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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X파일] 카파라치, 과열 양상으로 가나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요즘 뜨는 파파라치가 무엇인 줄 아십니까? 바로 카파라치(카드+파파라치)입니다. 신용카드 불법모집을 전문으로 적발하는 파파라치들이 바로 그들이지요. 카드 불법모집 신고가 6월 한 달 동안에만 67건에 이를 정도로 카파라치는 요즘 정말 ‘핫’한 아이템입니다.

카파라치가 이렇게 급증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카드사들의 과열 경쟁과 포상금 인상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최근 고객 정보유출로 영업정지 3개월을 받았던 일부 카드사들은 영업을 재개하면서 경쟁적으로 카드 모집에 나선 상태입니다. 이에 카드사들은 고객을 경쟁사에서 뺏어오기 위해 모집인에게 지급하는 수수료를 올리는 추세입니다. 업계에 따르면 카드 1장당 발급 수수료가 17만원까지 올라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즉 모집인들이 고객들에게 경품으로 몇만 원을 줘도 ‘남는 장사’가 되는 것입니다.

실제로 최근 신용카드를 발급하면 몇만 원씩 준다는 홍보문구를 자주 보게 됩니다. 금융당국이 조사한 결과 카드를 발급해 경품으로 받는 현금은 평균 5만원 선이었습니다. 물론 회사에 따라 지급 금액이 다르지만, 어떤 곳은 최대 12만원까지 주기도 한다는 게 업계의 전언입니다. 모집인들은 카드사로부터 받는 발급 수수료 일부를 고객에게 경품으로 줘 카드영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같은 행위는 카드 연회비의 10%가 넘는 경품 제공을 제한하는 여신전문금융법을 위반하는 행위입니다.

카드사들은 또 ‘모집인의 능력=매출’로 연결된다고 믿어 실적이 좋은 모집인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실제로 카드사별로 모집인 스카우스 전쟁이 정말 눈물겨울 정도입니다. 최근 카드사들이 모집인을 타사로부터 데려올 때 3000만원에서 5000만원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발급 수수료든 모집인 스카우트 비용이든 모두 카드 마케팅 비용에 포함돼 카드론이나 현금서비스 등의 금리를 올리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카드 모집인들은 박람회나 전시회, 놀이공원, 물놀이 시설 등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면 어디서든지 찾을 수 있습니다. 금융당국도 주말에 카드 불법모집을 하는 요주의 장소로 박람회가 많은 킨텍스나 코엑스, 가족 나들이로 각광을 받는 서울대공원, 남이섬, 코코몽 키즈카페, 일산 원마운트, 설악 워터파크 등을 꼽고 있습니다. 특히 유아박람회 등 아이들을 상대로 하는 박람회장은 불법 모집인이 상주하고 있다는 게 당국의 설명입니다.

포상금도 대폭 올라갔습니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1일부터 카파라치 보상금을 최대 5배 올렸습니다. 미등록 모집이나 타사 카드 모집은 포상금이 2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길거리모집이나 과다 경품제공은 10만원에서 50만원으로 상향됐습니다. 연간 한도 역시 100만원에서 500만원까지 올라갔습니다. 신고기한도 불법모집을 인지한 날로부터 20일 이내에서 60일 이내로 길어졌습니다.

카파라치를 할 수 있는 환경도 좋아졌습니다. 불법 카드영업을 신고하려면 녹취록이나 동영상 등 증거물이 필요한데, 요즘 휴대폰의 성능이 좋아져 관련 증거를 확보하기가 쉬워졌습니다. 휴대폰의 녹음 기능이나 동영상 기능을 켜놓고 주머니에 넣으면 모집인 몰래 녹음 및 녹화를 할 수 있습니다.

다른 파파라치와 달리 카파라치는 1석3조의 효과가 있습니다. 대부분 불법 카드모집은 특정 브랜드 할인혜택을 미끼로 고객을 유인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불법 카드모집으로 카드를 발급하면 제품에 대한 할인혜택과 함께 5만원 상당의 현금 등 경품, 신고에 따른 포상금까지 받을 수 있게 됩니다. 이에 강남 인근에는 카파라치를 양성하기 위한 학원까지 생겼다는 전언입니다.

물론 카드사의 불법영업은 규제해야 할 대상입니다. 카드사들이 카드모집에 쓰는 비용이 연간 1000~1200억원으로, 이 비용은 모두 카드 사용자들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무엇이든 넘치는 것이 모자람만 못하듯 카파라치 역시 과열 양상을 띠는 것에 대해서는 다시한번 생각해 볼 여지가 있습니다.

carri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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