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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하드’ 새국면 진입…ISIS ‘이슬람국가’ 의미는?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이라크 반군을 이끌고 있는 수니파 무장단체 ‘이라크ㆍ시리아 이슬람국가’(ISIS)가 공식적으로 ‘이슬람국가’ 건설을 선언했다. 이를 통해 ISIS는 중동-아프리카-아시아 무슬림 세력을 규합, 반(反)이슬람 세력과의 전면전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이슬람국가를 구심점으로 이슬람 과격단체들의 테러 공격에 불이 붙는 것은 물론, 이슬람국가의 영토를 중동 전역으로 확장하기 위한 ‘지하드’(성전)가 본격화되리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빈 라덴의 꿈, ‘이슬람국가’= CNN방송과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ISIS 대변인 아부 무함마드 알 아드나니는 29일(현지시간) 인터넷에 공개한 음성 메시지를 통해 이슬람 제국 최고 통치자 칼리프가 다스리는 ‘칼리프 국가’(caliphate) 창설을 공식 선언하고, 단체 명칭을 ISIS에서 이라크와 시리아를 뗀 ‘이슬람국가’(Islamic State)로 변경하겠다고 밝혔다.

‘이슬람국가’ 개국을 선포한 ‘이라크ㆍ시리아 이슬람국가’(ISIS)가 장악한 지역. 붉은색 점으로 표시된 곳이 ISIS가 통제하고 있는 지역이다. [자료=CNN]

또 현재 ISIS 최고지도자 아부 바크르 알 바그다디(43)의 실명인 ‘이브라힘 아와드 이브라힘 알리 알 바드리 알 사마라이’를 언급하며 그가 이슬람국가의 ‘칼리프’로 추대했다고 전했다.

이어 모든 무슬림들은 이슬람국가와 칼리프에 대해 충성을 맹세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이슬람국가의 영토가 시리아 알레포 주부터 이라크 동부 디얄라 주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슬람국가 칼리프의 권한과 군대의 영향력이 미치는 지역에서는 다른 국가나 토후국(에미리트), 단체 등의 합법성이 무효화된다고 강조했다.

ISIS의 이슬람국가 창설 선언은 과거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이 일생 동안 이루고자 했던 정치적 목표를 대신 실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지도자인 아이만 알 자와히리도 칼리프 국가의 건설이 “미국 제국과 전 세계에 퍼져있는 유대인 정부에 반기를 드는 역사적 반환점이 될 것”이라고 표현하며 이 같은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설을 통해 수도 바그다드가 ISIS의 손에 넘어가게 되면, 사실상 바그다드에 기반을 둔 칼리프 국가의 등장은 1258년 몽고족에 함락된 뒤 756년 만이라고 지적했다. 또 스스로 이슬람국가 칼리프임을 선언한 알 바그다디가 이슬람교 창시자인 예언자 무함마드의 후계자이자, 이슬람 세계의 정치ㆍ종교 지도자로 받아들여질 것으로 분석했다.

▶이슬람 지하드 본격화 우려=이에 따라 이슬람국가를 구심점으로 이슬람 과격단체들의 테러 공격에 불이 붙을 것으로 우려된다. 이슬람국가의 영토를 중동 전역으로 확장하기 위한 ‘지하드’(성전)가 본격화되리란 전망이다.

중동 전문가인 요르단 언론인 푸아드 후세인은 앞서 알카에다가 15년 내 전 세계를 이슬람화하는 7단계 계획을 수립했으며, 그 중 5단계는 ‘2013~2016년께 칼리프 혹은 이슬람 국가의 선언’으로 그 직후 ‘이슬람 세계와 반이슬람 세계의 전면전’이 촉발될 것으로 내다본 바 있다. WSJ은 이를 토대로 ISIS가 현재의 영토에 만족하지 않고, 쿠르크족 자치지역 및 미국 동맹국 요르단 등 중동 전역으로 세력을 확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이번 국가 선포로 이슬람 세력의 주도권이 이슬람국가로 넘어갈 수 있다는 데 주목했다. 지난 2월 알카에다로부터 축출된 ISIS가 이를 계기로 기존의 중동 무슬림 국가뿐 아니라 알카에다의 리더십에도 전면적으로 도전했다는 것이다.

브루킹스 도하 연구센터의 찰스 리스터 객원 연구원은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합법성에 대한 판단을 떠나서 ISIS의 이슬람국가 선언은 9ㆍ11 테러 이후 국제적인 지하디스트 운동 가운데 가장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면서 “알카에다 분파나 다른 독립적인 이슬람 성전세력들은 이제 ISIS 합류나 반대 중에서 선택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이슬람국가 수립 선언의 영향력은 전세계로 퍼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라마단’ 기간에도 테러자행=이슬람국가 선포가 이슬람 단식성월 ‘라마단’에 돌입한 시점에 이뤄진 배경에도 이목이 쏠린다. 이슬람력 9번째 달인 라마단은 종교적 가르침을 되새기는 기간으로, 이슬람권 간 전투나 무력 충돌도 일시적으로 중단하는 것이 관례다.

그러나 28일 이라크에서 라마단이 시작된 날 밤 ISIS는 이슬람국가 건설을 선언하고, 곳곳에서 유혈사태를 초래하고 있다.

이날 시리아인권관측소(SOHR)에 따르면, 시리아 내 ISIS 조직원들은 북부 알레포 주에서 9명을 십자가에 매달아 공개 처형했다. 이들은 친미 준군사조직 ‘어웨이크닝’에 가담해 ISIS와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과 맞서 싸운 혐의를 받고 있다.

ISIS는 지난 27일 알레포 마을 다이르 하페르의 광장에서 어웨이크닝 소속원 8명을 공개 총살하고 나서 그들의 시신을 십자가에 매달았다. 또다른 마을인 알밥에선 반군 한 명을 처벌의 의미로 8시간 동안 십자가에 매달아뒀다. 이 남성이 생존했는지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ISIS는 사담 후세인의 고향 티크리트를 두고 이라크 정부군과 교전을 벌이고 있다.

이에 대해 FT는 ‘홍보성 과시 행위’(publicity stunt)라고 풀이했다. 향후 공격에 대비해 지하디스트 병력을 집결하기 위한 노림수라는 뜻이다.

실제 이라크 정부는 러시아 및 벨라루스로부터 도입하기로 한 수호이 전투기 10대 중 5대를 28일 도입하고, 3~4일 안에 실전 배치키로 했다. 이에 따라 정부군의 티크리트 탈환 작전에 이 전투기들이 투입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상황이다.

강승연 기자/sparkli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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