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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이터랩] 유전자 조작 ‘모기’ 로 뎅기열 잡는다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브라질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잉글랜드팀을 응원하기 위해 런던에서 벨루오리존치까지 날아온 축구팬 앤디 퀸(32) 씨. 출국 전 의사에게 뎅기열에 대한 경고를 듣고 방충제도 꼼꼼히 발랐지만, 모기를 맞닥뜨린 그는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그는 “흡사 외계인 같았다. 그렇게 큰 모기는 본 적이 없다”며 몸서리를 쳤다.

하지만 오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하계올림픽에선 뎅기열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전망이다. ‘뎅기열 주의보’로 월드컵 축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게 된 브라질 정부가 뎅기열을 퇴치할 새 무기를 꺼내들었기 때문이다. 스스로 죽는 유전자 조작 모기가 그것이다.

2004~2010년 연평균 주요국 뎅기열 발병 건수. [자료=블룸버그ㆍWHO]

1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영국 생명공학업체 옥시텍이 개발한 이 ‘치사 유전자’(lethal gene) 모기 도입을 두고 브라질 당국의 최종 승인을 앞두고 있다.

치사 유전자 모기란 유전자를 조작해 항생제가 없으면 생존할 수 없는 모기를 말한다. 이런 수컷 모기를 야생에 방출해 낳은 새끼 모기들은 이 유전자를 물려받기 때문에 성충이 돼 뎅기열을 퍼뜨리기도 전에 죽게 된다.

이 획기적인 유전자 조작 모기 도입안은 지난 4월 브라질 생명보안위원회로부터 승인을 받았다. 업체는 연내 최종 승인을 받아 올림픽이 열리는 2016년까진 치사 유전자 모기 시판에 들어갈 계획이다.

그렇게 되면 브라질은 치사 유전자 수컷 모기를 대량 방출해 뎅기열 유행을 막는 세계 최초의 국가가 된다.

세계 최대 뎅기열 발병국인 브라질에선 월드컵을 치르면서 감염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통상 브라질에서 뎅기열 감염이 절정에 달하는 계절은 12월~4월의 우기지만, 최근 장기간의 혹서가 이어지며 모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기 때문이다.

모기를 통해 주로 감염되는 뎅기열은 현재까지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다. 심한 경우엔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최근 수년 간 전 세계적으로 뎅기열 감염인구가 40% 늘어났을 정도로 위험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브라질은 지난 2004년부터 2010년까지 연평균 44만7466명이 뎅기열에 감염됐을 정도로 고위험국이다.

때문에 월드컵 관람객을 통한 확산을 우려한 브라질 정부가 방충제 사용을 촉구하고 새벽과 밤에는 긴옷을 착용해달라고 당부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이에 따라 아예 뎅기열을 옮기는 모기 개체 수를 줄여 적극적 대처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실제 앞서 옥시텍이 브라질 동부 만다카루에서 한 실험에서 치사 유전자 모기 방출 6개월 뒤 모기 개체 수가 96%의 감소율을 기록하는 성공적 결과를 얻었다. 이후 동일한 장소에서 7개월 간 이어진 실험에서도 비슷한 수준의 성과를 냈다.

지난 2009년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주의 지원을 받아 카리브해 등지에서 수행한 실험에서 치사 유전자 모기 300만마리를 풀어놔, 모기 개체 수가 80% 줄어든 바 있다.

이와 관련 해딘 패리 옥시텍 최고경영자(CEO)는 “상파울루 인근 캄피나스에 생산공장을 짓고 있다”며 브라질 정부의 승인을 목전에 두고 있음을 시사했다.

강승연 기자/sparkling@heraldcorp.com



☞뎅기열=뎅기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감염되어 생기는 병으로 주로 뎅기 바이러스를 갖고 있는 모기가 사람을 무는 과정에서 전파된다. 발병하면 고열을 동반하는 급성 열성 질환으로, 심한 복통, 구토, 경미한 출혈이 나타난다. 뎅기쇼크 증후군까지 가게 되면 사망률이 40~50%에 달한다. 남미, 아프리카, 아시아의 열대ㆍ아열대 지방에 주로 분포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한해 5000만명이 뎅기열에 감염되며, 매년 1만2500명이 뎅기열 때문에 사망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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