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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정 · 광기…23년만에 무대 선 이중섭의 삶
‘길 떠나는 가족’ 13일까지 명동예술극장
“직접 보지 않은 것은 못 그려”

생활고에 시달렸던 화가 이중섭은 레스토랑에서 식사하는 연인을 본 적이 없다며 신문 연재소설 삽화 의뢰를 거절했다. 

개인전에서 자신의 작품을 사 간 사람에게는 “공부가 덜 됐다”며 다시 그려주겠다고 약속했다. 6ㆍ25전쟁으로 제주도에서 피난생활을 할 당시에는 “게를 너무 많이 잡아먹어 게한테 미안하다”며 열심히 게 그림을 그렸다.

지난달 24일 막을 올린 연극 ‘길 떠나는 가족’은 이처럼 고집세고 순수했던 천재 이중섭의 삶을 무대 위에 올렸다. 배우 지현준은 마치 이중섭이 빙의한 듯 순수함, 열정, 광기 등이 섞인 강렬한 연기를 선보였다.


비운의 천재 화가는 생활고로 가족들을 일본으로 떠나보냈고, 빨갱이ㆍ춘화작가로 몰리기도 했다. 결국 그는 영양실조와 정신분열로 생을 마감했다.

평생 가족을 절절하게 그리워했던 이중섭은 가족과 함께 살기 위해 수없이 그림을 그렸다. 그가 주로 그렸던 소재는 우리 민족성을 담은 소와 아이들이다. 극중 지현준은 팔레트를 들고 직접 황소 그림을 그리는 퍼포먼스를 펼치기도 했다.

극중에 등장하는 주전자, 술잔, 보따리, 의자 등은 목탄으로 그린 그림을 사용했다.

극의 마지막에 배우들은 이중섭의 그림 ‘길 떠나는 가족’처럼 소달구지를 끌고 나비, 새 등을 그린 오브제(소품)를 흔들며 사라진다.

이같은 미술 작품 뿐만아니라 월드뮤직그룹 반(VANN)이 구음(口音), 피아노, 기타 등을 통해 라이브로 들려주는 음악 역시 감동을 증폭시킨다.

지난 1991년 초연 당시 서울연극제 작품상, 희곡상, 연기상 등을 수상한 작품이다. 이윤택 연출과 이영란 미술감독이 23년만에 재연했다. 초연 당시 아이역을 맡았던 문경희가 이번 공연에서는 이중섭의 어머니로 출연했다. 오는 13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한다.

신수정 기자/ssj@heraldcorp.com

[사진제공=명동예술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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