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중동에서 다시 불붙은 美ㆍ러…중동패권 충돌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우크라이나에서 대리전을 치뤘던 미국과 러시아가 이번엔 중동에서 정면 충돌하고 있다. 이라크 수니파 과격단체 ‘이라크ㆍ시리아 이슬람국가’(ISIS)가 ‘이슬람국가’ 건국을 선언하자, 양국은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중동지역 패권을 둘러싼 치열한 수싸움을 펼치고 있다.

▶미ㆍ러, 중동서 자존심 싸움=러시아와 미국 간 줄다리기가 벌어진 새 전장은 시리아다. 최근 들어 시리아 반군을 지원하고 있는 미국이 시리아ㆍ이라크 정부 ‘뒷배’를 자처하고 나선 러시아에 밀리는 양상이 연출되고 있다.

2011년 시리아 내전 발발 이후 미국은 바샤르 알 아사드 시아파 정권이 화학무기를 사용한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반군 세력을 지원해왔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온건’ 시리아 반군의 훈련ㆍ무장을 위해 지원금 5억달러를 의회에 요청한 상황이다.

그러자 러시아 외무부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발표한 성명을 통해 이 같은 계획이 “기이함 이상”이라며 강력 비판했다.

특히 “지하디스트(성전주의자)는 다른 이슬람 극단주의 경쟁 세력뿐 아니라 이슬람 국가들 모두에 위협이 된다”면서 “현실적으로 미국의 이 막대한 지원 자금은 칼리프 국가를 선포한 ISIS 테리러리스트 세력을 강화하는 데 전부 사용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력 기반을 시리아ㆍ이라크에 걸쳐두고 있는 ISIS는 양국 모두에서 반군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들 세력이 결국 ‘한줄기’임을 고려할 때 시리아 반군 지원은 ISIS의 병력 증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음을 꼬집은 것이다.

또 이는 이라크 사태에 ‘제한적 군사개입’을 선언하고 수니ㆍ시아ㆍ쿠르드족 간 자체 해결을 강조한 오바마 대통령 본인의 말을 뒤집는 것이기도 하다. 오바마 대통령은 30일 이라크에 200여명의 병력을 추가 파견하겠다는 뜻을 의회에 전달했다.

뿐만 아니라 러시아는 이라크에 전투기를 제공하는 등 긴밀한 협조 체제를 구축하면서, 미국과 이라크 정부 간 관계에 파열음을 내고 있다.

CNN방송에 따르면 이라크 국방부는 이날 러시아산 중고 수호이(Su)-25 전투기 5기가 28일 밤께 바그다드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이를 포함 총 25기의 전투기를 이라크 정부에 지원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누리 알 말리키 이라크 총리는 지난 26일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자신의 공습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F-16 전투기 판매를 미루는 바람에 러시아와 벨라루스 전투기를 구매하게 됐다”면서 오바마 정부에 섭섭함을 표시한 바 있다.

[사진=NBC방송 캡쳐]

▶미국 본토 위협=ISIS의 국가 선포로 미국 본토에 대한 테러 위협이 “극도로 높아졌다”는 위기감도 고조되고 있다고 30일 NBC방송은 분석했다.

과거 대테러 당국에 몸담았던 한 관료는 NBC에 “현재 ISIS의 위협은 극도로 높다”면서 “시리아와 이라크에 반군 세력이 퍼져있지만, 하부 조직 간에는 서방을 공격해야 한다는 뜻을 공유하고 있어 특히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특히 NBC는 복수의 관계자를 통해 70여명의 미국인이 시리아로 가 반군 세력에 합류했으며, 12명 가량은 현재까지 활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 가운데 일부는 미국으로 돌아온 것으로 파악돼, 테러 공격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시리아ㆍ이라크에서 활동하는 이들 ‘외국인 전사’들은 미국 등 서방 국가를 공격하는 데 필수적인 무기 제조술과 전술 등을 익혔음에도, 자유롭게 이동 가능한 ‘여권’을 소지하고 있어 불안을 가중시킨다.

실제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미니애폴리스에서 시리아로 떠난 소수의 사람들에 대해 조사 중이라고 NBC에 전했다.

영국 당국도 이슬람으로 개종한 영국인 ‘외국인 전사’가 400~500명이며, 여기서 3분의 2 가량이 시리아에서 영국으로 돌아왔다고 추산하고 있다.

이와 관련 한 전문가는 “테러공격을 할 수 있는 잠재적 테러리스트의 숫자는 9ㆍ11 테러 이래 그 어느 때보다 많아졌다”고 우려했다.

강승연 기자/sparkling@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