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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 넘은 일베…세월호 희생자 조롱 어디까지?
“XX 죽었는데…꿈나무가 XX…”…입에 못담을 욕설·막말로 도배
“특별법 처리 앞두고 더 심해져…명예훼손 피하려 단어도 바꿔


“흉가 들어왔다. 질문 안 받는다.”

지난 12일 늦은 저녁, 일간베스트(일베)의 한 회원이 안산 단원고에 찾아가 찍은 ‘인증사진’을 일베 게시판에 올리며 남긴 말이다. 손가락으로 ‘ㅇ’과 ‘ㅂ’을 표현한 일베 고유의 손모양 뒤로 보이는 단원고 밤풍경 사진을 올린 이 회원은 이어 “XX 으스스하다”고 했다.

세월호 참사 석달째를 맞이한 15일, 일베 회원들의 세월호 희생자 비하와 조롱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특히 세월호 특별법의 조속한 처리를 위한 TF(태스크포스)팀이 가동된 이후 그 정도가 더욱 심해졌다. 지난 14일 일베 내 인기게시물 약 20건 가운데 10~12건은 세월호 유가족에 대한 조롱으로 점철됐을 정도다.

일베 게시판에 올라온 조롱의 글들. [출처=일간베스트]

게시판에는 100일 가까이로 치닫고 있는 세월호 침몰에 대한 안타까움이나 배려의 시선이 없다.

유가족들의 특징이라며 “자식이 없음”이라는 글을 올리기도 하고 “일부 유가족 눈에 비친 바닷속 모습”이라며 바닷속에 돈이 떨어지고 있는 게임 화면을 캡처해 게재한 것도 눈에 띈다. 모욕이나 명예훼손에 따른 고소를 피하기 위해 유가족이란 말을 ‘윾가족’, ‘유가 X’ 등으로 교묘하게 바꿔 쓰고 있다.

조롱은 금전적 보상, 세월호 특별법에 포함된 단원고 3학년 학생들의 정원 외 입학 방안 등 세월호 피해자 보상 문제와 관련돼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게시글은 객관적 비판이라고 보기 어려운 수위의 원색적 비난으로, ‘2012년 경기도 수능점수 2등급 이내 비율’이라는 자료를 가져와선 “단원고 학생 중 2등급 이내가 0%다. 저딴 ○○들 죽었는데 꿈나무가 ○○다고 하네” 등의 막말로 도배돼있다. 일부 회원들이 “간이 부은 건가, 오늘 갑자기 왜 이래” 라며 자정의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

세월호 유가족 측은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다”면서도 묵과하진 않는다는 입장이다. 한 단원고 희생자 학생의 어머니는 “현재로선 세월호 특별법 등 신경써야 할 일이 많아 악플에 일일이 대응하긴 힘든 상황”이라며 “고(故) 박성호 군의 누나가 악플들을 취합, 한꺼번에 대응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경찰도 움직이고 있다. 경찰청 사이버기획수사팀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일베에서 세월호 유가족에 대한 악플을 많이 올린다”며 “유가족들의 신고를 받아 수사를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가 표현의 자유가 인정되긴 하지만 특정 개인이나 단체에 대해 모욕성ㆍ명예훼손성 발언을 하면 법에 의해 처벌이 가능하다”며 일베 회원들에 각성을 당부했다.

박혜림 기자/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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