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 <변재곤의 스포츠오딧세이> 미워도 다시 한 번
[헤럴드경제=변재곤 칼럼니스트]브라질 월드컵에서 기대 이하의 경기력을 보인 대표팀에게 성난 여론은 작심한 듯 집중포화를 쏟아 부었다. 지적사항은 크게 4가지였다. 의리축구에 대한 폐단, 상대방의 허를 찌르는 맞춤형 전술의 부재, 세계 축구 흐름에 대한 정보수집의 난맥상, 선수들의 투혼 부족현상으로 압축됐다. 말을 아끼며 묵묵히 지켜봤던 축구계마저도 자탄(咨歎)의 소리가 흘러나왔다.

홍명보호는 해외파와 국내파와의 갈등을 원팀(One Team)의 전략을 내세워 명료하게 봉합하면서 출범했었다. 하지만 소속팀에서 뛰지 못하는 선수는 승선할 수 없다는 원칙이 파기되면서, 미묘한 갈등의 고리가 시작됐다. 수험생이 시험을 잘 치르려면 방법은 딱 한가지뿐이다. 다양한 문제지를 풀면서 평소 인문학적 소양을 늘려놔야 시험 당일에 당혹감이 덜한 법이다. 단지 긴장감만 흐를 뿐이다. 선수도 마찬가지다. 팀에서 주전으로 뛰는 것이 곧 경기력을 유지하는 첩경이 되겠다.

16강의 분수령이었던 알제리 전은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는다. 할릴호지치 감독의 용병술이 빛났던 경기이기도 했지만 우리가 결코 대비 못할 이유는 없었다. 작년 말에 치른 브라질과 스위스 평가전에서 보인 짜임새 있는 패싱과 공간을 파고드는 돌파력만 보였다면 이길 수 있는 경기였다. 선수들이 무엇인가에 홀린 듯 중심을 잃어갔다.

1무 2패의 결과보다 특색 없는 경기운영에 국민들은 더 실망스러워했다.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자 용수철이 튀듯이 일거에 경계선 없는 질타가 이어졌다. 심지어 엿 사탕을 던지는 행위도 일어났다. 과한 행동이었다. 패배한 자는 인격도 없는 것인가? 또한 그날 몇몇 선수의 치기는 지적 받아 마땅했다.

거시적으로 보면 순기능도 있었다. K리그의 존재의 이유와 중요성, 그리고 우리 사회에 부는 정의에 대한 욕구와 대표 팀에 거는 국민적 기대 수위가 확인된 것은 큰 수확이었다.

홍명보 감독의 유임이 최종 결정됐다. 런던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그의 지략은 대단했었다. 대표 팀 감독이라는 독배(毒杯)를 흔쾌히 수락한 그의 선택에 당시 국민들은 환영일변도였다. 저조한 성적을 내고 돌아온 지금은 공공의 적(?)으로 전락했다. 이처럼 한꺼번에 비난이 쏟아진 일도 처음일 것이다. 그만큼 그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고 봐야 한다. 지금이 바로 복장(福將)을 넘어 용장(勇將)의 자리로 등극할 기회이다. 귀선(歸船)을 모두 불태우고 배수진을 친다면 못할게 뭐가 있겠는가.

이제 협회와 감독은 존중과 배려를 넘어 견제와 균형을 유지하려는 시도도 필요한 시점이다. 지금 우리가 지향하는 바가 각기 옳은 것인가, 한번쯤 문제의식을 갖고 점검하는 태도는 미래지향적이며 후일 서로를 지켜줄 수 있게 된다.

선수들도 그 날 그 자리에서 흐르던 눈물의 의미를 결코 잊어서는 안 되겠다. 국민들도 이제 노여움을 거두고 용서와 격려로 한국축구를 다시금 일으켜 세워야겠다. 미워도 우리 감독이고 우리 선수들 아닌가. 


aricom2@naver.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