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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카지노냐 투자유치냐, 고민에 빠진 서울시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올림픽 주경기장이 있는 서울 잠실은 우리나라 올림픽의 성지로 통한다. 그만큼 쉽게 손대기 어려운 곳이다.

지난 수 년간 서울시는 노후화된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을 놓고 어떻게 보존할 지와 어떻게 개발할 지에 대해 고심에 고심을 거듭했다.

올해 들어 이전 예정인 한국전력 부지 7만9000㎡와 이전을 완료한 서울의료원 부지 3만2000㎡, 구 한국감정원 부지 1만1000㎡, 잠실종합운동장 부지 41만4000㎡ 등 같은 권역에 있는 개발 대상 부지를 모두 묶어 가까스로 코엑스~잠실운동장 국제교류 복합지구 개발계획을 내놨다.

그런데 지난달 말 변수가 생겼다.

싱가포르의 랜드마크 마리나베이샌즈호텔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세계 최대 복합리조트 운영업체 미국 샌즈그룹이 잠실에 약 1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제안해 온 것이다.

셸든 애덜슨(81) 샌즈그룹 회장은 지난달 27일 직접 방한해 서울시청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그는 약 126만㎡에 이르는 잠실운동장 일대에 호텔, 공연장, 체육관, 컨벤션센터, 카지노 등으로 이뤄진 복합리조트를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올림픽 주경기장은 그대로 남기되 잠실야구장은 개발이 무산된 용산역 부지에 돔구장으로 신축해 주겠다는 황당한(?) 대안마저 곁들였다.

샌즈 그룹은 허가만 해준다면 개발 방식에 있어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겠다는 입장이지만, 절대불변의 조건 하나는 고수했다. 이곳에 내국인이 입장할 수 있는 ‘오픈카지노’ 개설을 허가해 달라는 것.

박 시장은 ‘오픈카지노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거절했다. 첫 번째 거절 이유는 국내에 강원랜드 하나뿐인 오픈카지노의 추가 허가는 서울시 권한이 아니라 법적 제도를 정비할 수 있는 국회 권한이라는 것. 두 번째 이유는 앞서 시가 발표한 코엑스~잠실운동장 개발계획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샌즈사가 시가 발표한 개발계획에 맞춘다면 고려해볼 수 있겠지만 일방적인 개발계획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또 그는 “향후 잠실에 오픈카지노를 추가 허가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다 해도 샌즈사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며 “잠실이 어떤 땅이냐”고 되물었다. 올림픽의 성지로 의미가 깊은 잠실운동장을 카지노로 개발하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명분이냐 실리냐, 서울시는 복잡한 고민에 빠져 있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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