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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벌로 분열된 태국 군부…내전으로 치닫나
[헤럴드경제 =한지숙 기자]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태국 군부 내부에서 파벌로 인한 권력투쟁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최악의 경우 내전으로 비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폴 챔버스 태국 치앙마이대 동남아문제연구소장은 1일 월스트리트저널 아시아판에 기고를 통해 “태국 군은 파벌로 찢어져 있어, 쿠데타 이후 이런 목표들(개헌 등)을 달성하기 어렵게 한다”고 지적하며 “최악의 시나리오는 사회 내 경쟁세력이 자신들과 동조하는 장군들과 동맹을 이뤄 내전을 일으키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프렘 틴술라논 전 총리

기고에 따르면 1800년대 후반에 형성된 태국 군부는 현대사를 거치면서 학교, 정치관심사 등에 따라 여러 계파로 갈라졌다. 최대 계파인 ‘프렘파’ ‘탁신파’는 시대 변천에 따라 핵심 자리를 놓고 다퉜다.

9월 과도내각 총리로 거론되는 쿠데타의 주역 프라윳 찬오차 육군참모총장이 속한 ‘왕당파’는 1978년 프렘 틴술라논(Prem Tinsulanond) 장군이 군 총책에 오르면서 군부 최고 실세로 부상했다. 프렘이 1980~88년 총리, 1998년 왕실 추밀원 의장까지 승승장구하면서 군 내 프렘 계파도 오랜 기간을 거쳐 세를 불려나갔다.

프렘 계파는 2001년 탁신 친나왓 전 총리의 당선으로 최대 위협을 맞는다. 군 사관학교와 경찰학교 출신인 탁신이 개인 네트워크를 이용해 군을 장악하려 들었기 때문이다. 탁신 가문은 2대에 걸쳐 군 요직에 진출해 군 내부에 친족 네트워크도 구축하고 있었다. 탁신 총리 취임과 함께 군 내 그의 동기와 친족이 대거 승진했다. 2003년 사촌인 차이싯 친나왓의 사령관 임명 때 측근 인사 비판은 최고조에 달했다. 탁신 전 총리는 최측근을 이용해 군을 장악, 자신의 지지기반을 공고히 하려 했다.

아누퐁 파오친다 전 총장

중심부에서 밀려난 ‘프렘파’는 2004년 1월에 왕실근위대의 엘리트 출신이 주도하는 ‘동부 호랑이파’를 결성하기에 이른다.

2006년 9월 탁신을 축출시킨 쿠데타는 왕비 경호를 담당하는 21보병연대를 거친 엘리트 사령관들이 일으켰다.손티 분야랏끌린 사령관, 프라윳 총장과 그의 전임자 아누퐁 파오친다 전 총장 등이다. 이번엔 ‘동부 호랑이파’가 핵심 세력으로 떠오르고 ‘탁신파’는 주변으로 밀려났다.

하지만 2006년 쿠데타 때 보상을 받지 못한 세력, 즉 낮은 계급과 중간계급 군 관료들은 ‘탁신파’에 흘러들어갔다. 2007년과 2011년 총선에 이들은 친 탁신 진영에 한 표를 행사했고, 탁신의 여동생 잉락 전 총리가 당선되며 재기에 성공했다.

지난 5월22일 프라윳 총장이 일으킨 쿠데타로 다시 한번 권력을 쥔 ‘동부 호랑이파’는 군 요직을 장악했다. 프라윳을 이어 오는 10월에 취임 예정인 차기 육군참모총장 유력 후보 역시 ‘동부 호랑이파’ 출신이다.

프라윳 찬오차 육군 참모총장

‘동부 호랑이파’는 2006년 쿠데타 성공 이후 민간 과도정부에 통치권한을 이양한 뒤 잉락에게 정권을 내준 실패를 경험한 만큼 이번에는 내년 총선 전까지 국정 통제권을 쥐려 하고 있다. 프라윳 총장은 최고군정 기관인 국가평화질서회의(NCPO) 의장직과 과도 총리를 겸임하는 한편 NCPO가 과도정부의 결정을 거부할 수 있는 권한을 갖도록 했다. 챔버스 소장은 “민간 정부가 들어서도 사령관들이 계속 뒤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려 들 것”으로 예상했다.


/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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