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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해창 선임기자의 세상읽기> 현대백화점의 똥배짱
월요일 아침부터 ‘희망’의 반대편을 가고 있습니다. 현대백화점 천호점 1층 천정 일부 붕괴 사고 얘기입니다. 일요일인 29일 오후 2시 조금 넘은 시간, 쇼핑객들이 대거 몰린 상황에서 약24㎡ 면적의 천장 석고 마감재가 와장창 내려앉았다고 합니다.

다행히 6명 정도가 약한 부상을 입는 데 그쳤지만 쇼핑객들은 혼비백산했고, 무너져 내린 건축자재 등으로 현장은 한바탕 난리가 난 모양입니다. 뉴스를 통해 사고소식을 접한 많은 이들은 이게 또 무슨 날벼락이냐며 크게 놀라야 했습니다. 툭하면 터지는 대형사고 때문입니다.

이날은 더구나 추억하기도 싫은, 삼풍백화점이 무너진 지 꼭 19년이 되는 날입니다. 어이없는 이 사고는 세계 전역으로 생중계되다 시피하면서 대한민국을 참으로 부끄럽게 한 사건입니다. 사망자 502명을 포함해 총 1500여명의 인명피해를 낸 초대형 사고였던 겁니다. ‘산업화의 쾌속질주, 속빈강정 한국’이라는 비판이 세계유수의 언론매체에 연일 넘쳐났습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대형참사는 반드시 시그널이 있다는 겁니다. 사전징후 말입니다. 삼풍백화점 역시 사고 전에 냉방에 문제가 있었고, 건물에 균열까지 보였다는군요. 결국 이 땅에서 벌어진 대형참사 중 대표적인 인재라는 불명예를 안게 된 겁니다. 물론 지난 4월 16일 벌어진 세월호 참사가 워낙 황당한 것이어서 자리바꿈 가능성이 있긴 하지만 말입니다.

YTN이 29일 오후 발생한 현대백화점 천호점 1층 매장 천장 붕괴 현장을 긴급뉴스로 내보내고 있다.

정말이지 삼풍백화점과 세월호 참사는 닮은꼴입니다. 사고조짐을 해당 업체들이 미리 알고 있을 가능성이 농후한 점, 그럼에도 무리하게 개중축을 시도한 점, 무엇보다 사고 발생 후 우왕좌왕 오락가락 하면서 실종자 숫자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점 등이 그러합니다.

경미한 접촉사고 정도의 일에 삼품백화점이나 세월호를 갖다 들이대는 것은 무슨 꿍꿍이냐고 현대백화점 측은 따질지 모르겠습니다. 하긴 찰과상에 그쳐 경상자들이 치료 후 귀가했으니까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요?

기자가 보기엔 철저한 사후 조사가 필요합니다. 사고 직후 현대백화점의 처사는 묵과할 수 없는 것입니다. 1층은 대피조치를 했지만 다른 매장에서는 “1층에서 천장이 무너지는 사고가 있었으나 안전하다”는 안내방송을 한 차례 한 뒤 영업을 이어간 겁니다. 단 한차례 방송, 그 것도 안전하다는 내용으로 말입니다. 어찌됐건 방송을 제대로 듣지 못한 손님이 많을 수밖에 없고, 또 굳이 나쁜 소식을 장황하게 반복할 이유도 없었을 겁니다.

여기서 되도록 훅 덮어버리자는 그런 발상이 엿보입니다. 실제로 현대백화점 측은 문제의 장소에 가림 막을 후딱 치고는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났냐는 식으로 평상을 되찾으려 애썼습니다. 

더 주목해야 할 것은 현대백화점이 가만히 있다고 그렇게 된 것이 아닐 가능성입니다. 현대백화점은 천호점과 약 40m 떨어진 곳에 연면적 2만5000㎡ 규모(지하5층㎡·지상7층)로 수평 중축 중이라고 합니다. 현재 시설물은 철거를 하고 있는 중이랍니다.

현대백화점 측은 중축공사와 전혀 무관하다고 합니다만 엄격하게 조사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도대체 이런 배짱은 어디서 오는 건가요. 이런 걸 두고 우리는 똥배짱이라고 합니다. 고객먼저라는 말은 빈말일 뿐입니다. 증개축이 중요한 게 아닙니다. 안전보다 돈 먼저인 고약한 심보부터 스스로 수리하는 게 급해 보입니다.

오늘도 그 곳에는 많은 쇼핑객들이 드나들 겁니다.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지 않으면 또 큰 코 다칠지 모릅니다. 하긴 더 다칠 코도 남아 있지 않긴 합니다만 말이죠. 각성할 곳이 이 곳 밖에 없겠습니까. 정신 차리고 또 차려야 하겠습니다. 

/hchw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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