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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약화된 현대ㆍ기아차 해외 가격경쟁력...노조 탓에 효율 높여 환 파고 넘기도 어려워
[헤럴드경제=홍길용 기자]원화 강세 여파로 현대ㆍ기아차의 해외판매 차질이 현실화되고 있다. 올 상반기 사상최대 판매 실적의 이면에 그림자가 짙다. 환율로 인한 가격경쟁력 약화를 최소화하려면 생산성을 높여야 하는데, 이마저도 강성노조로 인해 여의치 않다. 현지생산ㆍ현지판매 체제가 완성되기 전까지는 속수무책인 모습이다.

현대차의 상반기 해외판매는 215만여대로 전년동기 대비 4% 넘게 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그런데 최근 상황이 심상치 않다. 4월만해도 전월대비 7%가까이 늘었는데 5월에는 전월대비 -5%, 6월 판매는 전월대비 0.2%로 눈에 띄게 실적이 둔화됐다. 원/달러 환율이 1050원 아래로 하락한 것이 4월인데, 한 달여의 시차를 두고 실적에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기아차도 마찬가지다. 상반기 누적 해외판매는 작년보다 9% 증가했지만, 5월에는 전월대비 -8.4%, 6월에는 전월대비 -3.5%의 부진을 보였다. 4월만 해도 전월대비 2%의 ‘플러스’를 보인 것과 대조적이다.

헤럴드경제가 9일 트루카닷컴(truecar.com)으로 조사한 현대ㆍ기아차 미국 판매가격을 보면 일본과 독일의 경쟁차종에 밀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여실히 드러난다. 아직 현대ㆍ기아차의 가격이 싸지만 가격 차이는 대부분 1000달러 또는 차값의 5%미만이다. 원화가 좀 더 강해지고 엔화와 유로화가 좀 더 약해진다면 가격 역전도 가능한 정도의 근소한 격차다. 실제 판매현장에서 딜러들이 제공하는 각종 인센티브를 감안하면 이미 역전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현대ㆍ기아차는 해외공장 증설을 통해 환율 변동에 따른 가격경쟁력 약화를 상쇄시키려 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 지난해 597만여대의 생산(중국 합작법인 제외) 가운데 환율 영향을 크게 받는 국내 생산이 345만대나 된다. 해외 판매분의 상당부분을 국내 생산에 의존하는 셈이다. 해외 생산을 늘리고 국내생산은 효율을 높여야 하지만 강성 노조 탓에 이마저도 쉽지 않다.


현대ㆍ기아차의 국내 생산능력은 2011년 351만대를 정점으로 하락해 지난해에는 344만대로 줄었다. 반면 2010년 183만대이던 해외생산능력은 작년 242만대로 급증했다. 그런데 국내공장이 2010년 90.61%에서 2013년 100.37%로 10%포인트 남짓 가동율을 높이는 동안, 해외공장 가동율은 85.32%에서 104.1%로 20%포인트 가까이 끌어올렸다.

고용은 줄지 않고 생산 능력만 줄였음에도 국내공장의 가동률 개선 폭이 부진한 것은 생산효율이 낮다는 방증이다. 가장 최근에 완공된 현대차 중국 베이징 3공장의 시간당생산대수(UPH)는 91대다. 울산공장의 UPH 40대보다 배 이상 높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회사가 환율을 움직일 수는 없지만, 생산효율은 얼마든지 높여 가격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며 “그런데 UPH를 높이는 데도 노조와의 합의가 필요한 현대ㆍ기아차 국내공장의 현실에서는 이마저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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