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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천연염색의 모든 것…나주 천연염색박물관 가보니…
영산강변 무성하게 핀 쪽풀 이용…빗물 담은 항아리서 썩혀 색소추출
매염제는 잿물…까다로운 전통염색…헹구고 말리고 5차례나 반복
알칼리성 완벽 제거 시간도 오래 걸려



[나주=김아미 기자] “이 음식 썩는 냄새가 천연염료에서 나는 거라고요?”

한국천연염색박물관(나주시 천연염색문화재단ㆍ이사장 강인규 나주시장)에 체험학습을 위해 모인 초등학생들이 코를 움켜쥐며 얼굴을 찡그렸다. 고무장갑을 낀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펄펄 끓인 청록빛 염료에 옷감을 담궜다 빼면서 “앗! 뜨거워”를 연발했다. 염색된 천에 동그라미, 하트, 구름, 대리석 등 고무줄로 ‘홀치기(옷감을 실로 견고하게 묶는 것)’ 하는 방법에 따라 신비로운 흰색 무늬가 새겨지는 것을 보며 학생들은 잇달아 감탄사를 내뱉었다.

천연염색은 천연 자원인 식물, 동물, 광물에서 얻은 자연의 색상을 다양한 기법을 통하여 면, 마, 견과 같은 천연섬유를 물들이는 것을 말한다. 사용되는 재료가 대부분이 식물이므로 식물염색이 천연염색의 대명사로 불려지고 있다.

나주시 다시면 백호로(회진리)에 위치한 천연염색박물관에서는 쪽(마디풀과 한해살이풀)을 이용한 천연염색을 직접 체험하고 작가들이 만든 천연염색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항균 작용이 탁월하고 아토피 피부염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천연염색은 기능적인 측면을 떠나 시간이 지날수록 색감이 자연스럽게 살아나는 특성 때문에 심미적인 측면에서도 매우 아름다운 것으로 평가받는다. 

▶양파껍질, 검정쌀, 포도껍질까지…천연염색 재료 다양 =영산강변을 따라 걷다보면 무성하게 핀 쪽풀을 볼 수 있다. 대표적인 습지 식물인 쪽은 홍수대비 작물로 나주 지역에서 많이 재배되고 있다. 쪽풀은 썩혀서 사용하기 때문에 냄새가 고약하다. 3월에 씨를 뿌려 꽃이 피기 전 삼복 더위를 즈음해 수확한 쪽풀을 빗물 담은 항아리에 넣어 염료의 색소가 추출될 때까지 2~3일 정도 썩힌다. 그 후 풀은 버리고 색소가 추출된 물에 소석회(消石灰)와 잿물을 섞어 꽃물을 만든다. 니람(泥藍ㆍ쪽가루) 염색의 원료인 쪽은 뭉친 기를 풀어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데 효과가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쪽즙은 치통을 가라 앉히고, 독과 벌레, 뱀에 물린 독을 풀어주며, 열감기를 앓는 어린이들에게 좋다.

해충에 물렸거나 부었을때도 효과가 좋은데 동의보감 탕액편 초부(草釜)에서는 쪽물을 들인 천을 ‘청포(靑布ㆍ쪽물을 들인 푸른 천)라고 표현하면서 ‘여러 가지 독, 돌림병의 열독, 어린이의 단독(丹毒) 등을 푸는데 쪽 우린 물을 마신다. 태운 재를 오랫동안 낫지 않는 악창이나 구창(灸瘡)에 붙이면 터지지 않고 아문다’고 기록돼 있다.

쪽 뿐만 아니라 양파껍질, 검정쌀, 쑥, 감물, 뽕잎, 메리골드 등 주변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모든 식물들을 염료로 사용할 수 있다. 특히 검은 콩은 신장계통에 좋고, 감물 염색은 자외선 차단과 방충효과가 탁월하다. 또 쑥은 항균작용과 함께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효과가 있다.

쪽의 색소는 물에 녹지 않는 불용성이므로 발효해서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고약한 냄새가 난다. 염료에 천연 섬유를 담가 5~10분 정도 주무르고 맑은 물에 여러번 세척하면 청녹빛에서 푸른빛으로 서서히 아름다운 빛깔이 나기 시작한다. 사진은 쪽물 들인 천들을 햇빛에 건조시키는 모습. [사진제공=나주 천연염색박물관]

▶헹구고 말리고 또 헹구고…천연염색, 후처리가 더 중요=천연염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매염제다. 매염이란 옷감과 염료를 매개시켜주는 기능을 말한다. 매염제는 섬유에 대한 친화력이 부족해 직접 섬유에 염색이 되지 않는 염료를 섬유와 결합시켜 잘 염색되도록 하기 위해 사용한다. 또 염색 후에도 색이 잘 빠지지 않도록 유지해준다.

전통적인 천연염색에서는 잿물, 석회, 철장, 오미자 등의 천연 매염제를 사용했으나 최근에는 알루미늄(명반), 철, 구리, 크롬 등의 합성 매염제를 사용하기도 한다. 나주 천연염색박물관에서는 쪽 염료에 잿물을 섞는 전통적인 방식의 천연염색을 볼 수 있다. 잿물 매염제는 알칼리 성분이 강하기 때문에 후처리가 매우 까다롭다. 맑은 물에 휘휘 젓는 듯이 헹궈내고 햇빛에 말리기를 5회 정도 반복한 다음 마지막에 끓는 물에 담궈 헹구고 다시 말린 후 완벽하게 건조되기 전에 다리미 열을 가하는 등 그 과정이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

배강희 천연염색지도사는 “후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천연염색 의류가 피부에 닿으면 아토피 등 피부질환이 더욱 심해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am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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