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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려 나전경함’, 우리 품으로…세계 9점, 국내 유일 ‘국보급 문화재’
〔헤럴드경제=이형석 기자〕고려시대 공예 예술을 대표하는 나전칠기 유물 1점이 일본으로부터 우리 품으로 돌아왔다. 국보급 문화재로 꼽히는 고려 나전경함(螺鈿經函)으로 국립중앙박물관회(회장 김정태)가 일본 개인 소장가로부터 구입한 것을 기증받아 국립중앙박물관(관장 김영나)이 15일 언론에 처음 공개했다.

고려 나전경함은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예술품으로 이제까지 현존이 확인된 것은 모두 8점으로 모두 해외 박물관이나 개인의 소장품이었다. 9번째로 확인된 이번 고려 나전경함은 일본 개인 소장가로부터 국립중앙박물관회가 구입한 것으로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됨에 따라 국내 유일의 존재가 됐다. 

[사진=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경함’이란 불교 경전을 보관하는 용도로 제작된 함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의 보존과학부 이용희 부장에 따르면 1231년 몽고의 침략으로 고려에서는 나라의 평안을 기원하기 위해 대장경을 만들고 이에 따라 불교 경전을 보관하는 경함이 대량으로 제작되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공개된 고려 나전경함은 높이 22.6cm, 가로 41.9 , 세로 20㎝의 크기로 무게는 2.53kg 이며 국립중앙박물관측은 제작시기를 이르면 12~13세기, 늦어도 고려 후기일 것으로 추정했다. 이 나전경함은 뚜껑 윗부분의 각 모서리를 둥글게 처리(모죽임)한 장방형의 상자 형태로 고려 나전경함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이 나전경함을 장식하고 있는 주무늬는 모란당초무늬(牡丹唐草文)이며 부수적으로 마엽무늬(麻葉文), 귀갑무늬(龜甲文), 연주무늬(連珠文)가 사용됐다. 자개를 얇게 갈거나(줄음질) 끊어내(끊음질) 일일이 붙여냈으며, 꽃이나 원형의 무늬 안쪽에 다시 선을 새겨 세부를 표현하는 모조법(毛彫法)도 나타나는데, 이는 조선시대 말기까지 계속 이어지는 나전칠기의 대표적 기법이다. 이번 공개 작품은 2만5천개 이상의 자개 조각을 손으로 정성스럽게 잘라 무늬를 형상화한 작품이라고 국립중앙박물관측은 밝혔다. 김영나 관장은 “뛰어난 공예기술과 예술적 가치, 완전한 형태와 양호한 보존상태 등을 고려했을 때 국보의 가치를 지닌다”고 밝혔다. 


고려 나전경함은 지난 1974년 결성된 후원단체인 (사)국립중앙박물관회의 컬렉션 위원회의 노력으로 제자리를 찾게 됐다. 컬렉션 위원회 신성수 위원장(고려산업 회장)은 이날 공개회에서 “우리 위원회는 해외에 있는 우리의 국보급 문화재를 찾아내 구입해 기증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여러 경로를 통해 자료 찾던 중 일본 교토에서 개인이 소장 중인 고려 나전경함을 발견하게 됐다”며“지난 2013년 가을 이후 여러 차례의 일본 방문과 소장자에 대한 설득 과정을 거쳐 어렵게 가져오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세계를통틀어 9점밖에는 없는 유물인데다 일본에 현존하는 5점 중 3점이 중요문화재로 지정됐을 정도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국내에 한 점도 없던 것을 우리가 기증하게 돼 기쁘다”며 감격을 표했다. 


신 위원장은 구매가에 대해서는 “국내 유일의 유물이자 국보급의 문화재를 두고 가격으로 환산한다는 것이 어울리지 않는다”며“그 가치를 따지기 어렵지만, 구매가는 고려 불화 이상이라고 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르면 구매가는 2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이 유물의 전(前) 소장자는 고미술상으로 6~7년전 일본 내 경매를 통해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지난 2010년 일본 학계에 의해 세계 9점째 고려 나전경함임이 확인됐다. 2011년엔 일본의 고미술 학자가 주니치신문 기고문에서 이를 두고 “완전한 모습의 작품이 나타난 것은 꿈만 같은 일”이라고 했을 정도로 역사적, 예술적 가치를 높이 평가 받았다. 국립중앙박물관측은 “사찰같은 곳에서 고려말 조선초 양국 교역의 결과물로서 일본으로 건너간 것이 아닐까 추정해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에 공개된 작품 이외의 나전경함으로는 도쿄국립박물관의 2점을 비롯해 기타무라 미술관(교토시 가미교구)과 도쿠가와 미술관(나고야시 히가시구), 개인 소장 1점 등 일본에 총 5점이 있으며, 대영박물관, 보스턴 미술관, 암스테르담 박물관에 각각 1점씩이 있다.

/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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