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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이프 칼럼 - 정덕현> 박봄 논란에 투영된 불공정함
1970년대에 있었던 대마초 파동을 떠올려보자. 윤형주, 이장희, 이종용이 그 첫 희생자로 구속되었고, 김추자, 신중현은 습관성의약품관리법위반 혐의로 구속되었다. 이후, 정훈희, 장현, 손학래, 임창제, 박인수, 김정호, 김도향, 이동원 심지어 조용필까지 무려 54명의 연예인들이 굴비 엮이듯 엮여 쇠고랑을 찼다. 사실 이들 중 대부분은 대마초가 마약인지도 인지하지 못한 상태였다. 대마초가 습관성의약품관리법에 포함된 것이 1970년이었고 실질적인 단속도 없었기 때문이다. 이른바 대마초 파동은 마약 단속이라기보다는 유신정권의 저항적인 대중문화 길들이기에 가깝다.

그 후에도 여러 차례 대마초와 연예인은 짝패처럼 따라다녔다. 이승철, 싸이, 전인권, 지드래곤, 김부선, 김성민, 주지훈, 전창걸, 신동엽 등등. ‘때만 되면’ 터져 나오는 연예인 마약 관련 소식들은 뉴스 지면을 가득 채웠다. 이를 두고 당대의 정치적 이슈를 가리려는 ‘충격 상쇄용’ 아이템이라는 음모론이 생겨나기도 했다. 이들 중 대부분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 다시 연예계로 복귀했지만 그 복귀가 성공적이지 못한 이들도 있다. 이를테면 필로폰 투약과 대마초 흡입으로 연예계를 잠시 떠났다 돌아온 김성민의 경우 여전히 대중들의 싸늘한 시선을 받고 있고, 대마초 흡입으로 역시 연예계를 떠난 전창걸도 대중들의 뇌리에서 사라져가고 있다.

물론 정치적 음모론이 바탕에 깔려 있다고 하더라도 어쨌든 마약과 관련된 연예인들은 그만한 대가를 치렀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최근 불거진 투애니원의 박봄을 둘러싼 마약류 밀반입 논란은 이런 보통의 양상과는 사뭇 다른 흐름을 보여준다. 마약류 약물인 암페타민 80정을 밀수입하려다 적발되었지만 검찰의 입건유예로 유야무야된 사건이 4년 만에 한 매체의 폭로로 드러나게 되었다. 여기에 대해 YG엔터테인먼트 양현석 대표는 직접 나서서 하나하나 해명을 했다. 박봄이 어린 시절의 충격으로 정신과 치료와 약물을 복용해왔고 따라서 암페타민은 마약 복용이 아니라 치료제였다는 것이며, 밀수 의혹은 바쁜 스케줄 때문에 박봄의 어머니와 할머니가 이를 처방받아 우편으로 전달받다 생긴 문제라는 것.

하지만 이러한 양현석 대표의 해명에도 불구하도 그러한 밀반입이 불법이라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대중들이 의아하게 생각하는 건 이 연예인과 관련된 마약 논란이 불거져 세간을 이미 뜨겁게 만들고 있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어찌 된 일인지 검찰 쪽에서는 이렇다 할 움직임이나 입장발표가 없다는 점이다. 그간의 연예인 관련 대마초 사건들과 비교해보면 이건 너무 극과 극의 대비다.

사실 박봄이 암페타민을 치료 목적으로 복용했든 아니면 마약으로 복용했든 그것은 조사를 하면 쉽게 밝혀질 일이다. 즉 대중들이 불편하게 여기는 것은 박봄에 대한 사안 그 자체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법 적용이 이처럼 자의적으로 되고 있는 우리네 현실의 불공정함이 주는 불편함과 허탈함이다. 가진 자들은 법의 과도한 보호를 받고 못 가진 자들은 법에 단죄 받는 현실에 대한 개탄. 논란 속에 담겨진 울분의 정서는 거기서 비롯된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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