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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X파일]“CEO도 설계사도 1년도 채안돼 짐싸던데”...‘장수CEO’ 이영호 에이스생명 신임사장은?
[헤럴드경제=김양규 기자]지난 4월 ACE생명보험(이하 에이스생명)의 신임 대표이사로 취임한 이영호 사장의 행보에 새삼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 사장이 에이스생명의 대표이사로 취임한 이래 온갖 추측이 끊이질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취임한지 얼마되지도 않아 기존 임원진에 대한 대폭적인 물갈이 인사와 조직개편 과정에서 대외홍보팀(PR팀)을 전격 폐지한 것은 매우 파격적이고, 이례적인 행보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업계 한 임원은 “대표이사가 새로 취임하면 업무 파악까지 약 6개월정도가 요구된다”며 “특히 통상적으로 임원진들에 대한 성과 평가가 나오기까지 최소 1년간은 임기를 보장한다는 점에서 이 사장의 행보에 다소 의아해 하는 이들이 적지않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불안정한 조직...뚝심경영에 기대건 에이스그룹=이영호 신임 사장은 ‘묻지마 보험’으로 유명해진 라이나생명을 10년 넘게 이끌어온 보험업계내 대표적인 ‘장수 CEO’ 중 한명이다. 라이나생명은 텔레마케팅과 홈쇼핑, 백화점 등 제휴사업을 중심으로 한 내실경영으로 매년 흑자경영을 이어왔다. 반면 에이스생명은 대조적인 케이스로 평가된다. 에이스생명의 전신은 뉴욕생명. 그러나 연이은 실적악화와 누적적자에 시달려왔다. 그러던 중 일대 반전을 꾀하기 위해 지난 2010년 그룹으로부터 증자를 통해 영업자금2000억원을 조달받았다. 하지만 이른바 ‘먹튀설계사 사건’으로 모두 날렸다. 먹튀설계사 사건은 당시 보험모집 조직들의 도적적해이와 물질만능주의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건으로, 모집수수료를 한꺼번에 몰아 지급하는 선지급하는 수당체계를 악용해 돈만 먹고 타사로 도망간 FC수당 편취사건이다.

금융당국의 강도 높은 조치로 현재 선지급 수당체계는 사라졌다. 하지만 그 여파로 뉴욕생명은 국내에서 철수하게 됐고, 지난 2011년 미국 에이스그룹에 회사를 넘겼다. 당시 뉴욕생명을 720억원인 헐값에 인수한 에이스그룹은 지금의 에이스생명으로 사명을 변경하고 국내 생명보험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4년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으나 에이스생명은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하는 등여전히 정상화 기류를 타지 못하고 있다. 잦은 CEO의 교체로 인한 조직 불안증과 더 나아가 불감증에 애사심 저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게 대체적이다. 실제로 에이스생명은 창립 이래 지금까지 대표이사의 평균임기가 1년이 채 안된다. 에이스생명이 창립된 2011년부터 4년이 채 안된 현재까지 CEO가 무려 4명이나 교체됐다. 대표이사의 인당 평균임기는 개략 10개월 정도다.

에이스그룹이 최장수 CEO인 이영호 사장을 선택한 이유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사장은 ‘의욕충만’, 직원은 ‘불안고조’(?)=금융당국은 물론 업계 및 학계 등에서 바라보는 대표이사의 역할은 무엇보다도 조직 안정화를 우선순위로 두고 있다.

업계 한 연구위원은 “회사의 CEO가 교체 될때마다 방향성이 바뀌면 이에 따른 장정과 단점이 있으나, 에이스생명처럼 CEO가 바뀔때마다 물갈이 인사 및 조직개편을 하면 조직원들은 이에 불안과 염증을 함께 느끼게 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교수 역시 “CEO가 바뀌면서 생기는 변화는 긍정적인 변화와 부정적인 변화가 있을 수 있는데, 한 회사가 단기간에 CEO가 자주 바뀌게 되면 변화된 방향에 따라 새로 적응해야 하며, 생산성과 효율성이 단기적으로 낮아질 수 있다”면서 “CEO에게 전권을 준 이유는 이런 부작용도 충분히 감안해서 회사를 경영하라는 것으로 이는 경영학의 ABC다”라고 강조했다.

금융당국 역시 에이스생명의 지나친(?)행보에 대한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금융당국의 입장에선 무엇보다도 조직의 안정화가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워낙 규모가 작은 회사라 그리 큰 감독비중을 두고 있지는 않다“면서도 “최근 기류변화에는 관심을 갖고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영호 사장 시절 만들어 판매했던 일부 차별화 상품들이 당시에는 히트를 쳤으나, 갱신기간이 도래한 지금 현재 많은 민원들을 야기하고 있다”며 “현재 제재여부를 두고 고심 중인 사안도 적지않다“고 덧붙였다.

■사장도 설계사도 1년만(?)=에이스그룹은 뉴욕생명을 인수한 후 초대 대표이사로 에반그린버그 사장을 임명했다. 그러나 불과 1년여만인 2012년 8월 레스포레스트 사장에게 바통을 넘겼다. 하지만 포레스트 사장 역시 취임 8개월만에 사임하고, 메트라이프생명 아시아총괄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에이스생명은 마땅한 인물을 찾지 못해 3개월간 사장직을 공석으로 운영했다. 그러다 지난 2013년 7월 에이스그룹 최초로 한국인 CEO로 정문국 전 알리안츠생명 사장을 영입했다. 하지만 정 사장 역시 6개월도 채 안돼 ING생명 사장으로 전격 이동했다. 에이스생명의 CEO 검증 체계에 문제가 있음이 드러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잦은 CEO의 교체로 경영난맥을 드러낸 에이스그룹이 여러 후보군 중 최장수 CEO인 이영호 사장을 택한 것으로보인다”며 “보험업계 최장수CEO를 선택한 결정이 성공할 지 관심사가 되는 이유”라고 말했다.

하지만 실타래가 더 꼬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직의 불안정을 추수려야 할 상황에서 되레 조직의 불안정화가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보험사의 경우 영업조직이 기반이라는 점에서 보험설계사 정착률이 0%란 점도 부담이다. 결론적으로 지금에이스생명은 CEO도 보험설계사도 1년도 채 안돼 회사를 떠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에이스생명은 무엇보다도 조직안정화를 꾀하는게 급선무로, 최근 발생한 일련의 사태로 인해 벌써부터 직원들내 이탈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며 “뚝심경영의 이 사장이 이 난제를 어찌 풀어갈지 관심사”라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이 사장이 라이나생명 사장 시절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보험을 개발해 빅히트를 치면서,에이스생명도 현재의 에이전시 기조를 DTM쪽으로 틀어 라이나생명을 벤치마킹하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당시와 시장 상황이 많이 달라진 상태라 향후 어떻게 전개될지는 장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업계가 모두 어려운 상황인데, 회사가 CEO의 리스크에 너무 휘둘리게 되면 장기성과보다는 단기성과에 치중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며 “경영학의 교과서를 다시 한 번 돌아보는 것이 필요한 시점인것 같다”고 덧붙였다.

kyk7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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