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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통3사 ‘베가 재고떨이’ 로 맞대응
팬택 채권단 ‘1800억 출자전환’ 시한 늦추며 고강도 압박
“월 10만대 판매 사실상 불가능” 판단…재고 60만대 소진 통해 손실분 줄이기

産銀, 대출금 회수위해 이통사 도움 절실
연일 이통3사 방문 읍소·회유 양동전략…팬택도 “이통사 지원땐 독자생존” 항변


“베가 시크릿 업을 사면 4만원 현금까지 드립니다”

팬택에 대한 1800억 원의 출자전환 동의서 제출 시한 마감일인 4일, KT와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 이통 3사는 ‘베가’ 재고떨이에 나섰다.

팬택 제품중에서도 재고가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진 ‘베가 시크릿업’을 2년 약정만 하면 공짜로 주는 것도 모자라, 덤으로 현금 4만원까지 준다는 판매상도 등장했다. 전날 이통 3사들이 일선 영업점에 베가 시크릿업에 대한 판매보상비(보조금)를 대폭 올렸기 때문이다.

이통사 한 관계자는 4일 “산은이 팬택 출자전환에 대한 답변 마감 시한을 8일로 연기했다”며 “이통사들을 회유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이통사 관계자도 “출자전환 결정을 위한 이사회는 아직 예정된 것이 없다”며 “출자전환에 동의하지 않기로 한 이상, 이사회를 열 일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통 3사가 산업은행이 요청한 1800억 원 규모의 출자전환을 거부하기로 사실상 결정했음을 강조한 것이다.

이통 3사의 거부에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팬택이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다는 분석이 깔려있다. 산업은행과 채권단, 그리고 팬택은 “월 10만대만 이통 3사가 소화해준다면 팬택이 살아날 수 있다”고 말하지만, 이 자체가 불가능하다는게 이통사들의 판단이다. 이통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매달 팔리는 스마트폰이 100만대 미만”이라며 “이 가운데 삼성전자, LG전자와 겨뤄 팬택 제품을 10만대 씩 팔기 위해서는 보조금 특혜를 주는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팬택 뿐 아니라 삼성, LG전자, 나가서는 해외 제조사들과도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이통사 입장에서, 팬택에 대한 특혜는 있을 수 없다는 의미다. 차라리 남은 60여 만대 재고를 하루빨리 소진해 조금이라도 손실을 줄이는게 낫다는 의미다.

반면 산업은행과 채권단은 연일 이통 3사를 방문해 읍소하며 팬택 살리기에 나서고 있다. 이통 3사가 팬택의 주주가 돼서, 팬택 제품을 월 10여 만대씩 팔아준다면 팬택도 살고, 중장기적으로 채권단들의 대출금도 회수 가능하기 때문이다. 당초 예고했던 출자전환 동의서 제출 시한을 4일에서 8일로 늦춘 것도 이통3사를 향한 경고 겸 회유책이다.

산은 관계자는 “이통사들이 출자 전환을 거부한다면, 팬택은 결국 법정관리로 갈 수 밖에 없다”며 “단말기 수급 및 고용안정 차원에서라도 이통3사가 전향적인 판단을 해 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당사자인 팬택의 입장도 마찬가지다. 팬택 관계자는 “지난 1~2월 흑자를 기록했다”며 “국내 시장 10%의 점유율만 유지할 수 있다면 R&D 자금도 마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8월 출시 예정인 광대역LTE-A 스마트폰 ‘배가 시크릿’에 대한 기대도 덧붙였다. 이통3사의 지원만 더해진다면, 월 10만대 판매와 독자 생존도 불가능은 결코 아니라는 항변이다.

최정호 기자/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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