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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최고 미술 컬렉터 김순응의 ‘미술 사랑’ 라이프
[헤럴드경제=김아미 기자] “슈퍼컬렉터라뇨. 그냥 아트러버라고 불러주세요.”

500점이 넘는 미술품을 보유하고 있으면서 경매에 내놓은 작품을 모조리 ‘완판’ 시키기도 한 한국 미술계 대표적인 컬렉터 김순응(62) 김순응아트컴퍼니 대표(전 K옥션 대표)는 ‘슈퍼컬렉터’라는 말에 손사래를 쳤다. 그러면서 그는 그저 예술을 사랑하는 ‘아트 러버’로 불리고 싶다고 말했다.

‘미친듯이’ 미술이 좋아 23년 금융인으로서의 생활을 접고 50세에 미술계로 커리어를 튼 그는 한국 미술품 경매사의 양대 축인 서울옥션과 K옥션 대표를 거쳐 현재 젊고 유망한 작가들을 지원하고 세상에 알리는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김 대표는 최근 K옥션이 개최한 미술경매에서 오치균, 이진용, 이동기, 마리 킴 등 ‘김순응 컬렉션’ 20점을 들고 나와 100% 낙찰률을 기록하며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오치균의 ‘사북의 개나리’가 1억3000만원으로 최고가를 기록하는가 하면 260만원에서 시작한 마리 킴의 작품이 1000만원이 넘는 가격에 낙찰되기도 했다. 이후 그의 컬렉션을 구입하고 싶다는 문의 전화와 인터뷰, 강연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김순응 대표가 사간동 갤러리현대에서 포즈를 취하며 활짝 웃고 있다. 김 대표와 갤러리현대는 인연이 깊다. 1979년 하나은행 근무시절부터 김승유 회장을 모시며 컬렉션을 도왔던 김 대표가 2001년 하나은행을 관둔 후 2005년 K옥션을 만들면서 하나은행과 함께 갤러리현대와 의기투합을 했었기 때문이다. [사진=박현구 기자/phko@heraldcorp.com]

스노보드, 웨이크보드와 같은 익스트림스포츠를 즐기고 4년전부터는 기계체조까지 배우기 시작했다는 열정 넘치는 ‘60대 청년’ 김순응은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미술 투자’ 철학에 대해 2시간동안 ‘강의’를 펼쳤다.

▶좋은 작가가 없다고? 천만에!…좋은 작가를 키우지 않는게 문제=“한국 미술시장이 안 좋은데 사실 글로벌마켓은 굉장히 ‘핫’합니다. 나는 미술 관계자들이 한국에 좋은 젊은 작가들이 없다고 얘기하는 게 가장 듣기 싫어요. 작가를 육성하는 것은 오랜 세월 인내심이 필요하고 큰 돈이 들어가는 일인데 갤러리들이 의지가 부족하죠.”

김 대표는 한국 미술시장이 2007년 이후 오랜 불황을 겪고 있는 것에 대해 가장 먼저 미술계의 ‘자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갤러리들이 시장이 좋지 않은 것을 ‘작가 탓’으로 돌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는 그가 작가 육성에 발벗고 나선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또 미술시장 불황을 ‘소비자 탓’으로 돌리는 것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좋은 상품을 먼저 내놓아야 한다는 것.


“소비자들에게 돈은 얼마든지 있어요. 다만 살 만한 작품이 없을 뿐이죠. 13년전이나 지금이나 경매회사 도록을 보면 똑같아요. 손님은 취향이 변했는데 똑같은 메뉴를 내놓으면 되겠어요? 손님들이 사고 싶어할 만한 매력적인 상품을 내놓아야죠.”

▶누가 뭐라고 해도…나는 미술을 ‘돈’으로 본다= 이처럼 미술품 ‘유통업계’를 향해 쓴소리를 서슴치 않는 김 대표는 스스로 “적(敵)이 많다”고 말한다. “천민 자본이 들어와 순수 예술 시장을 망친다”는 비난을 숱하게 받았다는 것. 이에 대해 김 대표는 경매라는 공정한 시스템이야말로 미술시장의 신뢰를 높일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역설했다.

“예술이 아무리 지고지순 해도 돈이 없으면 발전을 못해요. 저는 미술을 투자로 보는 사람입니다. 경매시장을 통해 건전한 투자가 이뤄져야 시장이 좋아지는 거죠. 중국 미술이 왜 세계적으로 급부상하고 있는지 아세요? 그건 중국의 투자자들이 그 가치를 인정하고 작품 값을 서로 올려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태생이 금융인”이라는 김 대표는 미술시장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상업적 마인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술은 우리를 감동시키는 예술 장르의 하나지만, 한편으로는 작품당 1000억원 이상 거래되기도 하는 상품이자 투자자산이라는 것이다.

그는 미술품이 비자금 조달, 불법 상속 등의 ‘스캔들’에 휘말려 부정적으로만 인식되는 측면에 대해서 안타까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인간의 본성에 탐욕이 존재하는 한 어쩔수 없는 부분이라는 것. 오히려 좋은 작가를 키우고 경매시장을 활성화시켜 미술시장 전체의 선기능을 확대시키는 것이 이러한 부작용을 희석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무지에서 편견이 생긴다…당신의 취향부터 의심하라=“1990년대 후반부터 오치균의 작품을 사들였어요. 사북시리즈는 처음에 1000만원도 안되는 가격에 구입했죠. 장욱진의 작품은 2~3년만에 20배가 넘는 가격에 판 적도 있습니다.”

‘어둡고 칙칙한’ 오치균의 작품이 컬렉터들로부터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을 때 김 대표는 그의 작품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작가가 ‘뉴욕시리즈’ 때부터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보며 그 ‘치열함’을 알아봤다는 것이다. 그는 반짝거리는 천재성이 아닌 치열함을 작가 최대의 덕목으로 꼽았다.

그런 그가 최근 5~6년동안은 이진용과 마리 킴의 작품에 집중하고 있다. “정말 많이 사들이고 있다”며 좋은 작가에게 한번 ‘꽂히면’ 절대 물고 놓지 않는다고 했다.


어떻게 미술투자를 시작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김 대표는 되레 어떤 작가를 좋아하느냐고 되물었다.

“사람들은 정작 미술에 대한 공부는 하지 않으면서 그림 한 두점 사고 스스로를 전문가라고 착각합니다. 이 작가는 좋고 저 작가는 나쁘고…. 기호가 생기는 거죠. 무지한 사람일수록 자기 기호가 분명합니다. 미술투자를 성공하려면 내 무지를 받아들이고 기호를 버려야 합니다.”

미술 관련 책을 1000권 이상 읽으며 관련 지식을 쌓아왔지만 그는 여전히 스스로를 믿지 않는다고 말한다. 좋은 작품을 고르기 위해서는 개인의 취향을 철저히 무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김 대표는 정기적인 모임을 통해 그림 보는 안목을 단련하기도 한다. 모임 이름은 ‘호요미(好樂美)’. 변호사, 교수, 사업가 등 각 분야의 인사들, 소위 ‘아트러버’ 13명이 한달에 한번씩 만나 미술 공부를 해 온 것이 어느덧 6년이 넘었다. 3년전부터는 한달에 한번씩 갤러리스트를 초청해 작품을 구입하기도 한다. 박은관 시몬느 회장, 최정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공동대표(건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이명철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등이 이 모임의 주요 멤버다. 특히 최정표 대표는 국내 미술품 가격지수를 처음으로 개발한 주역이기도 하다. 


100만원에 산 그림이 1억이 되는 것을 목격하는 것이 ‘컬렉션의 묘미’라는 김순응 대표. 그는 젊고 유망한 작가의 작품이 100억원 이상에 거래되는 서양처럼, 좋은 그림을 그리는 작가들도 류현진, 박세리 같은 스포츠 스타처럼 부와 명성을 획득할 수 있는 시장, 갤러리스트도 미술 투자자도 돈을 벌고 나아가 국내 미술시장 전체가 ‘핫’한 글로벌 마켓으로 성장하는 것을 “내가 한번 보여주겠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am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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