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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금리 시대, 연금도 투자다. 上> 저금리에 발묶인 국내 연금시장
[헤럴드경제=권남근 기자]평균수명 증가로 노후자금인 연금의 중요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저금리 시대로 접어들면서 개인연금과 퇴직연금 등 사적연금의 수익률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자칫 금리가 물가상승률보다 낮을 경우 자산가치 하락리스크에 노출될 수 있다. 수익률 제고를 위한 투자형 상품의 비중 확대가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금리형 상품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지나치게 안정성만을 추구한 금리형 상품외에 투자형 상품 확대를 통한 분산투자, 국내를 넘어선 해외시장으로의 투자도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국내 연금운용 시장 현황과 수익률 제고를 위해 필요한 자산배분 전략을 상, 하에 걸쳐 짚어본다.


▶국내 연금시장, 금리형이 투자형보다 압도적=국내 연금시장에선 금리형 비중이 투자형보다 압도적으로 높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조사자료에 따르면 2012년 기준, 개인연금(216조원) 중 보험과 신탁 비중은 각각 77.6%와 16%로 모두 94%를 차지했다. 펀드는 6.3%에 불과했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개인연금 유형별 비중이 펀드 73%, 보험 21%, 신탁 1% 등으로 투자형상품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퇴직연금 역시 마찬가지다. 일반적으로 퇴직연금은 운용책임을 기업이 지는 확정급여(DB)형, 개인이 지는 확정기여(DC)형으로 나뉜다. 지난해말 기준 총 퇴직연금(85조원) 중 원리금 보장형이 대부분인 DB형이 72%에 달했다. 게다가 DC형을 포함한 전체 총 적립금 중 주식형펀드와 직접투자는 각각 0.1%에 불과하다. DC형을 운용하는 개인들도 보수적 투자가 많다는 의미다. 금융감독원 통계에 따르면 원리금 보장상품의 비중은 지난 3월말 기준으로 DB형이 97.7%, DC형이 79%에 달했다. 미국의 경우 지난해말 기준 DC형 비중이 63%로 DB형(34%)보다 월등히 높다. 


국내 연금의 보수적 운용은 지나치게 안전성을 선호하는 현상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연금보험, 신탁의 주력 판매채널인 은행과 보험의 지점이 연금펀드 판매채널인 증권사보다 많은 데 따른 이유도 있다.

퇴직연금은 기업들이 원리금 보장을 중시하면서 DB형을 선호하고 연금사업자 선택시 은행, 보험사 등 기존 거래금융회사를 선호한 데 따른 것이다. 최근 금융투자협회가 실시한 ‘퇴직연금에 대한 인식 실태 조사’에 따르면 회사가 연금 사업자를 선택할 때 운용능력(9.7%)이나 자산관리 서비스(2.8%)보다 회사가 단독 선정(33.5%)하거나, 사업자 안정성(25.3%), 대출 등 기존 거래 관계(13.0%), 원리금 보장상품의 금리 수준(11.8%)을 더 고려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연금 수익률 투자형 상품이 더 높아, 퇴직연금은 기대치 이하=연금의 경우 투자형 상품의 수익률이 금리형 상품보다 높았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2009년 이후 지난 5년간 개인연금의 연평균 수익률은 펀드 8.91%, 신탁 3.25%, 보험 -2.19%로 나타났다. 저성장에 따른 저금리 기조가 이어진다면 대부분 금리를 바탕으로 운용되는 신탁 및 보험의 수익률은 더 하락하게 된다.

투자자들의 기대치 대비 수익률도 낮아질 수 있다.

실제 퇴직연금의 지난해 수익률은 근로자들이 기대하는 수익률이나 회사의 임금상승률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금융투자협회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DB형 수익률이 3.08%로, 기대 수익률 3.87%뿐 아니라 조사대상 사업장(255개)의 평균 임금상승률(3.65%)에도 미치지 못했다. DC형 가입 근로자들의 연간 기대 수익률은 평균 5.23%였지만 실제 수익률은 3.5%에 그쳤다. 


금투협은 “DB제도는 회사 내 운용 담당자의 손실에 대한 부담 등으로 지나치게 안전 제일주의로 운용돼 투자 의사결정 절차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금투협은 DC형은 가입자 운용지시가 없을 시 자동적으로 실적배당 상품으로 투자되는 ‘디폴트옵션’이나 연령이나 위험에 대한 선호도를 고려해 실적배당상품과 안전상품의 비중을 조정하는 ‘라이프사이클 펀드’ 등을 통해 가입자 중심으로 운용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상건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상무는 “연금은 30년 이상의 노후생활을 지탱하는 대표적인 수단으로 안정성과 동시에 적립금의 운용전략이 매우 중요하다” 며 “장기투자인 만큼 일정시점을 두고 경제 및 시장상황에 맞게 포트폴리오 조정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도록 퇴직연금에서의 주식비중 제한 완화 및 연금의 판매사 이동을 온라인으로 간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현재 개인연금과 퇴직연금을 합쳐 400만원인 소득공제혜택을 각각 400만원씩으로 확대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소득공제 혜택이 확대되면 퇴직연금이 증가하면서 자연스레 자본시장으로 자금이 더 많이 유입되고, 저금리 시대에 퇴직연금 투자수익률 향상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happyd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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