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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해창 선임기자의 세상읽기> 월드컵이 뭐 길래
[헤럴드경제=황해창 선임기자]월드컵축구가 대단하긴 한 모양입니다. 조별리그에 이어 16강, 8강, 4강 토너먼트를 벌인 결과 독일과 아르헨티나 두 팀이 결승에서 맞붙게 됐습니다. 압축과 압박의 묘미가 이런 거구나 새삼 느낍니다.

10일 새벽 아르헨티나와 네덜란드 경기에서 두 팀 모두 혈투를 벌이고도 승부를 가르지 못하고 결국 승부차기 끝에 아르헨티나가 4-2로 승리했습니다. 아르헨티나는 이로써 지난 1990년 이탈리아월드컵 이후 24년 만에 결승행에 성공했습니다.

스포츠 전문은 아니지만 축구를 좋아하는 입장에서, 승부차기는 불가피한 선택이지 결코 스포츠가 아닌 것 같습니다. 키커나 골키퍼 그리고 감독과 선수, 해당 국가 국민들은 숨죽이고 그 광경을 봅니다. 당사자들은 위산이 펑펑 솟구칠 겁니다. 성공하면 또 엔도르핀이 과다분출 돼 생체리듬이 곤두박질칠 것이고요. 문제는 실패할 경우와 팀이 패할 경우입니다. 자괴감은 당연하고 분노와 좌절 그리고 비난과 저주 등등 그야말로 처참합니다. 

좌절하는 브라질 응원단

2014월드컵개최국 브라질이 바로 이런 경우입니다. 4강에서 독일에 7대1로 완패했습니다. 경각 그 자체입니다. 삼바의 나라가 온통 눈물에 갇혔습니다. 치를 떨며 스스로를 경멸합니다. 곳곳에서 방화에 약탈까지 벌어졌습니다. 인터넷 상에는 패러디가 봇물입니다. 독일국기를 이빨 사나운 백상아리에 형상화해 브라질 국기의 중심인 마름모 모형을 집어삼키는 모습이 그려졌습니다. 리우데자네이루의 코르코바도산 정상에 우뚝 선 예수상에는 마르켈 독일총리가 환호하는 모습이 합성됐습니다. 한쪽으로 크게 기울어진 경기장은 ‘독일전에 임하는 브라질 팀의 플랜B’라고 비꼬았습니다.

문제는 ‘축구 신성’으로 통하는 브라질 네이마르 선수의 부상이 자칫 끔찍한 보복극으로 이어지지나 않을까 걱정입니다. 8강전에서 네이마르에 척추골절이라는 치명상을 입힌 콜롬비아의 수비수 카밀로 수니가(이탈리아 나폴리 소속)에 대한 살해 위협이 수천 건이 이른다는 소식입니다. 콜롬비아 정부가 이탈리아에 선수 보호요청을 하고 수니가가 4강전에서 브라질에 응원을 보내도 분위기는 냉혹합니다. 1994년 미국월드컵 당시 조별리그에서 자책골을 넣은 콜롬비아 안드레아스 에스코바르가 귀국 후 자국 팬의 총에 피살되는 충격적인 사건이 연상됩니다.

은퇴하는 홍명보 대표팀 감독

결승은 유럽과 남미의 한판이 됐습니다. 독일도 아르헨티나도 축구 최강입니다. 무엇보다 뭘 해도 되는 집, 독일이 부럽습니다. 웬만한 나라 선수에 비해 한 뼘 정도 더 커 보이는데다 체력까지 강해 말 그대로 ‘전차군단’입니다. 클로제는 16골로 월드컵 개인통산 최다골 기록(호나우두 15골)을 경신했습니다. 하지만 아르헨티나에는 메시가 있습니다. 예측불허의 각도에서 쏘아대는 왼발 슈팅에다 현란한 드리블. 환상입니다. 만일 컨디션이 좋아 독일 수비수 두세 명을 끌고 다닌다면 의외의 결과가 나올지 모릅니다. 아무튼 기대되는 결승전입니다.

이런 때 한국축구는 내홍을 거듭합니다. 결국 홍명보 감독이 10일 사퇴했습니다. 이번 월드컵조별리그에서 1무2패로, 1998년 프랑스월드컵 이후 최악의 성적을 기록한 책임을 뒤늦게 진겁니다. 불감증이 심한 대한축구협회가 그를 유임시킨 지 일주일만입니다. 일부 언론은 16강 탈락 직후 현지에서 폭탄주 회식 소식을 전했습니다. 아쉬움이 크기에 그럴 수 있다고도 할 수 있지만 스스로를 위로하는 자리가 아니라 거나하게 마시고 노래 부르고 춤까지 쳐댔다면 문제는 달라집니다. 낭패에 빠진 국민정서와는 너무 거리가 멉니다.

이것만이 아닙니다. 귀국 후 홍 감독과 코칭스탭 그리고 선수 전원이 또 회식을 한 뒤 취기어린 얼굴에 웃음을 머금으며 촬영한 기념사진까지 떠돕니다. 어차피 해단식을 해야겠지만 하더라도 이런 식은 곤란하지 않습니까. 게다가 월드컵 준비 막바지 훈련이 한창일 때 홍 감독이 수도권 노른자위에 부동산을 매입 한 사실도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물론 가정사를 낱낱이 밝힐 것은 아닙니만, 공인으로서 다소 사려 깊지 못했다는 생각이 없지 않습니다. 

16강 탈락 직후 대표팀의 현지 회식(사진:일간스포츠)

모쪼록, 해외 유학길에 나선다니 더 열심히 갈고닦아 다음을 기약하길 바랍니다. 하나 더 부탁하자면 ‘깡’ 끼를 더 길렀으면 합니다.

결코 이것으로 끝이 아닙니다. 월드컵은 또 열립니다. 비온 뒤에 땅은 더 굳기 마련입니다. 한국축구도 브라질축구도 그렇습니다. 결승에서 패한 팀도 승리한 팀도 마찬가집니다. 그렇게 상처도 영광도 추억이 될 뿐입니다. 중요한 것은 내일을 위한 준비입니다. 얼마나 열심히 준비하느냐에 미래가 좌우 됩니다. 그래도 대한민국 파이팅입니다. 

hchw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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