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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근거 없는 공포의 재확산?…그대 이름은 식품첨가물
[헤럴드경제=한석희 기자]“커피믹스에 가장 많은 첨가물 카제인도, 두번째 많은 첨가물 인산염도 전혀 넣지 않았다”(남양유업 ‘프렌치카페 카페믹스 누보’) 이 광고 문구 하나가 2013년과 2014년 길목에 있던 식품업계를 흔들어 놓았다.

‘인산염’에 대한 위해성이 다시 한 번 불붙은 것도 이 때부터다. 경쟁사들은 지난 2010년 카제인나트륨에 이어 또 한 번 ‘노이즈 마케팅’에 뒤통수를 맞았다고 혀를 내둘렀다.

요즘 인터넷 블로그나 TV 프로그램을 보다 보면 식품첨가물의 위해성을 고발하는 게 대부분이다. ‘암을 유발한다’에서부터 ‘뇌 손상, 천식, 우울증, 현기증, 두통을 유발한다’ ‘영양소를 파괴하고 독성물질을 생성한다’까지 그 내용도 다양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무첨가’ 라벨 하나만 붙이면 날개 돋힌듯 팔리고, 소비자들은 ‘무첨가’ 라벨 하나만 있으면 건강 밥상을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바로 여기서 식품첨가물에 대한 오해와 진실이 시작된다


■이유 없는 과민반응, ‘식품첨가물은 괴롭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해 일반 소비자 및 소비자단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는 흥미롭다. 무려 34.5%가 식품첨가물이 식품안전을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꼽았다. 환경호르몬(26.4%), 농약(13.5%), 유해미생물(12.2%), 중금속(9.3%) 보다 압도적으로 식품첨가물을 공공의 적(敵)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미국이나 일본도 마찬가지일까. 2011년 국제식품정보위원회(International Food Information Council Foundation)가 미국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들은 ‘박테리아에 의한 식중독’(50.0%)과 ‘수입식품’(15.0%)을 가장 두려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식품첨가물이 포함된 식품 속 화학물질은 고작 9.3%에 그쳤다.

일본 역시 사정은 다르지 않다. 일본 식품안전위원회가 2012년 실시한 ‘식품안전성에 관한 의식 등에 대한 조사’에서 일본인들은 유해 미생물에 의한 식중독(79.0%)과 방사성 물질을 포함한 식품(74.2%), 중금속 등의 오염물질(64.5%)에 비해 식품첨가물(53.8%)에 대해선 상대적으로 덜 불안해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에서만 유독 식품첨가물에 대한 공포가 크다는 것이다.

올 연초 식품업계를 뜨겁게 달궜던 ‘인산염’ 논란도 이의 연장선상에 있다.

식약처에 따르면 인산염은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식품첨가물전문가위원회(JECFA)에서 안전성이 확인된 품목이다. 우리나라 국민은 주로 백미나 우유 등을 통해 하루 평균 1193mg/day의 인(P)을 섭취하고 있으며, 이는 인(P)의 인체안전기준인 1일 최대섭취한계량(MTDI) 4200mg(체중 60kg 성인 기준)의 28%에 불과한 수준이다.

게다가 식품첨가물로 사용된 인산염의 인(P)은 식품원료에 천연으로 존재하는 인과 체내 대사과정이 동일하다. 인산염은 다양한 식품에 산도조절, 영양강화 등의 목적으로 사용되는데, 유통 중인 식품에는 일반적으로 0.1~1.6% 수준으로 사용되고 있다. 결론은 ‘한국인이 인산염에 과잉 노출됐다’는 정보는 과장된 것이다.


■식품첨가물에 대한 공포...진실과 오해

아내와 차에서 라디오를 듣다 ‘빵’ 터진 적이 있다. 한 요리 전문가가 ‘맛있게 먹으려면 MSG 넣으세요. 이런저런 논란도 있지만 맛있으면 되는 것 아닌가요’라는 말에 웃음이 터진 것. 하지만 곰곰이 생각하면 그만큼 우리는 MSG와 같은 식품첨가물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이 많지않다. 식품첨가물에 대한 근거없는 공포가 끊임없이 반복되고 재확산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여기서 잠깐. 식약처가 소비자들에게 식품첨가물 중 가장 피하고 싶어하는 식품첨가물이 무엇이냐를 질문한 적이 있다. 가장 많은 소비자들(20.8%)들이 아산화황을 꼽았으며, 아질산나트륨(18.1%), 식용색소류(16.1%), 소위 MSG로 불리는 L-글루타민산나트륨(15.7%) 등이 그 뒤를 이었다.

하지만 이 역시 우리 국민이 섭취하고 있는 식품첨가물 양을 알고 나면 이같은 공포가 얼마나 잘못됐는지를 쉽사리 알 수 있다.

식약처가 지난 2009년 우리 국민이 식품첨가물을 얼마나 섭취하고 있는지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한 결과, 이산화황과 아진산나트륨은 1일 섭취허용량의 10분 1 수준에 그쳐 모두 안전한 수준으로 평가됐다. 2010년엔 식용색소 황색제4호 등 9개 항목에 대한 1일 섭취량을 평가한 결과, 우리 국민의 평균 섭취수준은 1일 섭취허용량 대비 0.00~1.33%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 과거 수십년간 계속해서 위해성 논란을 겪고 있는 화학조미료 MSG는 어떤가. 사실 MSG는 식품첨가물과 관련된 논란의 축소판이라고 할 수 있다.

흔히 MSG는 신경세포를 파괴하는 독소로 인식되고 있다. 중국음식을 먹고 두통이나 구토, 메스꺼움 등의 증상을 일으킨다는 ‘중화요리 증후군’의 주범도 MSG라고 지목한다. MSG 생산업체들이 아무리 설명을 하려 해도 소비자들은 곧이 들으려 하지 않는다.

MSG는 식품 제조ㆍ가공 시 맛과 향을 증가시키기 위해 사용하는 식품첨가물로 아미노산인 글루타민산의 나트륨염인 ‘L-글루타민산나트륨’을 통칭해 부르는 말이다. 흔히 MSG를 화학제품에서 얻는다고 알고 있지만, 사실은 글루타민산 생산능력을 가진 미생물을 이용한 발효법으로 얻어진 글루타민산을 중화ㆍ정제해 나트륨 염 형태의 L-글루타민산나트륨이 만들어진다.

특히 글루타민산은 유제품이나 육류, 어류, 채소 등과 같은 동ㆍ식물성 단백질 함유 식품에도 천연으로 존재하고 있는 물질이다. 게다가 MSG는 저염 효과도 있다. 실제, 일반인들이 맛을 느끼는 최저농도가 소금은 0.2%, 설탕은 0.5%인데 반해, MSG는 0.03%의 매우 낮은 농도에서도 맛을 느낄 수 있다. 일반 소금과 함께 사용할 경우 전체 나트륨 섭취를 20~40% 가량 감소시킬 수 있다는 애기다. 무엇보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보건기구(WHO)에서 공동으로 설립한 식품첨가물전문가위원회인 JECFA에서 식품첨가물에 관한 독성평가 결과, MSG는 인체안전기준치인 1일섭취허용량(ADI)도 별도로 정하고 있지 않은 ‘NS(Not Specified)’ 품목으로 인체에 전혀 무해한 물질이다.

/hanimom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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