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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짠 맛 밥상…적신호 켜진 건강주의보
[헤럴드경제=한석희 기자]질문 하나. 영어 단어 ‘월급’(Salary)의 어원은? 정답은 얼토당토 않게 ‘소금’(salt)다. 과거 로마시절 소금으로 병사들의 봉급을 지급한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화폐가 나오기 이전까지만 해도 소금이 화폐 역할을 하고, 소금을 차지하기 위해 목숨 건 전쟁까지 불사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하지만, 지금 소금은 공공의 적(敵)이 되고 있다.

우리 밥상에선 소금 한 줌이라도 없애기 위한 전쟁이 한창이다. 소금을 차지하기 위한 전쟁이 현대에선 ‘소금 소탕 작전’으로 바뀐 셈이다. 왜?

소금의 40%를 차지하는 나트륨은 근육이 잘 움직일 수 있도록 하고, 신경자극 전달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필수 무기질 영양소이지만, 그것을 과하게 섭취하면 고혈압을 비롯해 당뇨병, 비만 등 만성질환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소금이야말로 계영배((戒盈杯)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나트륨 20%만 줄여도 돈을 번다?…사회ㆍ경제 효과만 6조8000억원=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나트륨의 과잉섭취는 고혈압, 뇌졸중, 뇌혈관질환의 주요 원인이며, 신장질환, 위암 등의 발생을 높인다고 한다. 문제는 ‘짠 맛’에 길들여진 우리 식탁으로 인해 만성질환 진료비가 매년 큰 폭으로 늘고 있다는 데 있다.

실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07~2012년 만성질환별 건강보험 진료현황(신장질환, 위암, 골다공증은 제외)을 분석한 결과, 만성질환 진료비는 지난 2007년 49억7594만1796원에서 2012년엔 무려 72억3292만857원으로 배 이상 뛰어 올랐다.

지난해 9월 기준으로 총 인구 5109만8531명 중 나트륨으로 인한 만성질환 진료인원이 18.8%나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은 놀랍기만 할 정도다.

이 뿐만이 아니다. 식약처가 통계청의 2012 국민건강통계 제5기 3차년도와 2013 청소년 통계 중 나트륨 관련 만성질환 및 비만 유병률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충격적인 보고는 계속되고 있다.

만 30세 이상 고혈압유병률은 2007년 24.6%에서 2012년엔 29.0%로 4.4%p 증가했으며, 65세 이상에선 56.6%에서 64.7%로 큰 폭으로 늘었다. 당뇨병 역시 만 30세 이상의 경우 2001년 8.6%에 불과하던 것이 2012년엔 9.0%로 증가했으며, 65세 이상의 경우엔 16.6%에서 21.4%로 무려 4.8%p 늘었다. 만 19세 이상 인구 중 32.4%가 비만이라는 결과는 더 심각하다. 게다가 초ㆍ중ㆍ고등학생의 비만율은 무려 14.7%에 달하며 고ㆍ도비만율 역시 1.4%에 달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일일 나트륨 섭취량을 오는 2017년까지 3900mg으로 낮출 경우 사회ㆍ경제적 효과만 6조8000억원대에 달할 것을 추산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1년에 소금 8봉지 넘게 먹는 한국인…앙돼요~=우리나라 국민의 나트륨 섭취량은 일 4583mg으로 WHO 권고량 2000mg의 2.3배에 달한다. 2010년을 분기점으로 조금씩 줄고는 있지만 여전히 우리 식탁은 소금범벅이라는 말이다. 그럼 그 양은 얼마나 될까?

소금양은 보통 ‘나트륨×2.5’로 계산한다. 나트륨 4583mg은 소금으로 환산하면 약 11.5g에 달한다. 기간을 한 달로 늘리면 345g으로 소금 한 봉지(500g 기준)의 반 이상을 먹는 셈이 된다. 일년으로 따지면 그 양은 4197.5g으로 무려 소금 8봉지 이상을 먹고 있다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온다.

특히 남자의 경우 5280mg으로 남자 보다 1.4배나 높으며 연령대별로는 40대(5435mg)와 30대(5298mg), 50대(4872mg) 등 30~50대가 한국인 평균 이상의 나트륨을 섭취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나이가 들수록 만성질환 발병률이 높아지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것이다.

그럼 한국인은 어디서 이렇게 많은 나트륨을 먹고 있는 것일까. 식약처 조사에 따르면 국ㆍ찌개ㆍ면류의 나트륨 섭취율이 31.4%로 가장 많았으며, 그 뒤를 이어 반찬 등 부식류가 27.1%, 김치류가 20.2%로 3위에 올랐다. 단일 음식으로만 놓고 보면 김치류가 단연 나트륨 섭취의 주범인 셈이다.

▶나트륨과의 전쟁에 칼 빼든 식약처…‘삼삼한 밥상=해독밥상’=식약처는 ‘삼삼한 밥상, 자연의 맛을 느끼고 자극적이지 않은 건강한 밥상‘이 바로 해독밥상이라고 조언한다. 식약처가 지난 2012년 외식, 단체급식, 가공식품, 지자체 및 관련 기관들이 나트륨 저감화 사업에 동시다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구심체인 ‘나트륨 줄이기 운동본부’를 발족한 것도 이 때문이다.

식약처는 이를 통해 ▷급식(공공기관의 나트륨을 줄인 급식메뉴 제공 유도) ▷외식(나트륨 줄이기 참여 건강음식점ㆍ외식메뉴의 염도 관리) ▷공급자(나트륨 줄이기 실천요령 보급, 영양성분 자율표시 확대 권고) ▷소비자(나트륨 과잉섭취 경각심 고취 및 행동변화 유도를 위한 캠페인) 등 4개 측면에서 ‘나트륨 다이어트’에 나서고 있다.

식약처의 이같은 소금과의 전쟁으로 한국인의 ‘짠 맛’ 정도가 다소 삼삼해지는 성과를 낳았다. 2012년 식약처가 만 18세 이상 3223명을 대상으로 짠맛 미각테스트를 한 결과 보통 이상 짜게 먹는 국민 비율이 76%에 달했으나 2013년 같은 조사에선 67.6%로 다소 줄었으며, 나트륨 최대 섭취량에 대한 인지도도 2011년 21.7%에 불과하던 것이 지난해엔 40.5%로 국민 절반 가량은 나트륨에 대해 다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총식료품비 중 471.%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외식비와 1인 가구 중가 등 사회여건 변화로 가공식품 시장이 확대되는 점을 감안해 급식과 외식, 공급자 측면에서 전개한 나트륨 저감 관리 성과는 괄목할 만하다.

놀부부대찌개&철판구이, 봉추찜닭 등 프랜차이즈 나트륨 저감화 참여 업체수는 1148개 업체에 달하며 8개 프랜차이즈 업체 대표 메뉴의 나트륨 함량도 월평균 8% 가량 줄일 수 있었다.

단체급식 역시 ‘저염메뉴’ 자체개발 및 나트륨 섭취량 저감화 운동에 동참, 단체급식에서 한끼 식사에 대한 나트륨 함량이 약 1600mg에서 1300mg으로 줄었으며, 주요 급식업체에서 운영중인 단체급식소 중 나트륨 저감화 급식 제공 급식업소는 지난 2012년 15.1%에 불과하던 것이 올 1월 기준으로 35.6%로 배 이상 늘었다.

식약처는 향후에도 건강음식점 지정 시범사업을 전국적으로 확대하는 한편, 건강음식점의 매출변화와 고객들의 반응 등을 조사해 보다 실효성 있는 사업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와함께 외식 경영자, 조리 종사자의 인식변화를 위해 외식업중앙회와 연계해 조리자ㆍ식품접객업자 대상 위생교육 시 음식점들이 자율적으로 나트륨을 줄일 수 있도록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방법들을 교육할 예정이다.

/hanimom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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