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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日 밀월’ 무드에 프로레슬러 이노키만 횡재
[헤럴드경제=조용직 기자]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으로 한중 관계가 전에 없이 가까워진 가운데, 위기를 느낀 일본은 테러국가인 북한과 밀착해 대응하는 일차원적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이 같은 북일 관계에서 최대 수혜자는 다름 아닌 프로레슬러 출신 일본 참의원 안토니오 이노키(71ㆍ본명 이노키 간지)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노키는 일본 정치권에서 대북 인맥이 두텁기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일본이 대 북한 경제제재 조치를 경감하고 민간교류를 활성화하는 등 밀월관계가 지속되는 한 이노키에 대한 일 정부와 정치권의 의존도는 더 높아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가 친북인사로 자리매김한 사연은 깊다. 프로레슬링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를 프로레슬링에 입문시킨 스승 리키도잔(본명 김신락)이 함경남도 출신이었고, 북한 주석을 지낸 김일성이 리키도잔을 ‘력도산은 민족의 영웅’이라며 특히 좋아했다. 그 딸 김영숙 씨는 이런 배경 덕에 북한 내 체육계에서 오랫동안 유력인사의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 이노키는 이 인연의 끈을 이용해 북한과 자주 교류했다.

지난 1995년 북한에서 이례적으로 열린 프로레슬링대회는 그 결실이었다. 미국의 찹 기술 대가 릭 플레어 등 손꼽히는 유명 프로레슬러들이 참가한 대회였다. 이후로도 이노키는 거의 매해 북한에서 격투기, 프로레슬링 대회를 열기 위해 계속 노력한다. 2004년에는 당해 말 ‘무려’ 38선에서 대형 텐트를 치고 격투기대회를 열겠다며 북한과 논의를 진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북한 측에서 이를 받아주지 않다가, 올해 들어서는 북일 관계의 진전으로 성사 가능성이 급격히 높아졌다. 이노키는 오는 8월 30~31일 양일간 북한 평양에서 국제 프로레슬링 페스티벌을 개최한다고 참의원 신분으로 공식발표했다. 이 행사에는 프로레슬링뿐 아니라 합기도 태권도 씨름 등 다양한 무예도 함께 선보일 예정이다. 

과거 국내 프로레슬링 행사에 참여했던 안토니오 이노키(왼쪽에서 세번째). 친한 행보에서 친북 행보로 완전히 방향을 튼 게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북한의 장웅 국제태권도연맹(ITF) 총재와 함께 이 행사 공동위원장을 맡은 이노키는 “1995년 북한에서 프로레슬링 이벤트를 열었을 때도 열기가 대단했다”며 “이번에도 다양한 행사를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이노키는 이번 행사 준비를 위해 이달 9~15일 야당 소속 중ㆍ참의원 5명과 함께 방북할 예정이라고도 했다.

이노키는 이 같은 친북 행보에 앞서 일본 정치권 내에서 반한에 가까운 극우 스탠스를 취한 것이 문제시 되고 있다. 소속 정당인 일본유신회(닛폰이신노카이)가 분당 사태를 맞은 가운데 최근 ‘원조 극우’ 인사인 이 당 이시하라 신타로 공동대표가 주도하는 신당에 참가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일본유신회는 외교정책상 한국과 관계 강화를 방침으로 세우고 있으나, “타케시마(독도)를 무단 점유하고 있는 한국을 더 두고볼 수 없다. 제재해야 한다”는 극우ㆍ반한 발언이 소속의원들 중에 나오는 등 돌발행보로 비판받아 왔다. 이노키는 수십년간 대표적인 ‘친한’ 인사로 행세해 왔으나, 이번 결정으로 한국, 북한과 쌓은 신뢰도를 크게 떨어뜨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노키는 지난 해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일본유신회의 비례대표로 출마해 당선됐다. 대북 관계에서 이노키가 역할을 해줄 것이라는 기대에 따른 이례적 발탁이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이노키는 19년 전에도 참의원을 지냈으나, 당시 정치자금법위반, 세금미납, 여성문제 등 갖은 추문에 휘말리며 재선에는 실패했었다. 

yj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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