭터가 갖는 다층적 감정, 쿨한 표현법이 갖는 긴장감은 현실보다 더 큰 감동을 안긴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다. ‘감성 도둑’이다. 캐릭터는 소비자 정서를 움켜쥔다는 점에서 고부가가치 창의 산업의 쌀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원장 홍상표)이 제작과 유통은 물론, 글로벌판로개척 지원 등 마중물을 아낌없이 붓는 것은 이처럼 분명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함영훈 기자/abc@heraldcorp.com

사진=윤병찬 기자/yoon4698@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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