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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00년만의 귀향…고려의 손길을 만나다
국내에 한점도 없던 불경보관용기 나전경함
국립중앙박물관회, 日소장가에 구입·기증
세계적 희귀성 예술품…총 9점만 현존

모죽임·모란당초문등 나전칠기 특징 그대로
뛰어난 공예기술·예술성·양호한 보존상태
고려시대 최고 공예품으로 국보급 문화재



고려시대 공예 예술을 대표하는 나전칠기 유물 1점이 일본으로부터 우리 품으로 돌아왔다.

국보급 문화재로 꼽히는 고려 나전경함(螺鈿經函)으로 국립중앙박물관회(회장 김정태)가 일본 개인 소장가로부터 구입한 것을 기증받아 국립중앙박물관(관장 김영나)이 15일 언론에 처음 공개했다.

고려 나전경함은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예술품으로 이제까지 현존이 확인된 것은 모두 8점이다. 모두 해외 박물관이나 개인의 소장품이었다. 9번째로 확인된 이번 유물은 일본 개인 소장가로부터 국립중앙박물관회가 구입한 것으로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됨에 따라 국내 유일의 존재가 됐다. 


‘경함’이란 불교 경전을 보관하는 용도로 제작된 함이다. 이번에 공개된 고려 나전경함은 높이 22.6cm, 가로 41.9cm, 세로 20㎝의 크기로 무게는 2.53kg 이며 국립중앙박물관측은 제작시기를 이르면 12세기, 늦어도 14세기일 것으로 추정했다. 이 나전경함은 뚜껑 윗부분의 각 모서리를 둥글게 처리(모죽임)한 장방형의 상자 형태로 고려 나전경함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나전경함을 장식하고 있는 주무늬는 모란당초무늬(牡丹唐草文)이며 부수적으로 마엽무늬(麻葉文), 귀갑무늬(龜甲文), 연주무늬(連珠文)가 사용됐다. 자개를 얇게 갈거나(줄음질) 끊어내(끊음질) 일일이 붙여냈으며, 꽃이나 원형의 무늬 안쪽에 다시 선을 새겨 세부를 표현하는 모조법(毛彫法)도 나타나는데, 이는 조선시대 말기까지 계속 이어지는 나전칠기의 대표적 기법이다. 이번 공개 작품은 2만5000개 이상의 자개 조각을 손으로 정성스럽게 잘라 무늬를 형상화한 작품이라고 국립중앙박물관측은 밝혔다. 

 
국립중앙박물관 김영나 관장(왼쪽 두 번째)과 국립중앙박물관회 김정태 회장(하나금융그룹 회장ㆍ맨 왼쪽), 컬렉션위원회 신성수 위원장(왼쪽 세 번째)이 참석한 가운데 고려 나전경함의 언론 공개회가 15일 열렸다.

김영나 관장은 “뛰어난 공예기술과 예술적 가치, 완전한 형태와 양호한 보존상태 등을 고려했을 때 국보급의 가치를 지닌다”고 밝혔다. 고려 나전경함은 지난 1974년 결성된 후원단체인 (사)국립중앙박물관회의 컬렉션 위원회의 노력으로 제자리를 찾게 됐다. 컬렉션위원회 신성수 위원장(고려산업 회장)은 이날 공개회에서 “우리 위원회는 해외에 있는 우리의 국보급 문화재를 찾아내 구입해 기증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여러 경로를 통해 자료 찾던 중 일본 교토에서 개인이 소장 중인 고려 나전경함을 발견하게 됐다”며 “지난 2013년 가을 이후 여러 차례의 일본 방문과 소장자에 대한 설득 과정을 거쳐 어렵게 가져오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세계를 통틀어 9점밖에는 없는 유물인데다 일본에 현존하는 5점 중 3점이 중요문화재로 지정됐을 정도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국내에 한 점도 없던 것을 우리가 기증하게 돼 기쁘다”며 감격을 표했다. 

이번에 공개된 고려 나전경함(위)은 뚜껑 윗부분의 각 모서리를 둥글게 처리(모죽임)한 장방형 상자 형태로 고려 나전칠기의 특징을 잘 보여주며, 주로 모란당초무늬(아래)로 장식돼 있다.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

사진=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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