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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가 위축되면 부부관계는?
[헤럴드경제=천예선 기자]국가 경제 파탄은 확실히 부부관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한때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했던 그리스인들의 성관계 횟수는 남유럽 재정위기를 겪으면서 급격히 줄어들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세계 콘돔 점유율 30%를 자랑하는 콘돔 제조사 듀렉스가 그리스인의 연간 성관계 횟수는 조사한 결과, 2006년의 경우 164회로 세계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5년 후인 2011년 조사에서는 11위로 밀려났다. ‘1주일에 1회 이상 성관계를 한다’고 답한 응답자도 2006년 87%에서 2011년 80%으로 하락했다.

분기점은 2009년. 그리스가 남유럽 부채위기의 진앙지가 되면서부터다.

그리스의 성행동연구협회 회장이자 비뇨기과 의사인 코스타스 콘스탄티니디스는 “듀렉스의 조사가 맞다”며 “그리스인의 부부생활은 비극으로 치닫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여름 그리스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통화 조사에서 “부부관계가 줄었다”고 답한 응답자는 34%에 달했다.

콘스탄티니디스는 “남성은 집안의 기둥으로 강한 자존심을 가지고 있었지만 불황으로 직장도, 자존심도 잃었다”며 “특히 청년들은 미래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 처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발기부전으로 병원을 찾는 남성도 두배로 늘었다”고 귀띔했다.

2009년 막대한 재정적자로 디폴트(국가부도) 위기에 몰린 그리스는 유럽연합(EU), 국제통화기금(IMF), 유럽중앙은행(ECB), 이른바 트로이카의 구제금융을 받으면서 고강도 긴축정책을 단행했다.

그리스 수도 아테네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아크로폴리스 언덕에서 한 젊은 커플이 데이트를 즐기고 있다. [출처:아사히신문]

듀렉스 조사가 실시됐던 2011년 당시 그리스의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 7.1%였고, 청년 실업률은 65%에 달했다.

반면 직전 조사였던 2006년은 그리스가 전례없는 호황을 누리던 시절이었다. 2001년 유로화 도입과 2004년 그리스 하계 올림픽 개최로 외국자본이 물밀듯이 들어왔고 수입품이 거리에 넘쳐났다. 2006년 경제성장률은 5.51%를 구가했다.

그리스의 경제상황을 알려주는 또 다른 지표는 출산율이다. 그리스의 출산율은 1999년 1.24명, 2011년 1.43명으로 성관계 횟수에 비하면 현저하게 낮다.

그리스 보건부의 크리스티나 파파니로라우 공공복지국장은 “성관계는 출산율과 무관하다”며 “그것은 공적의료 문제와 연관이 있다”고 설명했다. 애당초 그리스는 출산에 대한 공적관리가 부족했고, 여기에 경제위기가 기름을 부었다는 것이다.

불황으로 건강보험료를 지불하지 못한 사람들이 속출하면서 공공의료 기반 자체가 흔들렸다. 특히 신생아 수는 위기 전에 비해 20% 감소해 심각성을 더했다.

파파니로라우 국장은 “원래 그리스에는 개선해야 할 현안이 산적해 있었지만, 경제위기로 손을 쓸수 없는 상황”이라며 “젊은이들은 직장을 구하지 못해 결혼을 피하고 아이를 갖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있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그리스가 활기를 되찾기까지는 아직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올해 그리스 경제 성장률 전망은 0.6%로 6년만에 성장세로 돌아설것으로 예상됐지만, 지난 5월 그리스의 실업률은 26.8%로 유럽에서 최고치를 기록했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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