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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돈 때문에”…체면 구긴 ‘대영함대’의 꿈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영국이 야심차게 추진했던 항공모함 도입 계획이 비용 문제로 좌초 위기에 놓였다. 한때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군림했던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려던 영국이 항공모함 때문에 체면을 구기게 됐다.

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영국 해군이 6만5000t 항공모함 2척을 도입하는 방안이 난항을 겪고 있다.

항모 2척을 건조하는 데 62억파운드(약 10조7274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비용이 발생하지만, 현재 영국 정부가 이를 감당할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앞서 영국 정부는 지난 1999년 해군력 증강을 목표로 6만5000t급 항모 도입을 추진했다.

영국 해군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항모로, 전투기 36기, 중형 대잠헬기 멀린 4기 및 병력수송용 헬기들을 한꺼번에 탑재 가능하다.

영국 항공모함 퀸엘리자베스호가 완성되면 가장 비슷한 모습일 것으로 예상되는 니미츠급 미국 항공모함 존스테니스호(왼쪽)의 모습 [자료=위키피디아]

영국은 여기에 2010년 퇴역한 수직 이착륙 전투기 ‘해리어’ 대신, 록히드마틴의 F-35 합동 타격 전투기를 탑재할 예정이다. 한 번 출격하면 24시간 운항할 수 있는 F-35를 위해 최대 108차례 작전을 수행할 수 있도록 모함을 설계했다.

이중 2009년부터 건조가 시작된 ‘퀸엘리자베스’호는 오는 2020년 첫 선을 보인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4일 스코틀랜드 로지스 조선소에서 퀸엘리자베스호와 건조 예정인 ‘프린스오브웨일스’호에 이름을 붙이는 행사를 갖는다.

언뜻 보기엔 항모 도입안이 순항하고 있는 듯하지만, 속내는 그렇지 못하다. 예산 부족으로 프로젝트 규모가 원안에 비해 대폭 축소됐기 때문이다.

실제 영국 해군은 아직까지도 퀸엘리자베스호에 탑재할 F-35 전투기를 하나도 구매하지 못한 상황이다.

현재 스코틀랜드 로지스에서 건조 중인 퀸엘리자베스호 [자료=위키피디아]

이달 중 록히드마틴으로부터 14기를 구매할 계획이지만, 항모의 수용능력이 36기임을 감안하면 절반도 쓰지 못하는 셈이다.

또 프린스오브웨일스호는 건조 계획이 아예 보류됐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운영비를 절약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운항거리와 화력 등 성능이 더 좋은 전투기를 탑재할 수 있도록 항모를 재설계한다는 계획 역시 비용 문제로 불투명해졌다.

이에 따라 항모 도입안이 ‘반쪽짜리’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줄을 잇고 있다.

영국 안보 싱크탱크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피터 로버츠 선임연구원은 항모 1척의 활용기간이 6개월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하며 “1척의 항모만 가동할 경우 국제적 해군 강국으로 발돋움할 수 없다. 역내 강국에 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승연 기자/sparkli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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