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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떼인 돈 받으려 고소남발‘ 경찰 등 수사기관이 채권추심기관 전락?
[헤럴드경제=김기훈 기자] 올 들어 5월까지 전체 형사사건 중 고소사건은 24.6%, 고발사건은 5.1%를 차지해 3건 중 1건이 고소ㆍ고발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 이처럼 대한민국이 ‘고소ㆍ고발 공화국’이란 현실은 어제ㆍ오늘의 문제는 아니다.

문제의 심각성은 고소 사건의 상당수가 떼인 돈을 받아내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된다는 것이다. 실제 고소 사건 가운데 절반 가량을 재산범죄가 차지하고 재산범죄 가운데 절반 가까이를 사기죄가 차지하고 있다. 상대가 빌린 돈을 갚지 않으면 ‘채무 불이행’으로 민사재판을 하면 되는데 ‘사기’를 당했다고 주장하며 형사고소를 하는 것이다. 이에 경찰 등 수사기관이 ‘채권 추심기관’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동희 경찰대 교수는 최근 경찰청과 형사법학회가 공동 주최한 세미나에서 무분별한 남고소로 수사기관이 채권 추심기관으로 전락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2012년 고소 사건의 죄명별 분포를 보면 재산범죄는 15만5967건으로 54.8%를 차지했다. 재산범죄 가운데 사기는 12만6821건으로 44.6%에 달했다. 횡령과 배임은 1만8390건(6.5%), 3612건(1.3%)에 그쳤다.

이 교수는 수사기관으로부터 출석요구를 받게 되면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더라 불안이나 심리적 압박을 받게 되는 점이 고소 사건에 이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수사관의 입장에서는 고소인으로부터 진정이나 탄원을 받는 경우 인사상의 불이익은 없더라도 피로감을 겪게 돼 있어 범죄혐의 유무와 관계없이 수사기관이 채권추심기관으로 전락하게 된다고 그는 분석했다.

이 교수는 특히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기업형 대부업체에 의한 고소 남발을 우려했다. 이에 돈을 받아내기 위한 고소사건은 일차적으로는 실무에서 사기죄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법해석을 통해 무혐의 처리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그는 주장했다.

대부업체에 의한 대출의 경우, 대출인의 신용도를 조사할 의무가 있고, 실제로 조사가 이뤄지며, 통상 대출금액 중 일정 비율은 미회수된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른바 사기죄의 구성요건인 ‘기망’을 충족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 교수는 무분별한 고소 사건을 막기 위해 ‘수사기관 상근변호사제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제3기관 소속이나 법원 소속 변호사를 일선경찰서에 배치해 신체구속된 피의자에 대한 접견 및 권리고지, 위법수사에 대한 감시 등의 업무를 부여하면서 아울러 민사성 고소민원에 대한 상담역할을 맡겨 무분별한 고소를 차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kih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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