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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만질수록 커지는 의혹…“왜 경찰은 애초에 송씨 장부 압수 안했나?”
[헤럴드경제=이지웅 기자]서울 강서경찰서가 수사과정에서 2차례에 걸쳐 숨진 송모(67) 씨의 뇌물장부격인 ‘매일기록부’를 확보했다가 사본만 만들고 원본 장부는 다시 가족에게 돌려준 일을 반복한 사실이 드러나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다.

수 천억대 재력가 살인사건의 가장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는 재력가 본인이 작성한 금전출납 장부를 발견했으면 당연히 압수 절차를 밟아 확보했어야 하는데 왜 그러지 않고 주고받기 식으로 핵심 증거물을 다뤘느냐는 의문이다.

17일 서울남부지검과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강서경찰서는 지난 3월4일 송 씨 사무실 책상 서랍에서 장부를 발견하고 이를 송 씨 가족으로부터 받아 사본화한 후 장부는 가족에게 반환했다. 사본은 강서서가 보관했다.

강서서는 다시 6월19일 수사상 필요하다며 송 씨 가족에게 장부에 대한 임의제출을 요청해 받은 뒤 또 다시 사본화한 후 7월2일 장부를 가족에게 돌려줬다.

현재 장부는 지난 3일 사건을 송치받은 검찰이 송 씨 가족에게 임의제출을 요청해 받은 후 압수한 상태다.


이에 대해 한 법조계 관계자는 “일련의 사건에서 가장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은 경찰이 대체 왜 당시 장부를 확보했을 때 영장을 신청해서 압수하지 않았느냐는 것”이라며 “수사의 기초를 따져봐도 맞지 않으며 상식적이지도 않다”고 의문을 표했다.

재력가에 대한 살인사건이 벌어졌다면 돈 관계가 얽혔을 가능성이 높은데 ‘매일기록부’는 송 씨가 직접 작성한 금전출납 장부이기 때문에 사건의 핵심 단서가 될 수 밖에 없고 따라서 즉시 압수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당시 경찰은 살인사건이 뇌물사건으로 비화할 것이란 생각을 하지 않고 뇌물 부분은 수사 대상으로 삼지 않으려 했을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서울경찰청은 지난 16일 기자간담회에서 “당시 강서서는 살인사건에 주력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강서서는 검찰의 거듭된 문의에도 지난 15일까지 “사본은 없다”며 거짓말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에는 장부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했다 치더라도 검찰의 문의에도 거짓말을 한 것은 설명하기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따라서 경찰이 장부에 나오는 경찰관과 공무원, 정치인 등의 이름을 보고 의도적으로 수사를 축소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다. 아니면 현직 A 부부장검사 등에 대한 내용을 확보해놓고 검찰과 모종의 ‘딜’을 하려 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뒤따른다.

서울경찰청은 16일 “강서서는 시경 측에도 사본을 파기했다고 (허위)보고했다”며 강서서와 선을 그었지만 상명하복이 엄격한 경찰 조직에서 강서서 단독으로 그런 판단을 했을 것이라고 보는 이들은 많지 않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경찰이 압수 영장을 신청하려면 검찰에 해야 하는데 그러면 검찰이 장부에 적힌 뇌물 부분을 알게 돼 경찰이 압수 영장을 신청하지 않고 송 씨 가족에게 임의제출 받는 식으로 내용을 확보하고 있었던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plat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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