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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산신약 늘어나는데…잇단 ‘약가인하 정책’에 신약개발ㆍ수출 발목
사용량연동제 이어 저가구매 장려금제, 임상시험 부가세…

제약사들 “신약 개발의지 꺾고, 해외시장 진출에도 족쇄”



[헤럴드경제=조문술 기자]“신약 시판 3년만인 올해 약값이 3.1% 깎였죠. 시판을 앞둔 해외 국가들도 이런 사실 알고, 도입 약값을 그 수준에서 정하자고 합디다. 막대한 해외 임상비용을 건질 수나 있을지….”

최근 만난 한 제약사 회장의 하소연이다. 내년이 더 문제다. 현행 제도 하에서 사용량이 늘어남에 따라 이 약은 내년 10% 정도 더 깎이게 된다. 이 회사는 내년 러시아와 브라질, 2017년 중국 시판을 위한 약가협상에 들어가게 된다. 국산 신약 중 가장 글로벌화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듣지만 물질특허 만료일은 2019년으로 얼마 남지 않았다.

해외로 나가는 국산 신약들이 뜻밖의 복병을 만났다. 바로 올들어 변경된 ‘사용량 약가 연동제’다.

신약을 수출할 때 가격책정 기준은 국내 시판가격이다. 시판가격이 매년 이처럼 하락하면 수출액도 줄어들 수밖에 없고, 거액의 해외 임상비용도 건지기 힘들게 되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까지 판매금액에 상관없이 특정의약품의 국내 보험 청구실적이 전년 대비 60% 이상 증가할 때만 약값을 낮췄다. 한데 올해부터는 보험 청구실적이 전년보다 10% 이상 늘었거나 판매액이 50억원 이상 증가하면 약값을 10%로 추가로 깎기로 했다. 

개정된 사용량 약가 연동제는 보험재정 절감과 다국적제약사 개발한 대형 신약의 가격 억제가 본래 취지다. 이는 국산 신약이 없다는 가정 아래 복제약 위주로 펴온 기존 정책의 연장선이기도 하다.

그러나 국산신약이 20호까지 나오고 글로벌화에 성공한 품목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이 정책은 국산신약의 족쇄가 되고 있다. 31호까지 나온 개량신약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현재 국내 평균약가는 OECD국가의 40%선에 불과한 상황이다. 세계 8번째로 개발된 ARB계열 고혈압 신약인 ‘카나브’도 발매 당시 가격은 다국적사 7개 신약의 80% 수준으로 책정됐다. 여기에 사용량 약가 연동제로 인해 약값은 매년 추가로 인하되는 셈이다.

20개 국산 신약 중 이 규제를 적용받는 것은 대원제약 ‘펠루비정’(2011년), 일양약품 ‘놀텍’(2012년)에 이어 카나브가 세번째다. 향후 등장할 신약도 이런 약가구조 아래서 신음할 수밖에 없다.

“국내 약값이 내린 것으로 보고 하반기 시판하는 멕시코에서 당장 깎아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 자국에서 하는 약가정책이 족쇄가 돼버린 형국이다. 우리나라에서 제대로 받아야 해외에서도 제대로 받을텐데 아쉽다.” 앞의 제약사 회장 얘기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 신약은 이제 새살 돋듯 하는 단계인데 약가정책은 막 죽이는 정책”이라며 “이 문제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대책이 세워지지 않으면 신약개발도 수출도 막히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 회사는 원래 약값 때문에 터키와 계약을 앞두고 취소했다. 중국과는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지만 약가 산정은 2017년께여서 더 낮아질 우려가 있다. 일례로 다국적 N사의 같은 계열 고혈압약은 이 회사 보다 2배 이상 높게 책정돼 가만히 앉아서 수천억원을 더 벌어들이는 셈이다.

신약개발연구조합 여재천 전무는 “우리나라 기업이 투자해 개발하고 물질특허를 보유한 신약임에도 불구하고 애초부터 해외도입 신약 대비 가격이 낮게 책정되고 있다”며 “국산 신약의 혁신가치에 대한 보상이 없으면 신약개발 의지는 꺾이고 손쉬운 복제약 개발에 몰두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런 문제의 대안으로 연구개발비 리펀드(환급제)와 이중약가제도 등이 제안되고 있다. 이행명 한국제약협회 홍보위원장(명인제약 회장)은 “수출하는 국산 신약에 대해 일단 보험약값을 높게 책정해준 뒤 제약사가 국내 매출의 일부를 다시 반납하는 방식으로 지원해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밖에 저가구매 인센티브제의 이름을 바꿔 최근 도입된 ‘약품비 절감 장려금제’와 병원 임상소득에 대한 부가가치세 부과 등도 신약개발의 저해요소로 지적되고 있다. 

freiheit@heraldcorp.com


▶신약개발 족쇄 작용 약가제도들

*사용량 약가 연동제(2009년)=동일한 신약임에도 불구, 국산신약은 해외 개발신약 대비 낮은 가격에 책정돼 국산신약 역차별. 해외진출시 해당국가의 국내약가를 기준으로 하므로 글로벌 시장 진출 어려움.

*임상시험 부가가치세 부과(2015년 3월)=면세이던 의료기관이 제약사에 제공하는 임상시험용역에 대해 부가가치세 과세로 제약산업 연구개발 비용 증가.

*약품비 절감 장려금제도(2014년 7월 말)=저가구매 장려금+사용량감소 장려금(현행 외래처방 인센티브를 입원까지 확대:품목수 절감, 저가약 처방)으로 병원 공급 의약품의 저가입찰 경쟁 유발. 제약사 수익성 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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