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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英 창업열풍…자영업자 역대 최대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세계 최대 보험사 아메리칸인터내셔널그룹(AIG) 영국 지사를 다니던 ‘잘나가는’ 워킹맘 케이티 엘퍼(31). 귀여운 아들부터 번듯한 직장, 고액 연봉까지 남부러울 것 없던 그는 2012년 어느 날 사표를 던졌다.

엘퍼는 업무에 찌든 삶이 문득 불행하게 느껴졌다고 했다. 그가 사는 브라이튼에서 런던의 직장까지 출근하려면 매일 새벽 5시에 눈을 떠야했고, 오후 5시 30분에 끝나는 아들의 어린이집 시간에 맞추려면 지친 몸을 이끌고 부랴부랴 퇴근해야 했다.

이제 그는 펜 대신 밀가루를 손에 든다. 어린이 요리교실 겸 놀이방 ‘쿠커리 두들두’의 사장님으로 변신했기 때문.

늘 육아와 업무에 시달렸던 그는 요즘엔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다. 항상 가까이에서 아이들을 돌볼 수 있는데다 일에 대한 자부심과 책임감도 커졌다. 사업은 날로 번창해 최근엔 분점을 내려고 알아보고 있다. 돈벌이도 AIG에서 받던 연봉만큼 된다는 그의 입가엔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최근 영국에서 엘퍼처럼 창업을 통해 홀로서기를 선언한 이들이 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자영업 시장에 뛰어든 영국인은 70만2000명을 넘는다. 이 기간 고용 증가분의 70%에 달한다. 최근 7년 새 일자리를 가진 10명 중 7명이 취업 대신 창업을 했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전국 자영업자 수는 450만명으로 늘었다. 이는 전체 노동인구의 15%를 차지하는 것으로, 역대 최대 비중이다.

영국 고용자 수 추이(누계). 회색 선은 자영업자, 하늘색 선은 피고용인을 가리킨다. 파란색 선은 자영업자와 피고용인 수를 합산한 것. [자료=블룸버그ㆍ영국 통계청]

창업 열풍은 고용지표까지 눈에 띄게 개선시켰다.

영국 통계청(ONS)에 따르면 지난 4월까지 3개월 간 고용자 수는 3050만명을 기록해 사상 최대치를 달성했다.

실업률은 6.6%로 5년래 최저치다. 유로존 실업률이 11.6%인 것과 견줘보면 크게 차이가 난다.

하지만 누구나 창업 성공 스토리를 쓴 것은 아니다. 충분한 준비와 노하우 없이 덤볐다가는 실패하기 쉽다.

실제 ONS 가족자원조사 보고서를 들여다보면, 2006~2007년 자영업자의 소득은 일반 피고용인에 비해 20% 적었다. 그 차이는 2011~2012년엔 40%로 커졌다.

창업 실패에 따른 국가적 손실도 우려된다.

영국 랭커스터대 산하 싱크탱크 노동재단(WF)의 이안 브링클리 이코노미스트는 “신규 창업인구의 적은 소득과 (경험ㆍ기술 부족으로 인한)낮은 생산성으로 향후 수년 간 국가 생산성이 보다 더디게 회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런던 소재 시티그룹의 마이클 손더스 서유럽 부문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영국의 생산성은 2008년 초보다 4.3% 떨어졌다”고 지적하며 “상당 부분은 자영업자 증가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sparkli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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