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최근까지 스포츠 용어를 북한 말로 순화해 사용해 왔다. 축구에서 코너킥을 ‘구석 차기’, 페널티킥을 ‘11미터 볼차기’ 등으로 부르는 식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골프 용어도 영어로 된 것을 자기네 식인 ‘주체식 골프용어’로 바꿔서 썼다. 아이언 클럽은 ‘쇠막대기’다. 그럼 하나 알아맞춰 보시라. ‘속살 쑤시개’는 무엇일까.
“경기보조원 동무, 속살쑤시개로 하는 게 좋겠지.” 북한에선 캐디에게 퍼터를 달라고 요구할 때 이런 말을 썼다. |
속살 쑤시개…. 북한에서는 여성의 국부를 에둘러 ‘살 틈새’로 부르기도 한다고 한다. 그에 착안해 보면 속살 쑤시개는 남성의 국부가 아닐까. 이게 사실이라면 차라리 고추, 양물, 육침 등 다른 표현을 쓰는 게 낫지 않았나 싶다. 노골적이어도 이렇게 노골적인 표현도 있단 말인가.
그러나 다행히도 이런 뜻이 아니다. 서두에 언급했지만 골프 용어 중 하나다. 북한 총리의 사위라는 신분으로 탈북해 방송 출연과 강의를 하고 있는 강명도 경민대 교수는 12일 종합편성채널 채널A의 ‘북핫(北Hot) 뉴스’에 출연해 이 망칙한 단어의 의미를 알려줬다. 이것은 ‘퍼터(putter)’를 뜻하는 말이란다.
퍼터의 동사원형인 퍼트(putt)는 애초에 골프 영어다. ‘퍼팅하다’의 뜻이다. 골프 외에 다른 상황에서 쓰이는 사례가 없다. 어원이 따로 있단다. ‘putten’이란 네덜란드어의 동사가 있는데 이 뜻이 ‘구멍에 굴려서 넣는다’는 뜻이란 설이 있다. 또 하나의 설은 스코틀랜드에서 홀을 겨냥하는 클럽에 그냥 퍼터라는 이름을 붙였다는 것이다.
사정이 이러할진대 북한은 무슨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퍼터를 속살 쑤시개로 불렀을까. 굳이 억측을 해 보자면 ‘홀→구멍→속살’로, ‘클럽→막대기→쑤시개’로 다단계의 연상 추론을 거쳐 만들어낸 것 같다. 이 용어는 북한에서도 19금 신체부위를 연상시킨다는 등의 논란으로 오래 쓰이지 못하고 금새 사장됐다. 강명도 교수는 TV에서 “요즘은 혼선 등을 막기 위해 북한도 축구나 골프나 다 영어를 그대로 쓰는 추세”라고 전했다. gyummy@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