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한국전통미술 가치 제대로 평가받는 계기될것”…간송전 기획 백인산 학예실장
[헤럴드경제=김아미 기자] 패션ㆍ디자인의 메카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 혜원 신윤복의 ‘미인도’가 걸렸다.

‘문화재 지킴이’ 간송 전형필(1906년~1962년) 선생의 소장품들을 주로 연구 목적으로 갖고 있던 간송미술관이 성북동이라는 ‘제한적’ 공간을 박차고 나와 보다 접근성이 유리한 대중적 공간에서 전시를 갖은 것이다.

‘청자상감운학문매병’ 등 국보급 문화재를 선보였던 ‘간송문화’전 1부 전시(3월 21일~6월 15일) 77일동안 12만명이 다녀갔다. 그 후속으로 2부 전시(7월 2일~9월 28일)가 오늘부터 시작된다.

이번에는 미인도를 비롯한 혜원전신첩 30점 모두와 단원 김홍도의 ‘황묘농접’, 안평대군의 서예 등 예술적, 학술적 가치가 탁월한 문화재급 작품 114점이 관람객을 기다리고 있다.

미술관계자들은 “간송 덕분에 고미술 시장이 살아난다”라는 말을 하기도 한다. 이처럼 한국 전통미술을 비롯한 고미술 전반에 대한 관심과 부흥을 이끈 중심에는 간송전 컬렉션을 기획한 백인산(48) 간송미술관 학예연구실장이 있다.

▶한국 전통문화재에 대한 관심이 많이 높아졌다.

-아이러니하게도 2008년 드라마 ‘바람의 화원’이 그 시작이었다. 이전에는 간송미술관 1년 관람객 수가 3000명 정도였다. 그런데 드라마가 히트를 치니까 미인도를 실제로 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간송으로 몰려왔다. 관람객이 5만명이 넘을 때도 있었다. 1938년에 지어진 낡은 건물을 그대로 쓰고 있는 간송미술관에서 전시를 보기 위해서는 밖에서 4시간 이상 기다려야 하는 일이 허다했다. 그래서 결국 ‘밖으로’ 나오게 됐다.

▶DDP라는 공간이 갖는 의미는.

-처음에는 공간이 갖고 있는 정체성이 애매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대중적 인지도와 접근성 측면에서 장점이 있었다. 결과적으로도 다양한 연령층이 쉽게 우리 문화재를 접할수 있는 계기가 됐다. 성북동 전시에서는 주로 50~60대 중년층이 많았지만 DDP 전시에서는 10~20대 청년들과 외국인 관광객들까지 관람객의 폭이 넓어졌다.

▶1부 전시와 2부 전시의 차이점은.

-1부 전시가 간송 전형필을 알리고 간송이 우리 문화재를 지켜온 과정을 알릴 수 있도록 시대적 흐름에 따라 작품을 배치했다면, 2부 전시는 간송미술관의 명품 문화재 위주로 작품을 선별했다. 그래서 전시 이름도 ‘보화각(葆華閣ㆍ빛나는 보물을 모아둔 집)’이라는 간송미술관의 옛 이름에서 차용했다.

▶우리 문화재에 대한 인식은 어떤가.

-문화부흥기에 속하는 조선 18세기 영ㆍ정조시대에는 청나라 화가들의 내로라하는 작가들보다 겸재 정선의 작품이 5~6배 더 비쌌다. 지금 겸재의 작품이 소더비에 나온다면 가격이 10분의 1로 뚝 떨어진다. 그만큼 평가절하 된 부분이 많다. 우리 것의 가치를제대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교육부터 바뀌어야 한다. 우리가 우리 것을 좋아하지 않는데 남이 우리 것을 좋아하겠나.

▶대학강단에서 오랫동안 강의도 하고 있다. 학생들에게 전할 말이 있다면.

-서양미술은 좋은 것, 우리 것은 낡은 것이라는 인식이 있었다. 그래서 유학도 많이 가고. 그런데 지금은 워낙 유학파가 많으니 ‘희소성’이 많이 떨어졌다. 어찌보면 우리 고유의 문화재, 전통미술은 ‘죽지 않는 시장’이다. 관념적인 측면을 떠나 ‘먹고 사는 문제’와 같은 실용적인 측면에서도 경쟁력이 있다.

amigo@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