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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투기업을 찾아서> “한국은 단순한 생산기지 아닌…전자소재 개발 거대 연구센터”
한국머크
조선 현종 9년이던 1668년. 독일 다름슈타트(Darmstadt)에서 프리드리히 야콥 머크(Friedrich Jacob Merck)가 ‘천사약국(Engel-Apotheke)’의 문을 연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제약회사인 독일 머크의 출발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머크의 사업도 다각화되면서 제약 매출은 60%로 줄었다. 나머지 40% 가운데 15%가 전자소재인데, 한국이 핵심 기지다. 1989년 설립한 한국머크 매출의 80%인 6338억원(2013년기준)이 액정크리스탈디스플레이(LCD),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을 만드는 머크어드밴스드테크놀러지스에서 나온다. 무역과 의약품을 다루는 머크(주)의 매출액 1460억원의 4배가 넘는다.

한국머크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제약화학회사 독일머크의 한국법인이다. 세계적인 전자,화학기업들이 밀집한 한국은 머크가 꼽은 8대 전략국가 중 하나다. 박현구 기자/phko@heraldcorp.com

6월 30일 경기도 평택연구소에서 코트라(KOTRA) 인베스트코리아 서포터즈와 함께 만난 미하엘 그룬트<사진> 한국머크 대표는 “삼성, LG 등 세계적인 회사들이 소재한 한국은 전자소재 부문에서 머크의 핵심 전략국가”라고 강조했다. 정말이다. 독일 머크는 지난해 본사 최고경영자(CEO)가 주최한 사장단 회의에서 한국을 8대 전략국가 중 하나로 선포했다.

머크는 지난 2011년 경기도 평택에 OLED 응용기술연구소를 설립했다. 머크가 이 부문 연구소를 운영하는 국가는 본사가 위치한 독일 외에는 한국이 유일하다. 소니, 샤프의 일본보다 한국의 전자산업이 더 발전할 것이라고 판단한 결과다.

그룬트 대표는 “한국은 단순한 생산기지가 아니라 연구개발도 함께 진행하는 거대한 ‘연구센터’다. 고객사와 소통하며 소재 개발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독일 머크 본사의 기초연구와 전 세계 고객사의 전자제품을 연결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연구개발 성과는 투자와 비례하기 마련이다. 그만큼 머크의 한국에 대한 투자는 적극적이다.

한국머크는 내년 초 제2 OLED 응용기술연구소 설립도 계획하고 있다. 제1 연구소가 소재의 화학물성을 실험하는데 주력했다면, 제2 연구소는 머크의 소재를 직접 전자기기에 적용해 적합도 여부를 실험하게 된다.

한국머크는 그 동안 한국 시장에 LCD 액정 원료를 사실상 독점 공급해왔다. 삼성과 LG의 LCD가 전세계를 휩쓰는 데는 머크와의 협력이 중요한 역할을 했던 셈이다. 그런데 머크는 앞으로 OLED 사업도 서서히 확대할 계획이다. 아직 OLED 시장 규모가 미미하지만, 머지않은 미래에 OLED가 액정을 대체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한국머크는 올해 마무리될 AZ일렉트로닉머티리얼즈 인수로 반도체 재료시장에 첫 발을 내딛게 됐다. AZ일렉트로닉머티리얼즈는 디스플레이 재료와 반도체용 절연 및 코팅 재료를 공급하는 업체다. 지난해 매출 7억3000만달러 중 반도체 재료부문이 약 70%를 차지한다.

그룬트 대표는 “반도체 신기술을 추가해 전략적으로 사업을 확장하려는 것”이라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회사를 새로운 고객사로 유치해 성장 발판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머크는 전세계 66개국에 4만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한국머크의 직원은 430명이지만, 이번에 인수한 AZ일렉트로닉스머티리얼즈까지 포함하면 600여명으로 늘어난다.

한편 지난해 7월 한국머크 대표로 부임한 그룬트 대표는 한국의 사업환경은 대체적으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오락가락한 정부 정책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지난해 갑자기 세금정책이 바뀌어서 당황한 기억이 있는데, 세금과 규제 등 사업환경이 변하면 장기적 관점의 투자에 악영향을 끼친다”고 지적했다.

김윤희 기자/wor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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