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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EO칼럼 - 박재식> “기업가정신 회복, 자본시장에 달렸다”
경영학의 아버지로 일컬어지는 피터 드러커는 한강의 기적을 목도하고 기업가 정신의 최고 실천국은 의심할 바 없이 한국이라고 칭송했다. 그러나 그가 그렇게 격찬했던 한국경제의 모습을 요즘은 찾기 힘들다. 몇 년째 경제는 잠재성장률을 밑돌고 있고 세계 경제의 평균성장률조차 하회하고 있다. 게다가 세계에서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고령화로 저성장 국면이 고착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높다.

정부는 우리 경제의 성장엔진을 재점화시키기 위한 방안으로 창조경제의 실현을 국정의 핵심과제로 설정했다. 창조경제의 성공을 위해서는 우선 자본시장 활성화를 통해 기업가 정신과 혁신본능부터 되살려야 한다. 주식시장은 인류가 시도해 온 혁신과 도전정신을 북돋우는 가장 확실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세계 최고의 검색엔진으로 일컬어지는 구글도 처음에는 스탠포드대학교의 대학원생이었던 래리 페이지의 검색 알고리즘에 관한 연구과제물에 불과했다. 그의 아이디어와 혁신기술에 지갑을 연 것은 은행이 아니라 자본시장이었다. 그는 처음에는 엔젤투자자, 이후에는 주식시장을 통해 자신의 아이디어를 사업화할 자금을 확보할 수 있었고 결국 스탠포드 인근의 차고에서 시작한 회사를 시가총액 약 3900억 달러의 구글제국으로 일구고 300억 달러에 달하는 개인적 부를 쌓았다. 여기에 자극받은 수많은 젊은이들이 창업에 도전하고, 기업가 정신과 혁신이 북돋아지면서 미국의 성장엔진은 되살아나고 있다. 이 모두가 활력있는 자본시장 없이는 불가능했을 일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나라의 자본시장은 불완전 판매 등 잇따른 대형 금융사고로 국민들의 신뢰를 상실하면서 활력을 잃고 있다. 주가조작, 벤처기업의 회계분식 등도 국민들이 자본시장을 멀리하게 된 요인들이다. 자본시장의 침체는 자본시장 업계와 기업들이 자초한 측면이 크지만, 시장 위축을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된다. 미래의 먹거리를 가져다 줄 창조경제를 뒷받침할 수 있는 것은 결국 자본시장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자본시장의 재도약을 위해서는 국민들이 자본시장을 떠났던 뼈아픈 경험을 토대로 신뢰회복을 위한 조치들이 이뤄져야 한다.

즉 신용평가의 객관성 확보, 분식회계에 대한 철저한 감시 및 적발, 주가조작 및 시세조종행위의 엄단과 업계의 충실한 투자정보 제공 노력 등을 통해 정보의 비대칭성을 최소화해야 한다.

국민이 스스로 찾아오도록 자본시장의 매력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위험을 낮추고 수익률을 높인 신상품을 개발하고 차별화된 해외 투자처를 발굴해 국내 자산가들과 이어주는 등의 업계의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정부도 파생상품에 대한 규제완화 등 자산운용의 자율성을 확대하고 투자자금이 시장에 대거 유입될 수 있도록 세제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장기모험자본인 사모투자전문회사(PEF)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 글로벌 수준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고,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의 주식투자를 유도해 외국인에 대항하는 시장안정 기능을 수행하도록 할 필요도 있다. 정부의 과감한 지원정책과 적극적 규제개혁을 기대한다.

박재식 한국증권금융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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